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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연암 박지원 (2)
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옛 서울 한양, 남산 밑 묵적골에 별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허생이었다. 남산 기슭으로 곧장 올라가면 우물가에 해묵은 은행나무가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허생의 집은 그 은행나무와 마주 보고 있었고, 그 집 사립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집이라야 고작 두어 칸 되는 초가집으로 거의 다 쓰러 가는 오막살이였다. 허생은 집에 빗물이 새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글 읽기만 좋아해 가난하기 짝이 없었다. 그날도 허생은 배고픈 줄 모른 채, 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허생은 평소에 그 소리가 가장 듣기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듣기 싫어도 자주 들을 수밖에 없는 소리였다.”(박지원 원작, 이상현 글,이남구 그림, 꿈소담이,2009..
“오후에 압록강을 건넜다. 30리를 가서 구련성(九連城)에서 노숙했다. 밤에 큰 비가 내리더니 곧 그쳤다. 앞서 용만(龍彎) 의주관에서 묵었다. 방물(方物, 중국에 바칠 우리나라 특산물)이 다 들어오는데 무려 열흘이나 걸리는 바람에 일정이 몹시 촉박해졌다. 한바탕 장마로 두 강물이 온통 불어났다. 나흘 전부터 쾌청했는데도 물살은 여전히 거세다.”(김풍기·길진숙·고미숙 공역, 북드라망, 2013) 1.전형적인 여행 일기 형식으로 쓰여졌다. 읽는 이들이 시제와 날씨, 무슨 목적으로 가는지를 알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묘사했다. 노숙과 큰 비, 방물, 강의 물살 등은 앞으로 여정이 험난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문 일기를 번역했지만 문체가 깔끔하다. 첫 문단에 나오는 구련성(九連城)은 변경의 문이라는 뜻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