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천재 여류작가의 자전적 소설 첫 문단은 캐릭터 묘사로 시작된다
“그 소도시에는 벙어리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늘 같이 있었고 아침이면 일찍 집을 나와 팔짱을 끼고 일터로 걸어갔다. 두 친구는 서로 매우 달랐다. 언제나 앞장서는 이는 꿈꾸는 듯한 표정의 뚱뚱한 그리스인이었다. 그는 여름이면 노란색이나 초록색 폴로 셔츠를 입었는데, 앞자락은 바지 속에 아무렇게나 넣고 뒷부분은 밖으로 늘어뜨렸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헐렁한 회색 스웨터를 그 위에 껴입었다. 둥근 얼굴에는 기름기가 흘렀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으며, 입술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채 멍청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또 다른 벙어리 한 명은 키가 컸다. 두 눈은 예민하고 지적이었고, 항상 빈틈없이 단정하고 차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카슨 매컬러스 저, 서숙 역, 시공사, 2014)

1.내레이터가 청중을 상대로 옛날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듯한 첫문단이다. 짧은 문장으로 쓴 흔한 동네 아저씨들 캐릭터 묘사가 압권이다. 소도시에 사는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섬세한 캐릭터 묘사가 매끄럽고, 문체가 읽을수록 강한 느낌을 준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관찰을 사실적으로 서술한 것이 빛나는 도입부라고 할 수 있다.
2.카슨 매컬러스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The Heart Is A Lonely Hunter, 1940)’은 작가 나이 23세에 발표한 소설로 나오자마자 ‘천재 작가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은 수작(秀作)이다.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소외와 고독, 소통 부재, 인종 차별, 현실의 부조리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출간 직후 유럽 각국에 소개됐다. 194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지드(André Gide,1869~1951)는 ‘미국 문단의 기적’이라고 극찬했다.
원래 제목은 ‘벙어리(The Mutes)’였다. 그런데 출판사 편집자가 바꾸자고 제안, 작가가 받아들여 성사됐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시인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1855~1905, 필명 피오나 맥레오드(Fiona Macleod)의 시 ‘외로운 사냥꾼(Lonely Hunter)’에서 따왔다.
2005년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소설, 모던라이브러리(THE MODERN LIBRARY) 선정 100대 영문소설, 2004 오프라 북클럽 선정 도서다. 오프라 북클럽 선정 직후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3.소설은 고딕소설(Gothic novel,신비와 공포를 짙게 풍기는 중세 분위기 소설)의 한 부류인 ‘남부고딕(Southern Gothic) 작품으로 분류된다. 남부고딕은 미국 남부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고딕소설을 뜻한다. 빈곤, 소외, 범죄, 흑백 갈등 또는 폭력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이 강한 어두운 낭만주의 경햐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이 소설은 특히 흑인과 백인을 동일한 잣대에서 공정하게 묘사한 것으로 호평을 받았다. 당시만해도 사회 전반에서 인종 차별이 극심했는데 작가가 흑인 캐릭터를 자신의 인종(백인)만큼 쉽고 정의롭게 처리한 것이다.
‘Black Boy’의 저자인 리차드 라이트(Richard Wright,1908~1960)는 “흑인과 백인 캐릭터를 동등하고 정의롭게 묘사한 최초의 백인 작가”라고 말했다.
4.등장인물은 주인공이자 30대 남성 존 싱어(듣기와 말하기 장애, 농아, 聾啞, deaf mutism )와 농아친구 스피로스 안토나풀로스, 안토나풀로스 사촌 찰스 파커, 24시간 카페 운영자 비프 브래넌과 아내 앨리스, 급진주의자 블라운트, 음악가를 꿈꾸는 소녀 믹 캘리, 흑인의사 코펠랜드 등이다.
소설은 1930년대 후반 미국 남부 지방 인종 차별이 심했던 소도시가 배경이다. 한 작은 마을에 귀가 안들리고, 말을 못하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
그런 어느날 친구 안토나풀로스가 타의로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외톨이가 된 싱어는 믹 캘리라는 소녀가 사는 2층에 하숙을 한다.싱어는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지만 수화를 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래서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은 싱어를 찾아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꿈많은 소녀 믹 캘리도 싱어의 방을 자주 찾아온다. 소녀는 음악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으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절망속에 살아가는 믹에게 2층 아저씨는 마음의 위로를 준다.
카페 주인 비프는 손님이 있건 없건 24시간 운영한다.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술과 음식도 준다. 흑인 의사는 인종 차별을 겪는 흑인들을 위해 노력하지만 절망만 쌓인다. 그나마 인종 차별을 하지 않는 특이한 백인인 싱어가 위안이다.
하지만 싱어는 절망에 빠진다. 정신병원을 찾아갔는데 친구 안토나풀리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된 것이다. 큰 슬픔과 충격에 빠진 싱어는 결국 자살한다. 등장 인물 중 싱어의 방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은 비프인데 그가 싱어의 장례를 치러준다. 소녀 믹은 가족을 위해 잡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면서 피아노를 사려고 돈을 모을 계획을 세운다. 농아 두명이 죽었지만 일상은 계속된다.
5.이 소설은 출판 이후 문학계와 작가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영국 시인 이디스 시트웰(Edith Sitwell, 1887~1964)은 “위대한 시인의 눈과 마음에, 위대한 소설가의 능력과 감각을 겸비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극작가 테네시 윌리암스(Thomas Lanier Williams III, 1911~1983)는 “나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 이후 우리 문단에서 보지 못한 영혼의 강렬함과 숭고함을 매컬러스의 작품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미국 문학비평가 겸 작가 다이애나 트릴링(Diana Trilling, 1905~1996)은 “굉장한 재능이다. 매컬러스는 일상의 평범함 뒤에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기억하는 힘과 함께 그 기억된 감각을 언어로 되살려내는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고 격찬했다.

6.미국에서 1968년 드라마 영화로 제작됐다. 로버트 엘리스 밀러(Robert Ellis Miller, 1927~)감독의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The Heart Is A Lonely Hunter, 1968)’이다.
배우 알란 아르킨(Alan Arkin, 1934~2023), 산드라 로크(Sondra Locke), 스테이시 키치(Stacy Keach), 비프 맥과이어(Biff McGuire), 시슬리 타이슨(Cicely Tyson) 등이 출연했다.
한국에서는 엉뚱하게 이 소설 제목을 빌린 영화가 1983년에 개봉했다. 이원세 감독 작품으로 가수 나훈아, 여배우 정윤희 등이 출연했다.

#.카슨 매컬러스(Carson McCullers, 1917~1967)=미국 여류 소설가, 극작가, 수필가 및 시인. 20세이후 평생을 질병에 신음했고,휠체어에 의지했다. 결혼 전 이름은 룰라 카슨 스미스(Lula Carson Smith)이다.
1.조지아 주 콜럼버스에서 시계 제작자이자 보석상인 라마르 스미스(Lamar Smith)와 어머니 마르그리트 워터(Marguerite Waters) 사이에서 태어났다.
10세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은 데 이어 15세 때 아버지가 타자기를 사주면서 글쓰기를 장려했다. 고향에 있는 공립 콜럼버스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카슨의 인생이 바뀐 것은 1934년 9월 17세에 줄리아드 음악 학교에 가기 위해 뉴욕으로 간 것이었다. 뉴욕 지하철에서 줄리아드에서 공부할 돈을 잃어버린 것이 인생을 바꿨다.
등로금을 잃은 카슨은 뉴욕에서 웨이트리스, 개 산책시키는 일 등을 전전하면서도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 컬럼비아대학의 야간 수업에 참석해 텍사스 출신 작가 도로시 스카보로(Dorothy Scarborough, 1878~1935)와 실비아 채트필드 베이츠(Sylvia Chatfield Bates)를 만나 창의적인 글쓰기에 매진했다. 하지만 류마티스 열병에 걸린 후 고향 콜럼버스로 돌아왔다.
3.카슨은 10대 후반에 첫 단편소설 ‘잘 속는 사람’을 집필했다. 하지만 출판은 하지 않았다. 19세 때 단편 ‘신동(Wunderkind)’을 잡지 ‘스토리( Stor)’에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23세 때 첫 장편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1940)’을 내놓았다. 이 소설이 나오자 ‘미국 문단의 기적’, ‘천재 작가의 탄생’ 등 극찬이 이어졌다.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가 주는 메리트 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카슨은 처음으로 뇌졸중을 겪는다.
4.스무살 때인 1937년 9월 전직 군인으로 작가 지망생인 리브스 매컬러스(Reeves McCullers, ?~1953)와 전격 결혼한다. 당시 뉴요커는 리브스에 대해 “크고 유능한 여성에게 끌리는 몽상가”라고 평가했다.
신혼생활은 리브스의 일자리가 있던 노스 캐롤라이나 주 샬럿(Charlotte)에서 시작했다. 이후 인근 패티빌(Fayetteville)에서도 살았다. 하지만 카슨은 뇌졸중은 물론 흉막염, 패혈성 질환, 유방암 등 질병에 늘 시달렸다.
카슨과 리브스는 알콜 중독과 양성애 성향, 카슨의 문학 성과에 대한 리브스의 질투 등이 겹치며 결혼 4년만인 1941년 파경을 맞는다.
카슨은 양성애 성향으로 여성들과도 사랑을 추구했다. 예술인촌 2월하우스(February House)에 함께 살았던 집시 로즈 리와 관계했고, 스위스 저널리스트 겸 사진작가 안네마리 슈바르첸바흐(Annemarie Schwarzenbach,1908~1942)와도 여친 이상의 사이였다.
카슨은 안네마리에게 저서도 헌정했다. 실제 연애 편지도 텍사스 오스틴의 텍사스대학교 등에 많이 남아 있다.
다만 카슨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성관계를 맺기에는 몸이 너무 약하다고 말한 적이 있어 동성애는 플라토닉 러브일 가능성도 있다.
5.카슨은 잡지 ‘하퍼스 바자’ 에디터(편집장) 조지 데이비스(George Davis, 1906~1957)와 함께 살기 위해 뉴욕으로 가서 브루클린의 예술 공동체인 2월 하우스(February House, 예술인들이 모여사는 집)에 가입했다.
이곳에는 시인 아덴(W.H. Auden, 1907~1973),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 1913~1976), 번역가 폴 볼스(Paul Bowles, 1910~1999), 춤꾼이자 배우 집시 로즈 리(Gypsy Rose Lee, 1911~1970) 등이 모여 살았다.
하지만 이들은 1941~1945년 모두 흩어졌다. 카슨은 1941년 2월 하우스를 나와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파리에서 미국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Truman Garcia Capote, 1924~1984)와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Thomas Lanier Williams III, 1911~1983) 등과 교류했다.
6.파리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카슨은 1945녇 리브스 매컬러스와 재결합했다. 리브스는 뉴욕 로체스터(Rochester)에서 동성인 작곡가 데이비드 다이아몬드(David Diamond,1915~2005)와 살았는데 헤어진 후 서로 합친 것이다.
그런데 카슨은 1948년 무렵 심한 우울증세로 자살을 시도했다. 1953년에는 파리에 갔는데 남편 리브스가 동반자살을 설득했다. 하지만 카슨은 도망쳤다. 결국 리브스는 파리 한 호텔에서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죽었다.
7.카슨은 질병을 견디면서 소설을 쓰고 각색까지 했다. 어린 소녀의 감정을 포착한 소설 ‘결혼식의 멤버(1946)’를 발표했고, 이를 각색해 1950~51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 대성공을 거뒀다.
이 공연은 무려 500회나 이어졌다. 1950년 뉴욕 극평론가상(劇評論家賞)을 받았고, 1952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카슨은 이후 뉴욕 새러토가 스프링스(Saratoga Springs) 외곽에 있는 예술가들의 식민지 야도(Yaddo, The Corporation of Yaddo)에 거주했다.
작가·작곡가·시각예술가의 작업공동체 주거지인 야도는 뉴욕 금융가 스펜서 트래스크(1844~1909)와 아내(작가 겸 자선가) 케이트 니콜스(Kate Nichols Trask, 1853~1922), 은행가이자 자선가 조지 포스터 피바디(George Foster Peabody,1852~1938)가 1900년 만든 비영리 기구이자 거주지다.
8.카슨의 소설은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녀는 생전에 한편도 보지 못했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Heart Is a Lonely Hunter)’은 카슨 사망 후인 1968년에 나왔다.
앞서 소설 ‘황금 눈에 비친 모습(Reflections In A Golden Eye)’은 존 휴스턴(John Huston, 1906~1987)감독이 1967년 영화로 만들었는데 카슨은 영화가 첫 상영되기 2주 전에 사망했다.
이 영화는 명배우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1924~2004)와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Rosemond Taylor, 1932~2011)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9.카슨은 평생을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질병과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을 겪었다. 10대 후반에 류마티스 열병에 걸리면서 시작됐다.
카슨은 중년 무렵부터 많은 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지냈다. 1967년 뇌졸중 발병으로 46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9월29일 뉴욕 남부 나이크 집에서 영면했다. 최종 사인은 뇌출혈로 나왔다. 향년 50세였다.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지역에 있는 오크 힐 묘지(Oak Hill Cemetery)에 묻혔다.
10.주요 작품으로 ‘금빛 눈에 비친 것(Reflections in a Golden Eye,1941)’, ‘슬픈 카페의 노래 The Ballad of the Sad Café,1951)’, ‘결혼식의 멤버(A Member of the Wedding,1946)’가 있다.
유작으로 마지막 장편 소설 ‘바늘이 없는 시계,1961)’ 등이 있다. 카슨이 쓴 미완성 자서전 인 ‘Illumination and Night Glare’는 1999년에 출간됐다.
2016년에는 논평집도 나왔다. 앨리슨 그레이엄 베르톨루니(Graham-Bertolini)와 Kayser가 편집한 ‘21세기의 카슨 매컬러스(Carson McCullers in the twenty-first century)’다.
2020년에는 미국 작가 젠 샤프랜드(Jenn Shapland)가 ‘My Autobiography of Carson McCullers’라은 이름의 전기를 출판했다.

11.뉴욕 사우스 나이크에 있는 카슨이 살았던 집은 2006년 국립 역사 유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록됐다.
조지아 주 콜럼버스에 있는 카슨의 어린 시절 집은 현재 콜럼버스주립대(Columbus State University)가 소유하고 있다. 카슨 매컬러스 작가 및 음악가 센터가 그것이다.
뉴욕 나이크의 집은 치료사이자 오랜 친구인 메리 E. 머서(Mary E. Mercer)박사에게 남겼는데, 머서박사가 2013년 4월 유물과 집을 콜럼버스주립대에 기증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