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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거울과 거울조각. 자, 그러면 시작해 봅시다. 이야기가 끝날 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될겁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옛날 옛적에 사악한 요정이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요정 중에서 가장 짓궂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거울 속에 비춰지는 착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나쁘고 고약하게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진 마법의 거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거울은 쓸모없는 것과 흉측한 것을 확대시키고 한층 더 추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마력의 거울 속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경치가 삶아 놓은 시금치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리 멋있고 착한 사람들도 무서운 괴물처럼 보이거나, 몸통 없이 머리를 대고 거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꾸어놓은 그 날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시작됐다. 8시 십오분 전, 그는 분데스테라세에서 시내를 가로질러 김나지움과 연결되는 키르헨펠트 다리로 들어섰다. 학기 중에는, 그리고 주중에는 언제나 똑같았다. 늘 8시 십오분 전이었다. 언젠가 한번 다리가 막혀 돌아가야 했던 날, 그는 그리스어 수업 시간에 실수를 했다. 그가 실수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학교 전체가 며칠 동안 그의 실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학생들이 잘못 들었을 거라는 의견이 득세했고, 나중에는 그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조차도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문두스*-그레고리우스를 모두 그렇게 불렀다-가 그리스어나 라틴어 또는 히브리어에서 실수를 한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메리 레녹스가 미셀스웨이트 저택에 들어와 고모부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저렇게 밉살스러운 아이는 처음 본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메리 레녹스는 얼굴이 야위고 몸도 마른 편에 머리숱도 적고 표정은 심술궂어 보였다. 인도에서 태어나 이런저런 병치레가 잦았던 탓에 머리 색도 노랗고 얼굴색도 노리끼리했다. 메리 레녹스의 아버지는 영국 정부에서 한자리를 맡아 늘 바쁜 데다 건강도 좋지 않았고, 어머니는 굉장한 미인이었는데 파티를 즐기며 화려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딸을 원한 적 이 없었던 어머니는 메리가 태어나자 아야에게 맡겼고, 아야(Ayah)는 멤사히브(Mem Sahib)를 기쁘게 하려면 아이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

“5월 하순의 어느 날 저녁, 한 중년 남자가 샤스턴에서 블레이크 모어 또는 블랙무어라고도 부르는 인근 계곡의 말롯 마을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남자를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는 비틀거렸고, 걸음걸이는 일직선에서 조금씩 왼쪽으로 기울어지곤 했다. 남자는 어떤 의견에 동의라도 하듯 이따금 고개를 주억거리곤 했지만 사실 무슨 특별한 생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팔에는 텅빈 달걀 광주리가 축 늘어진 채 걸려 있고, 모자에는 보풀이 엉켜 있으며, 벗을 때 엄지손가락이 닿는 챙의 헝겊 부분도 너덜너덜했다. 남자는 곧 회색빛 당나귀에 걸터앉아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오는 나이 지긋한 목사와 마주쳤다.”(토마스 하디 저, 김문숙 역, 열린책들, 2011) 1.근현대 소설답게 시제와 등장..

“옛 서울 한양, 남산 밑 묵적골에 별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허생이었다. 남산 기슭으로 곧장 올라가면 우물가에 해묵은 은행나무가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허생의 집은 그 은행나무와 마주 보고 있었고, 그 집 사립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집이라야 고작 두어 칸 되는 초가집으로 거의 다 쓰러 가는 오막살이였다. 허생은 집에 빗물이 새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글 읽기만 좋아해 가난하기 짝이 없었다. 그날도 허생은 배고픈 줄 모른 채, 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허생은 평소에 그 소리가 가장 듣기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듣기 싫어도 자주 들을 수밖에 없는 소리였다.”(박지원 원작, 이상현 글,이남구 그림, 꿈소담이,2009..

“빛나는 위업을 이루신 잉글랜드의 무적왕 헨리8세는 최근 카스티야의 왕세자 카를로스와 상당히 중요한 문제에서 의견 차이를 보여,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나를 플랑드르로 파견하셨다. 나의 동행인은 비할 데 없이 탁월한 인물인 커스버트 턴스텔이었는 데, 최근에 그는 모든 사람들이 기대한 대로 국왕에 의해 기록담당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에 대한 찬사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원래 친구가 하는 칭찬은 사람들이 별로 신용하지 않는 법이며 사실 그의 학식과 인품은 내가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해서 칭찬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칭찬의 말을 보탠다면 속담대로 ‘태양에다가 등불을 대는 격’이 될 것이다.”(주경철 역, 을유문화사, 2021)1.수필을 쓰듯이 편안하게 일의 자초지종을..

“만력 병술 연간(1586, 선조19년) 일본국 사신 다치바나 야스히로(橘康廣)가 그나라 국왕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국서를 가지고 우리나라에 왔다. 처음에 일본 국왕 미나모토씨(源氏)가 중국 명나라 홍무(洪武, 1368~98) 초년에 나라를 세워 우리와 인호(隣好)를 맺은 것이 거의 2백년이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또한 사신을 보내어 경조사의 예의를 갖추었으니, 신숙주(申叔舟)가 서장관(書狀官)으로 왕래한 것이 그 일례이다. 훗날 신숙주가 세상을 떠날 무렵 성종(成宗)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지 묻자 신숙주는 ‘원컨대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화의를 잃지 마소서’라고 답하였다.”(김시덕 역, 아카넷,2013)1.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글이다. 작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이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