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그레이트 게임-칭기즈칸 공포로 서두를 연 영국과 러시아의 숨겨진 전쟁 이야기는 소설체로 시작한다 본문

카테고리 없음

그레이트 게임-칭기즈칸 공포로 서두를 연 영국과 러시아의 숨겨진 전쟁 이야기는 소설체로 시작한다

지성인간 2023. 5. 26. 11:38
728x90
반응형

“천둥처럼 울리는 말발굽 소리를 듣기 전에 냄새부터 맡을 수 있다고들 했다. 그러나 냄새를 맡을 때는 이미 늦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치명적인 화살들이 격류처럼 쏟아지면서 해를 가려 낮이 밤으로 바뀐다. 이어 그들이 들이닥친다. 학살하고, 강간하고, 약탈하고, 방화한다. 마치 용암처럼 앞에 놓인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다. 뒤에는 연기만 피어오르는 도시와 하얀 뼈밖에 남지 않는다.”(정영목 역, 사계절, 2008)

1.13세기 세계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1162~1227) 휘하의 몽골 기병들의 거침없는 진군을 눈에 보는 듯한 묘사다. 문장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다. 글쓰기 훈련을 받은 이들만이 쓸 수 있는 깔끔한 첫 문단이다. 이런 도입부는 반복 학습을 통해 논술이나 입사 시험에 매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서술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2.피터 홉커크의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On Secret Service in High Asia,1990)’은 현재의 중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숨겨진 전쟁(1813~1907)을 쓴 역사 다큐멘터리다. 세계 논픽션 저서 중 수작(秀作)으로 꼽힌다.
19세기 러시아는 유럽 세계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국이었다. 특히 제국주의 대장 격인 영국에게는 핵심이익(현재의 파키스탄과 인도, 수에즈운하)을 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대국이었다.
영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이 중앙아시아를 두고 벌인 숨막히는 경쟁이 그레이트 게임이다.
러시아에서는 큰 도박이라는 뜻의 ‘볼샤야 이그라(Bolshaya Igra)’, ‘그림자의 토너먼트(Турниры теней,Tournament of Shadows)’라고 한다.

3.그레이트 게임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탐험가인 아서 코놀리(Arthur Conolly,1807~1842, 부하라에서 참수형 당함)다.
아서는 영국 동인도 회사 기병대 정보 장교를 지내면서 강대국의 중앙아시아 쟁탈전을 이 용어로 표현했다.
이후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난 영국 소설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1865~1936,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소설 ‘킴(kim,1901)’에 나오면서 널리 사용됐다.
그레이트 게임은 과거 실크로드와 주변 왕국의 지배권을 두고 영국과 러시아의 정치인, 군인, 외교관, 탐험가들이 치른 총성없는 전쟁을 역사 다큐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이들  등장인물들은 조국의 명예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건 승부를 벌였다.

4.영국과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를 두고 ‘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 기존 강국과 신흥강국 충돌)’에 빠질 수 있었지만 피해 간다.
러시아 제국이 19세기 말부터 쇠퇴로 치닫는 사이 독일(프로이센)과 일본이 급부상해 ‘열강들 간의 쟁투’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가 1905년 1월 일어난 ‘피의 일요일(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군대 발포로 시위대 수백명 사상)’사건으로 사실상 내전에 빠지면서 여력이 없었다. 러시아는 일본과 전쟁(1904~1905)에도 패배했다.
그래서 영국과 러시아는 1907년 ‘영러 협상’을 통해 그레이트 게임 종료를 결정했다. 영러 협상은 영국의 승리 같아 보였지만, 결국 볼세비키 혁명으로 재기한 러시아(소련(蘇聯),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가 1922년 부하라, 호라즘 등을 합병하면서 중앙아시아를 1991년까지 지배(?)한다.

5.그레이트 게임의 주요 무대는 아시아의 옴팔로스(omphalos, 중심지,배꼽)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이다. 부족국가(왕국)였던 당시에도 두 나라 모두 장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옛 소련(1979~1989)도, 미국(2001~2021)도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철군했다.
특히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바그람 기지에서 야반도주(夜半逃走)하듯이 철수해 세계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피터 홉커크는 "아프가니스탄은 이길 수 없는 적"이라고 표현했다.

6.영-러 그레이트 게임의 최대 피해자는 조선(대한제국)이었다. 당연히 수혜자는 일본이다.
영국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1차(1902)와 2차(1905) 영일동맹(英日同盟, Anglo-Japanese Alliance)으로 일본의 대한제국 통치권을 묵인한 것이다. 기나긴 일제의 식민통치의 신호탄이 됐다.
대한제국의 패망을 21세기를 사는 한국인들은 수없이 곱씹어봐야 한다.
2023년 현재 미국과 중국의 그레이트 게임(경제 전쟁)에 어쩔수없이 끌려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나타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담으로 나폴레옹(1769~1821)은 1800년 대 초 영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에게 양국이 중앙아시아를 장악해 인도를 점령하는 등 유라시아를 나눠 먹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레이트 게임 영문판 표지,1990

#.피터 스튜어트 홉커크(Peter Stuart Hopkirk,1930~2014)=영국의 중앙아시아 역사학자. 군인 출신 언론인.

1.영국 중부도시 노팅엄에서 성공회 사제(Anglican priest)인 프랭크 스튜어트와 메리 홉커크 사이에서 태어났다. 잉글랜드 동남부 에식스(Essex)에서 자랐고, 옥스포드 Dragon School를 나왔다.

2.군대에 들어가 영국령 아프리카 일대에서 하급 장교를 지냈다. 이후 데일리 익스프레스 뉴욕 특파원. 더 타임스 중동 기자로 20여년을 일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와 캅카스 지역,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터키 등에 대해 해박한 식견을 갖췄다.

3.저서 ‘실크로드의 악마들(Foreign Devils on the Silk Road,1980)’로 영국 도서 논픽션상(1981)을 받았다.
또 영국 왕립아시아문제 학회(Royal Society for Asian Affairs)로부터 퍼시 사익스 경 기념 메달(Sir Percy Sykes Memorial Medal)을 받았다.
홉커크 연구의 대부분은 사후 런던 대영 도서관에 기증했다.

4.다른 저서로는 ‘세계의 지붕의 침입자들(Trespassers on the Roof of the World), ’동방에 불을 지르다(Setting the East Ablaze), ‘콘스탄티노플 동부의 비밀 첩보 활동(On Secret Service East of Constantinople)’, ‘킴(Kim)’ 등이 있다.
홉커크의 아내 캐슬린 홉커크는 ‘중앙아시아 여행자의 동반자(A Traveller's Companion to Central Asia,1994)’를 썼다(콘텐츠 프로듀서)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