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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금병매-천하 난봉꾼과 명나라 사회상을 리얼하게 묘사한 소설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본문
“북송(北宋) 휘종(徽宗) 정화(政和,1111~1118) 연간에 산동성(山東省) 동평부(東平府) 청하현(淸河縣)이라는 마을에 꽤 내력있는 자제가 있었다. 생김이 훤칠할 뿐만 아니라 시원한 성격에, 집안에 재산도 있는 스물예닐곱 살 난 사내로서 성은 복성인 서문(西門)이며, 이름은 외자 경(慶)을 썼다. 부친인 서문달(西門達)은 사천(四川)과 광주(廣州) 지방을 오가면서 약재를 팔다가 이곳 청하현에 큰 생약(生藥) 가게를 하면서 대저택을 지어 살았는데, 부리는 노비며 노새, 말 등이 무리를 이루어 비록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청하현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집안이었다. 다만 서문달 부부가 일찍 세상을 떠 홀로 남은 아들은 남의 말 듣기를 좋아하여 공부는 하지 않고 온종일 밖에서 방탕한 나날을 보내다가 부모가 죽은 후에는 아예 기생집에서 자면서 온갖 일을 저지르고 다녔다.”(강태권 역, 솔, 2002)
1.방대한 분량의 장편 소설 도입부를 내레티브 형식을 채택했다. 시대와 지역, 주인공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서술이다. 첫 문단에 상징과 비유없이 주인공의 행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번역본인데 괄호 안에 한문을 나열한 것은 읽기에 약간 불편하다. 만연체 문장이어서 소설 습작 등에나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도입부에 나오는 북송은 보통 960~1127년을, 남송은 1127~1279년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합쳐 송나라 치세 기간으로 본다.
2.소소생의 ‘금병매(金甁梅, Jin Ping Mei, 1617)’는 중국 4대 기서(奇書) 중에서도 으뜸인 ‘천하제일기서(天下第一奇書)’로 꼽힌다. 4대기서 중 하나인 ‘수호지(水滸志, 중국 명나라(1368~1644) 때 쓰여진 장편 무협 소설)’를 활용해 명 말기에 창작된 작품이다.
금병매라는 책 이름이 등장한 것은 명나라 신종(神宗) 만력제(萬曆帝, 1563~1620, 치세기 1572~1620) 24년(1596)이다. 당대 문장가인 원홍도가 화가 동기창에게 보낸 편지에 거론됐다.
소설은 서문경(西門慶)의 천하제일 난봉(바람)을 그린 1~79화, 서문경이 죽고 난 후인 80~100화로 나뉜다.
제목 금병매는 서문경의 수많은 여인 중 3대 주인경 격인 반금련(潘金蓮), 이병아(李甁兒), 방춘매(龐春梅)에서 한자씩 따왔다. 금(金)은 돈, 병(甁)은 술, 매(梅)는 여자를 상징한다.
또 반금련의 ‘金蓮’은 여인의 아름다움의 상징인 ‘작은 발(전족, 纏足)’을 뜻한다. 전족은 중국의 오랜 풍습으로 ‘삼촌금련(三寸金蓮)’이라고 했다. 三寸은 9.9센티로 미의 기준이었다. 금병매는 영어로 ‘The Plum in the Golden Vase(황금꽃병 속의 매화)’ 또는 ‘The Golden Lotus(황금연꽃)’로 불린다.
3.현존 가장 오래된 판본은 ‘신각(新刻)금병매사화(金甁梅詞話)인데 1617년(만력45년)에 새겨 출판긴 것이다.산동성 속어, 구어(입말)들이 많이 쓰였다. 타이뻬이 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금병매사화는 1617년(명 만력제 치세기)의 서문(序文) 등을 감안해 볼 때 명나라 세종(世宗) 가정제(嘉靖帝,1507~1567, 치세기 1521~1567) 말년으로부터 신종(神宗) 만력제(萬曆帝, 1563~1620, 치세기 1572~1620) 중기 사이의 창작으로 추정한다.
다른 판본은 ‘원본금병매(原本金甁梅)’로 명 희종(熹宗) 천계제(天啓帝,1605~1627) 치세기(1621~1627) 에 간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산동성 지방 토착어가 삭제돼 있다. 이밖에 성애 장면 등을 삭제한 ‘진본금병매(眞本金甁梅)’도 있다.
청나라 때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해치는 ‘음란마귀(淫亂魔鬼)’의 책으로 낙인찍혀 출판·유포가 금지되는 수난을 겪었다. 중국판 ‘채탈리부인의 연인’, ‘롤리타’ 같은 악명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魯迅, 1881~1936, 대표작 아큐정전)은 “금병매는 명나라 때의 소설 가운데 인간의 세태를 가장 잘 표현한 인정소설(人情小說, 인간미를 제대로 묘사한 소설)”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4.금병매는 귀족이 아닌 평민을 소재로 한 사실상 첫 자연주의, 사실주의 소설이다. 명대의 다양한 사회상이 잘 드러나 있다.
또 파락호(破落戶, 방탕하게 살면서 집안을 결딴낸 사람)의 난봉(주색잡기에 능한 것)과 인정(人情)사이를 오가는 묘사가 아주 세밀하다는 평가다.
시대 배경은 도입부에 명확하게 송나라(북송)로 밝혔지만 등장 인물의 행위나 말, 요리 등 문화는 명나라 시대다. 소설 형식을 빌려 시대를 바꾼 것이다.
실제 소설 속에는 명나라 서민들의 생활 문화와 풍습이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당대에 만연했던 부패와 인간 타락, 모순적인 윤리 등이다. 소설의 끝은 권선징악이다.
5.아주 긴 장편 소설이어서 등장인물이 다양하다. 주인공 서문경(西門慶)과 정실 부인 오월랑, 둘째 첩 이교아, 셋째 첩 맹옥루, 넷째 첩 손설아, 다섯째 첩 반금련, 반금련의 하녀이자 통정녀 방춘매, 서문경의 여섯째 첩 이병아 등이다.
또 무대랑(武大郞)과 동생 무송, 아버지에게 큰 재산을 물려받은 한량 화자허, 아첨 잘하고 배은망덕한 응백작, 이병아가 화자허와 사별한 이후 잠깐 결혼한 의원 장죽산, 반금련의 본래 주인 장대인, 서문경과 반금련 사이를 뚜쟁이질하는 노파 왕파, 무대랑과 전처 사이에 태어난 딸 영아 등이 나온다.
이밖에 서문경의 가족인 전처 진씨 사이에 태어난 딸 서문대저, 대저의 남편 진경제(서문경의 사위), 서문경과 이병아의 아들 서문관가, 서문경과 오월랑의 아들 서문효가 등이 나온다.
6.줄거리는 천하 난봉꾼 서문경의 짧지만 긴 ‘난봉 일대기’와 후일담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경은 우연히 만난 무대의 부인 반금련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에 중매쟁이 왕파의 도움을 받아 만나서 밀애를 즐긴다. 그러다가 서문경과 반금련은 사랑의 걸림돌 남편을 독살한다.
하지만 서문경은 이에 만족 못하고, 돈 많은 과부 맹옥루를 첩으로 앉힌 뒤 의형제 화자허의 부인 이병아와 밀통한다. 화자허가 허망하게 죽자 재물도 손에 넣고, 이를 활용해 무관직(武官職)이라는 벼슬을 얻는데 이병아가 아들까지 낳는다.
탄탄한 재력에 아들까지 얻은 서문경은 더 활개친다. 오랑캐 중(호승, 胡僧)에게서 춘약(春葯, 정력제)을 얻어서 끝없는 음행(淫行)을 한다. 그런 어느 날 이병아를 질투한 반금련은 이병아가 낳은 아들을 교묘하게 죽게 만들고, 상심한 이병아마저 죽는다.
라이벌이 사라짐에 따라 서문경를 독차지할 것으로 기대한 반금련은 서문경이 여전히 기녀, 과부, 하인의 부인들과 놀아나자 비상 대책을 세운다. 자신의 음욕도 채울 겸 서문경에게 춘약을 과다 사용하게 한다. 결국 서문경은 음행의 업보로 33세로 죽는다.
주인없는 서문 가문은 몰락한다. 안주인 오월랑은 서문경의 여인들인 반금련 등을 팔아버린다. 이에 살인 사건으로 귀양갔던 무송이 형기 만료로 돌아와 반금련과 왕파를 형 무대의 제단 앞에서 죽인다.
서문경이 죽던 해에 아들을 낳았던 본부인 오월랑은 자기 아들은 출가 시키고, 하인 중 한명을 양자로 삼아 서문경의 후사를 잇게 한다.
7.금병매는 명대 간행 초부터 음서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근현대 중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도 발달했다. 이른바 '금학(金學)'이라고 한다.
명나라 시대 평론가 평론가 원홍도(袁宏道, Yuan Hongdao,1568~1610)는“사실상 지배계급 전체에 대한 비판을 담은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하버드대 중국어 교수를 지낸 제임스 로버트 하이타워(James Robert Hightower,1915~1006)는“홍루몽과 함께 범위, 미묘한 인물 묘사, 정교한 줄거리 등이 압권”이라며 “가장 위대한 중국 소설”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토드 로이(1933~2016)는 “금병매는 인간 본성이 악하고 도덕적 변화를 통해서만 구속 될 수 있다는 순자의 철학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8.금병매는 영화, 드라마로 많이 제작됐다. 홍콩의 거장 감독 리한샹(李翰祥, Li Han Hsiang,1926~1996)이 4번이나 각색, 영화로 만들었다. 그중 금병쌍염 (金瓶雙艷, The Golden Lotus, 1974), 금병풍월(金瓶風月, To Enjoy Beauty of Nature, 1990, 한국홍콩 합작) 등이 눈길을 끌었다.
홍콩 공중파 TVB에서도 1994년 ‘한쇄금병(恨鎖金瓶, Gentle Reflections, 1994)’ 이라는 타이틀로 제작, 방영했다. 첫 텔레비전 드라마였다.
홍콩의 드라마 제작자인 담예명(譚銳銘, Tam Yui-Ming)이 감독한 ‘금병매(金瓶梅,1996’도 있다. 총 5편으로 구성됐다.
홍콩 전문기(錢文錡,Man Kei Chin,) 감독이 만든 금병매(金瓶梅, The Forbidden Legend Sex & Chopsticks, 2008)와 금병매2(2009)도 나왔다.
일본에서는 17년간 연재된 기록이 있다. 유명 만화가 와타나베 마사코(渡辺 雅子,1929~ 현재)가 1993년부터 만화(2010년 완간)로 연재했다.
9.국내 첫 완역본(전 10권, 문예춘추사)은 2022년 나왔다. 한국 최고의 금병매 연구자로 꼽히는 강태권(1956~현재) 국민대 명예 교수가 번역했다. 강 교수는 2002년에도 솔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냈다.
한국에서는 소설가 조성기가 2003년 중앙일보에 연재한 ‘반(反)금병매’라는 작품도 있다. 소설가 하근찬(河瑾燦, 1931~2007)도 1992년 소설 '금병매(고려원)'을 펴냈다.
한국 만화의 아버지 고우영(1938~2005) 화백이 일간스포츠에 연재한 ‘수호지’ 속에 반금련을 잘 묘사했다. 한편 금병매 속에는 산동식 중화요리도 많이 등장한다. 한국 중화요리의 원조가 산동성 사람들이어서 익숙한 요리가 많다.
#.소소생(笑笑生)생=거의 모든 판본의 저자는 난링(蘭陵, 산동성) 소소생(笑笑生)으로 쓰여 있다. 난릉은 당시 산동성의 있던 지명이고, 소소생은 필명이다. 실제 작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 사대기서 중 유일하게 정확한 작자를 아직 모른다. 작가를 추적하는 논문만 200여 편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명나라의 유명한 문인과 학자들이 거론되고 있다.명대의 문인 왕세정, 이개선, 가삼근, 서위, 탕현조 등이 작가 후보다.
1.왕세정(王世貞, 1526~1590)=명대의 시인이자 문인. 금병매는 왕세정이 명나라 때 처첩을 27명이나 거느린 간신 엄세번(嚴世蕃, 1513~1565)을 저격하기 위해 썼다는 설이 있다. 아버지가 엄숭, 엄세번 부자의 모함으로 죽자 복수를 위해 썼다는 것이다.
엄세번의 아명은 경아(慶兒), 호는 동루(東樓)인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西門慶이라는 것이다. 엄세번은 1565년 처형됐다.
왕세정 저자설은 청나라 시대부터 현대 중국까지 끊임없이 제기됐다.다만 왕세정은 산동에서 3년간 관리를 지낸 경험밖에 없어서 금병매의 산동 지방 속어 등을 쉽게 쓸수 없다는 반박도 많다.
2.가삼근(賈三近, 1534~1592)=명나라 산동(山東) 역현(嶧縣) 출신. 가정제와 만력제 시대의 대 문장가다. 금병매에 나오는 속어와 사투리 등이 가삼근의 고향 말이라는 것이다. 또 가삼근의 평생 행적, 경력, 기호, 저서 등을 보면 저자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집중 제기됐다.
이밖에 도륭(屠隆, 명 만력제 20년을 전후해 ‘음종(淫縱)’으로 찍혀 파면), 이개선(李開先, 가정제 치세기에 진사를 지내고 40세에 낙향한 인물), 서위(徐謂) 등 40여명이 저자로 거론되고 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