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명작의첫문단
- 귄터 그라스
- 헨리제임스
- 프란츠 카프카
- 랍비 뜻
- 베르길리우스
- 제프리 초서
- 연암 박지원
- 우암 송시열
- 에밀 졸라
- 명작의 첫 문장
- 선화봉사고려도경
- 빅토르 위고
- 우신예찬
- 논술
- 캔터베리 이야기
- 서긍
- 팡테옹
- 월터 스콧
- 투르게네프
- 윌리엄 포크너
- 송강 정철
- 찰스 디킨스
- 플로베르
- 클리셰 뜻
- 명작의 첫문장
- 명작의 첫 문단
- 노벨문학상
- 존 드라이든
- 명작의 첫문단
- Today
- Total
목록명작의 첫문단 (57)
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마르코폴로가 자신이 사신으로 방문했던 도시들을 쿠빌라이 칸에서 묘사했을 때 칸이 그의 말을 모두 믿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타타르족의 황제는 다른 어떤 서신이나 탐험가의 이야기보다도 이 베네치아 젊은이의 이야기에 더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보였다. 황제들의 삶에는, 자신들이 정복했던 광대한 영토에 대한 자부심을 갖다가도 곧 사람들이 그 영토들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리라 짐작하면서 우울과 안도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느날 저녁 비가 그친 뒤에 나는 코끼리 냄새와 화로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백단향 재의 냄새가 확 풍겨오면 일종의 공허감 같은 것으로 느낄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탈로 칼비노 저,이현경 역, 민음사, 2016)1.논문의 서문같은 첫 문단이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1부 4월 21, 22, 23일 1.성당입구에서 "찬연한 빛을 내는 불을 밝혀 주소서! 부싯돌을 밝히는 종소리여! 종소리가 기도 소리에 아랑곳 않고 윙윙거리며 귓가를 울리듯이, 어둠 속의 빛과 빛 속의 어둠이 혼미하게 뒤엉켜 있도다.찬연한 빛을 내는 불을 밝혀 주소서! 부싯돌을 밝히는 종소리여! 빛을 밝혀 주소서! 불을 밝혀 주소서! 밝혀 주소서! 밝혀 주소서! 밝---혀---주소서! / 발을 질질 끄는 거지들이 시장의 식당가를 지나 얼어붙은 성당의 그림자속을 헤매며, 외롭고 황량한 도시의 바다처럼 드넓은 거리를 따라 아르마스 광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대통령 각하,미구엘 앙헬 아스투리아스 저, 을유문화사, 송상기 역, 2012)1.첫 문단에 신에게 비는 듯한 경탄조의 어휘를 중복 사용하는 보기드문 도..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자연을 사랑하는 병이 깊어 대나무숲에 누웠더니)/ 關관東동八팔百ᄇᆡᆨ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팔백 리나 되는 강원도를 맡기시니)/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ᄒᆞ다(아아, 임금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망극하다)/延연秋츄門문 드리ᄃᆞ라 慶경會회南남門문 ᄇᆞ라보며(영추문으로 달려들어 경회루의 남문을 바라보며)/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옥節졀이 알ᄑᆡ 셧다(하직하고 물러나니 옥대나무가 앞에 섰다(平평丘구驛역 ᄆᆞᆯ을 ᄀᆞ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평구역에서 말을 갈아 타고 흑수로 돌아 드니)/蟾셤江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섬강이 어디인가 치악산이 여기로다)/昭쇼陽양江강 ᄂᆞ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소양강에 내리는 물이 어디로 든다는 말인가?)/孤고臣신 去..

제1장 “다비드의 제자이며, 이전에 앙리 4세 구(區)였던 퐁네프 구의 위원인 화가 에바리스트 가믈랭은, 3년 전인 1790년 5월 21일부터 구 총회의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옛 바르나바 교회에 아침 일찍이 갔다. 그 교회는 재판소의 철책 근처, 좁고 어두침침한 광장 위에 서 있었다. 고전적인 두 기둥 양식에다 불꽃이 솟아나오는 화로들이며 거꾸로 놓인 까치발 달린 탁자들로 장식된 정면은 세월의 풍상에 시달려 음산해지고 인간의 손을 타 훼손된 모습이었다. 정면에 새겨진 종교적인 문장들은 망치질이 되어 있었고, 출입구 위에는 검은 글씨로 ‘자유, 평등, 박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공화파의 표어가 쓰여 있었다. 에바리스트 가믈랭은 중앙 홀 안으로 들어갔다. 둥근 천장은 성 바울 수도회 성직자들이 중백의(中白..

“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기에 매우 늦었다. 게다가 아멜 선생님께서 동사에 대해 질문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아 야단맞지나 않을까 몹시 두려웠다. 문득 수업을 빼먹고 들판을 놀러나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티없이 맑고 날씨는 따뜻했다. 산기슭에는 티티새가 지저귀고 제재소 뒤의 리페르 들판에서는 훈련을 받고 있는 프로이센 병사들의 군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쪽이든 문법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그런 유혹을 꾹 참아 내고 숨차게 학교로 달리기 시작했다. 면사무소 앞을 지나면서 철망을 씌운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 2년 동안 패전이든가 징용, 또는 사령부 명령 따위의 온갖 나쁜 소식만 전해 준 게시판이었다. 나는 발을 ..

소시우스 세네키오(Sosius Senecio)에게. “지리학자들은 자기들의 지식 범위를 벗어나는 지역들을 지도 변두리로 밀쳐두고 설명하기를, ‘이곳 너머에는 물도 없고 맹수들이 들끓는 모래사막이 있다’느니, ‘보이지 않는 늪이 있다’느니, 아니면 ‘흑해(黑海) 북쪽에는 스키티아(Scythia)족이 사는 동토와 얼어붙은 바다가 있다’고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이 비교 평전을 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럴듯한 논리를 댈 수 있고 사실만을 다루는 오늘날의 시대가 아닌, 저 고대의 역사를 오늘날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저 너머는 불가사의하고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하니 그곳은 시인들이나 우화 작가들만이 살아가는 곳이다. 거기서는 의심스럽고 불투명한 이들만 벌어진다’고 말이다.”(플루타르코..

제1장 마녀 메로에와 소크라테스 이야기 “나는 사업상 테살리아로 가고 있었다. 그곳은 어머니의 가문이 뿌리를 두고 있는 곳이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유명한 플루타르코스와 그의 조카인 철학자 섹스투스의 피를 이어받았다. 어느 날 아침, 나는 테살리아 태생의 순종 백마를 타고 높은 산과 위험한 계곡과 습기 찬 평원과 경작지를 지났다. 그러자 말은 완연히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나 역시 계속해서 해서 말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피로에 지쳐 있었다. 나는 저린 몸을 풀고 싶었다. 그래서 말에서 내려 한 줌의 잎사귀로 조심스럽게 말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서 귀를 쓰다듬은 후, 고삐를 풀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말의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로 축 처진 말의 호흡이 정상을 되찾게 하고 있었다. 말이 고개를 ..

총 서시(The General Prologue) “4월의 달콤한 소나기가 3월의 가뭄을/ 뿌리까지 깊이 꿰뚫을 때,/그리고 꽃이 피게 하는 촉진적인 힘을 지닌/ 그 축축함에 모든 줄기가 적셔질 때/ 그리고 서풍 역시 달콤한 입김으로/ 모든 숲과 들판에서 부드러운 새순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있을 때, 그리고 갓 나온 태양이/ 백궁좌의 반절만큼 달렸을 때,/ 그리고 밤새도록 뜬 눈으로 잠자던/ 작은 새들이 노래 부를 때/(자연은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깨워 자극하네.) 그때 사람들은 성지 순례 떠나기를 원하며,/ 순례자들은 낯선 해안을 향하여,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유명한 멀리있는 성자를 찾았다./ 그리고 보다 특별히 영국의 모든 지역으로부터/ 캔터베리로 그들은 모여들었다./ 그들이 고통받을 때 도움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