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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개구리(蛙)-중국 산아제한을 환각적 리얼리즘으로 비판한 소설은 편지 문체로 쓰여진다. 본문
“존경하는 스기타니 요시토 선생님께.
헤어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고향에서 조석으로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연로하신 데다 몸도 약하신데 타국 땅 외진 이곳을 찾아 저와 제 고향 문학 애호가들과 더불어 문학에 대해 흥겨운 이야기를 나누시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정월 초 이틀 오전, 현(懸)초대소 강당에서 ‘문학과 생명’이란 제목으로 긴 시간 동안 강의를 해주셨지요. 강의 내용을 글로 정리했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그날 강연을 듣지 못한 이들도 선생님 향기 가득한 언어를 통해 가르침을 얻을 수 있도록 현의 문학 예술가 연합회 내부 간행물인 ‘와명(蛙鳴)’에 발표하고 싶습니다”(심규호·유소영 역, 민음사, 2012)

1.전형적인 서간체 형식의 소설이다. 높임말을 써서 안부를 묻고, 이전에 만났던 기억을 되살리고, 부탁의 말로 이어지는 형식이다. 편지글 마디마디에 ‘정’이 듬뿍 묻어난다. 첫 문단만 보면 주인공이 누구인지, 1인칭인지 3인칭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모호한 전개다. 이같은 도입부는 사진(진짜 소설)이 아니라 액자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진짜 이야기가 소설로 전개될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와명(蛙鳴)의 원뜻은 개구리 울음소리이지만 아이의 울음을 상징한다고 볼수 있다. 스키타니 요시토는 일본의 명망있는 작가 오에 겐자부로로 보여진다.
2.모옌(莫言)의 ‘개구리(蛙, 2009)’는 중국 현대 문학의 금자탑을 쌓은 역작이다. 소설이 나온지 3년 뒤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긴 대표작이다. 개구리는 중국에서 다산을 상징한다.
제자가 스승에게 쓰는 편지소설 형식이지만 속으로 들어강션 중국의 가족계획(산아제한)인 ‘계획생육’ 정책에 앞장 선 고모 이야기가 핵심이다. 계획생육의 폐해를 우회적으로 집요하게 비판했지만 중국 당국의 검열을 넘어 선 작품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속죄 의식이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명작이다. 한편 중국은 197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계획생육 정책을 채택했다.
총 5부로 구성된 소설은 민담과 역사, 민중의 신앙과 사회상 등이 들어 있는 환영적 사실주의(Hallucinatory realism,마술적 리얼리즘의 한 형태로 꿈이나 환상을 사실처럼 모호하게 묘사하는 것)가 잘 녹아 있다.
3.소설 형식과 문장 구성은 어려운 편이다. 서신과 연극의 혼합으로 진실을 쓴 편지와 허구를 주장하는 극본이 함께 연결되는 액자 구조 형식을 취했다. 더구나 5부의 마지막은 9막짜리 극본이다.
모호한 진실과 허구의 경계, 현실 이야기에 느닷없이 민간 설화를 대입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또 해음(諧音, 소리 풀이)과 연상(聯想)을 사용해 상징과 은유를 교묘히 드러나게 한 전개 방식도 대단하다.
4.개구리는 한자(중국어)로 ‘와(蛙)’다. 蛙는 발음이 같은 ‘와(娃)’와 연결된다. 개구리가 어린애 혹은 인형이라는 뜻으로 비유되는 것이다. 와는 아기의 울음소리와도 비슷하고, 중국 신화에서 시조로 알려진 ‘여와(女娲)’의 ‘와’하고도 음이 같다.
해음을 통한 연상효과를 주기 위해 소설 속 등장 인물 대부분이 두가지 음과 뜻을 가진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해음 현상은 같은 소리 바꾸기, 비슷한 소리 바꾸기, 글자를 숫자로 바꾸기 등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고로아와세(語呂合わせ)’라고 한다.

5. 등장인물은 다양하다. 군인이자 극작가 커더우(蝌蚪), 주인공이자 의사인 고모 완신(万心, 萬心, 올챙이 할아버지 형의 딸), 완쭈이(필명 올챙이) 등이다.
또 커더우의 학교 동창으로, 고모가 받은 첫 아이 천비(陈鼻, 陳鼻), 천비와 왕단의 둘째 아이 천메이(陈眉, 陳眉), 커더우의 동창 위안싸이(袁腮, 袁顋), 마을의 민간 점토 공예가 하오땨쇼우(郝大手, 郝大手), 고모의 조수이자 커더우의 두 번째 아내 샤오스쯔(小狮子, 小獅子)
이밖에 스기타니 요시토, 중국 공산당 군의관인 고모의 아버지, 고모의 할머니, 고모의 남자친구인 공군 조종사도 나온다.

5.줄거리는 계획생육 이야기다. 극작가가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는 소설의 형식일 뿐이다. 진짜 주인공은 고모다. 집안의 어른으로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는 아이를 받아내고, ‘계획생육(산아제한, 낙태)’정책에 적극 동참한다.
고모는 마을 주민 대부분(약 2000명)을 받아낸(출산) 전설적 인물이다. 고모는 공군 비행기 조종사와 사귀지만 남자가 대만으로 망명해 반혁명분자로 몰린다.
이에 고모는 국가가 추진하는 계획생육(가족계획)이 시작되자 적극적으로 이행한다. 홍보는 물론 피임 시술이나 중절술을 실행한다. 그렇게 계획생육으로 낙태시킨 태아의 수가 받아낸 아이 만큼이나 많다.
후진국 보건 의료시스템에서 수많은 태아가 낙태되고 산모가 죽음에 이른다. 나도 아내 왕런메이와 태아를 잃는다. 나는 고모의 조수인 스쯔와 재혼하고 승진해 북경으로 간다.
고모의 계획생육 이야기는 커더우의 스승 스기타니를 감동시키고, 그의 격려로 글 쓰기를 망설이던 커더우가 극본을 쓴다.
극본은 가슴 아픈 이야기다. 아기를 보내고 돈마저 가로채인 천메이는 정신 이상이 되어 아기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마침내 커더우 가족의 아기 축하 잔치에 들어가 아기를 빼앗아 달아나지만 여러 사람의 술수로 결국 다시 아기를 잃는다.
한편 고모는 계속해서 개구리 환영에 시달리고, 커더우는 자신의 극본으로 고모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겠다고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고모는 자살하려다 점토
인형을 빚는 민간 공예가 하오따쇼우에게 구조를 받고 그와 결혼한다. 고모는 중절 시킨 아이의 인상을 진술하고 하오따쇼우는 그것을 점토 인형으로 만들어낸다.
20년 후 귀향한 나와 스쯔는 현대화된 고향의 모습과 문화대혁명 때 부서진 낭낭묘(삼신 사당)가 더 웅장하게 지어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광경을 본다.
나는 친구 위안싸이와 사촌 동생 진슈가 차린 황소개구리 회사가 사실은 대리모 회사이고, 화려하게 개원한 중미합작 산부인과는 주로 갑부들이 축첩과 불륜으로 자손을 얻는 곳임을 알게 된다.
불임인 스쯔는 내가 모르는 사이 황소개구리 회사를 이용해 대리모를 고용한다. 그 대리모는 바로 친구 천비의 딸이다.
스쯔는 상상임신에 빠지고, 고모는 자신이 중절시킨 왕런메이의 아기가 환생한다고 믿는다. 마침내 고모는 아기를 받아낸다.
7.작가는 서문에 일본 유명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1935~2923)에게 2002년 고모를 소개했던 일화도 소개한다.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가 고모 이야기를 쓰도록 격려했던 에피소드도 언급한다. 그런데 소설을 읽고 나면 이것마저 사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에서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모옌(莫言,Mo Yan, 1955~ 현재)=중화인민공화국의 소설가. 21세기 중국 최고 작가. 중국인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2012)이다.
2007년 중국 문학평론가가 뽑은 최고작가 1위를 차지했다. 본명은 관모예(管谟业). 모옌(莫言)은 필명이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1.중국 산둥성(山東省) 까오미(高密) 따란향(大欄鄕) 핑안춘(平安村)의 빈한한 가정(농부)에서 넷째(막내)로 태어났다. 위로 두 명의 형과 누나가 있다.
11살 때 일어난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농부가 되기 위해 학업을 포기했다. 이후 면세유 공장 등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1976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했다.1984년 인민해방군 기관지가 주는 문학상을 받았고, 인민해방군 예술 단과대학 문학과에 들어가 1986년 졸업했다.
또 베이징 사범대학 루쉰 문학창작원을 다녔으며, 문학 및 예술 학사로 졸업했다.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소속 1급 작가로 일하다가 1997년 사직했다. 이후 ‘검찰일보’ 등에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2.단편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春夜雨霏霏)’가 1981년 격월간지 ‘연지(蓮池)’에 추천, 등재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1986년부터 연재한 소설 ‘홍까오량(红高粱,붉은 수수)’이 이듬해 나오면서 큰 반향을 불렀고, 당대 문학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특히 1987년 작품집으로 나온 ‘紅高梁 家族’이 장이머우(張藝謀, 1950~현재)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Red Sorghum, 1987, 주연 공리, 巩俐, 1965~현재)’으로 탄생하면서 글로벌 작가로 발돋움했다. 한편 이 영화는 독일에서 1988년 열린 제38회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Golden Bear) 상을 받았다.
3.모옌은 1979년 두친란(杜勤兰)이라는 여성과 결혼, 자녀 하나를 뒀다.
모옌의 소설들은 환각적 사실주의(hallucinatory realism)와 블랙유머를 자연스럽게 포함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영향(제약)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과 부패, 관료와 노동자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한다.
모옌은 가족 이야기를 다룬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1897~1962)의 소설 ‘음향과 분노(The Sound and the Fury,1929)’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을 듣는다.
4.모옌의 걸작들은 미국 번역가 하워드 골드블라트(Howard Goldblatt, 1939~현재, 전 노트르담 대학교 중국어 연구교수)에 의해 영어로 번역됐다.

모옌은 중국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체코 출신 소설가)’ 혹은 중국의 ‘윌리엄 포크너’로 불린다. 2011년 우리나라 만해대상 문학부문 상을, 같은 해 중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오둔(茅盾)상을 받았다.
이밖에 중국에서 따자(大家)문학상, 프랑스 루얼 파타이아 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로 문학상,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6.모옌은 2002년 고향의 산둥 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주요작품으로 ‘홍까오량 가족(红高粱家族, 1987)’, ‘술의 나라(酒国, 1993)’, ‘풍유비둔(豊乳肥臀, 1995)’,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天堂蒜薹之歌, 1988)’, ‘풀 먹는 가족(食草家族, 1993)’,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师傅越来越幽默, 2001)’, ‘사십일포(四十一炮, 2003)’, ‘탄샹싱(檀香刑, 2001)’, ‘인생은 고달파(生死疲劳,2006)’ , ‘개구리(蛙, 2009)’ 등이 있다.
7.모옌은 중국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지만 대외적(특히 서방세계 평론가)으로는 비판도 많이 받는다. 중국 민중의 삶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산당에 적극 저항하지 않는 ‘체제 순응 작가’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문학 작품 검열 문제나, 인권 문제 등에 침묵하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거주 작가로 모옌만큼 민중의 삶을 제대로 써내려간 소설가는 찾기 쉽지 않다는 옹호론도 존재한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