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내이름은 빨강-튀르키예 최고 소설의 첫 문단은 말하는 시체가 미스터리 살인을 추적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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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 빨강-튀르키예 최고 소설의 첫 문단은 말하는 시체가 미스터리 살인을 추적한다.

지성인간 2024. 5.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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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 이름은 빨강' 시대 배경인 오스만제국 무라트3세(1546~1596)의 할머니 휴렘(휘렘) 술탄(1502~1558).서구에서는 록셀라나로 불린다.베네치아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Titian,1488~1576)의 작업장에서 그려진 초상화.https://en.wikipedia.org/

1.나는 죽은 몸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자는 내가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숨소리를 들어보고 맥박까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옆구리를 힘껏 걷어차더니 우물로 끌고와 바닥에 내동이쳤다. 이미 돌에 맞아 깨져 있던 내머리는 우물바닥에 부딪치면서 산산조각이 났고, 얼굴과 이마 볼도 뭉개쳐 형태를 분갈할 수 없다. 뼈들도 부서졌고, 입안에 피가 가득하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 나흘째다. 아내와 아이들이 날 찾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울다울다 지친 딸애는 넋을 잃은 채 대문만 쳐다보고 있을테고, 다른 식구들도 모두 목을 빼고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나를 기다리고들 있을까? 어쩌면 나의 부재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지. 빌어먹을! 여기 이렇게 누워있으니 내가 두고 온 삶이 아무일도 없는 듯 계속되고 있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무한한 시간이 있었고, 내가 죽은 뒤에도 시간은 무한히 이어질 것이다. 살아있을 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무궁한 암흑과 암흑사이에서, 잠시 빛을 발며 살았을 뿐이다.(오르한 파묵 저,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19) 

소설 '내이름은 빨강' 초판본 표지.1998년 이스탄불 출판사 레티심(Iletisim Yayincilik) 판본. photo by wikipedia

1.시신이 화자가 돼 내레이션을 하는 충격적인 도입부로 시작한다.살인과 살인 사건 현장이 눈에 선할 정도의 섬세한 묘사가 압권이다. 죽은자가 말을 함으로써 독자가 살인의 단서 찾기와 살인자의 신원, 시신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데 동참하는 구조다. 살인당하는 순간, 가족 걱정, 인생 무상이 드라나는 혼잣말 대화체가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첫 문단이다. 시체가 말을 하고, 인생무상을 이야기하는 서술 기법이 돋보인다.  실제 현장을 보고  쓴 르포르타쥬처럼 실감나게 읽힌다.

소설 내 이름은 빨강 시대 배경인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칼리프 술탄 무라트 3세(아미르 알무미닌, Amir al-Mu'minin, 1546~1596) 초상화.오스만 제국 최대 전성기를 만든 슐레이만 대제의 손자인 무라트3세는 최대 영토를 일군 군주다.photo bywikipedia

2.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Benim Adım Kırmızı,1998)'은 현대 튀르키예 문학을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한 압도적인 작품이다. 장편 추리소설 형태이지만 역사와 실존 인물을 가미해 '재미'와 '문학적 완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역작이다. 특히 메타픽션(Metafiction,독자가 허구임을 느끼게하는 구조) 등 현대적 소설기법도 그대로 드러난다.
1998년 이스탄불 출판사 레티심(Iletisim Yayincilik)에서 나왔다. 1991년생인 저자의 딸 루야(Rüya)에게 헌정된 소설은 출간 하자마자 인기를 얻으면서 한달만에  11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이후 2001년 미국 알프레드 A. 크노프사에서 영역 출판, 세계적인 소설로 인기를 끌었다. 세계 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면서 작가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줬다.
이 소설은 2003년 세계에서 상금이 많은 문학상 중 하나인 더블린 국제 문학상(International Dublin Literary Award)을 받았다. 또 2006년에는 튀르키예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데 직접적인 이바지를 했다. 영어로는 'My Name Is Red'로 2001년 튀르키예 계 미국 번역가이자 시인 에르다 괴크나르(Erdağ Göknar, 미국 듀크대 교수)가  번역했다. 2010년에는 미국 '만인의 도서관'현대 고전 시리즈(Random House 출판)로 재출간됐다.

1566년 헝가리 원정 때 사망한 술탄 슐레이만 대제 시신의 베오그라드(현 세르비아 수도) 도착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작가 불상.photo by wikipedia

3.소설은 오스만 제국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이슬람 회화의 대표적 화법(畵法)인 세밀화(細密畵 , miniature,양피지와 카드,· 금속,· 상아 등에 그린 작고 섬세한 그림) 이야기를 담은 메타픽션(Metafiction, 관객이 허구를 읽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서사구조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21명의 해설자(등장인물 내레이터-여러가지 이름으로 나옴,동식물, 악마, 물건, 시체, 색깔 등)가 나와 살인 미스터리를 통해 튀르키예 세밀화의 전설을 이야기한다. 각 파트의 내레이터는 스스로 주인공이 돼 전지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스스로가 신의 시점이 돼 선악 구별없이 이야기하는 독특한 구조다. 이런 구조 때문에 미스터리 속에 튀르키에의 다양한 문화, 미술 양식 등 녹아 있다.

4.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 튀르키예 술탄 무라트 3세(Murat 3, 12대 술탄이자 6대 파디샤,1546~1596) 의 통치기인 1591년 눈 내리는 9일간의 이야기가 짜릿하게 펼쳐진다. 음모와 배반, 목숨을 건 사랑이야기이지만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이슬람 회화사의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은 허구의 인물은 물론 소설의 시대 배경 당시 살았던 실존인물도 나온다. 남주인공 카라 에펜디(Kara (Black)Effendi), 검은 눈의 절세미인 여주인공 세큐레(Shekure, 달콤이라는 뜻), 카라의 이모부이자 세큐레의 아버지 에니쉬테 에펜디(Enishte Effendi,친척 아저씨라는 뜻), 셰큐레의 첫재 아들 셰브켓(Shevket) ,  세큐레의 둘째 아들 오르한(Orhan),  세큐레 집안의 하녀이자 에니시테의 첩 하이리예(Hayriye), 세큐레 남편의 동생 핫산(Hasan) 등이 주요 인물이다. 
또 돈 잘버는 궁정화가이지만 살해당하는 엘레강스 에펜디(Elegant Effendi), 방물장수 겸 중매쟁이 유태인 여자 에스테르(에스터,Esther),등도 나온다. 이밖에 술탄의 미니어처 예술가 워크샵 책임자인 마스터 오스만(Master Osman, 실존인물 나카스 오스만,Nakkaş Osman), 세 명의 미니어처 예술가인 나비(Butterfly), 황새(Stork), 올리브(Olive, 실존 인물로 16세기말 오스만제국 세밀화가 벨리칸(Veli Can), 보수 무슬림 지도자 누스렛 호자(Nusret Hoja) 등이다.

16세기말 오스만 제국 세밀화가 벨리칸이 그린 '앉아 있는 사람과 주변'. 튀르키예 이스탄불 톱카프궁정박물관(Topkapı Palace Library) 앨범의 미니어처. 출처=미국 국립미술관.

5.줄거리는 아름다운 사촌 세쿠레(Shekure)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에게 거절당한 후 오스만 제국의 동부 지방에서 12년을 보낸 실패한 세밀화가 카라(블랙, Black)의 이야기와 세밀화가의 미스터리가 겹쳐진다. 
소설은1591년 오스만 제국의 궁정화가 '엘레강스'가 이스탄불 외곽의 버려진 우물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시체가 된 엘레강스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범인의 정체는 모른다.
수년 전, 베네치아의 궁전과 귀족의 저택에서 보았던 초상화의 매력에 푹 빠진 세밀화가 ‘에니시테’는 유럽 화풍을 도입한 삽화가 들어간 책 제작에 나선다. 술탄으로부터 헤지라(이슬람 원년, 622년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메카에서 야스리브로 추종자들을 이끌고 피신한 사건.) 1000년 되는 해를 기념, 술탄의 세계를 서양 화풍으로 그린 책을 비밀리에 제작하라는 밀서(密書)를 받는다.  에니시테는 궁정 화원에서 가장 기예가 뛰어난 장인들을 선발해 제작에 나선다.
세밀화가들은 에니시테를 통해 점차 서양미술의 영향을 받게 되고, 이것은 그들 사이에 커다란 갈등과 불안을 가져온다. 전통적인 화풍을 고수하는 것과 새로운 화풍을 받아들이는 것, 신성모독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사이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온다. 궁정화가 3인방인 나비, 올리브, 황새는 서로의 가치관을 설파한다. 이는 결국 엘레강스 등 세밀화가들의 희생을 불러온다. 우선서양 화풍의 적극적인 도입을 지지했던 에니시테조차 살해당한다.
살인 사건은 세밀화가들의 피투성이로 사건으로 변해간다. 술탄은 이러한 살인 사건이 자신을 향한 도전이라 여기고 궁정 화원장인 오스만과 에니시테의 조카인 카라에게 사흘 안에 살인범을 찾아내도록 명령한다. 여주인공 세큐레는 남편이 4년 전 페르시아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자 남은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하여 새 남편감을 찾으려고 궁정화가들을 물색한다. 그러던 중 살인 사건을 추리하기 위해 12년 전 어린 시절 세큐레와 맺어지지 못하고 헤어진 사촌 카라를 만난다.  세큐레는 남자답게 성장한 카라를 보며 다시 설레기 시작하지만 카라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시선과 여러가지 문제로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궁정화가들을 모아 비밀리에 책을 만들고 있던 세큐레의 아버지인 에니시테는 원근법이 적용된 서양식 미술 양식에 매료되어 술탄을 설득하고 궁정은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세밀화가인 살인자는 스타일을 갖고 있었고, 결국 그가 무심코 남겨둔 몇몇 그림을 통해 가면이 드러난다.결국 화원장 오스만은 황금 바늘로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고, 살해범인 올리브는 이스탄불에서 도망치려다 셰큐레의 시동생인 하산에게 살해당한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톱카피 궁전 박물관 뒤 네르나마(기술서) 도서관에 그려진 '궁술 연습 중인 술탄 무라드 2세를 그린 세밀화. www.learner.org

6.소설 속 세밀화가들의 갈등은 문명과 문명의 충돌,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개인의 창의성과 권력의 충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예술의 외부 영향과 발전에 대한 갈등과 성찰을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빨강(레드)은 피와 폭력을 상징하기도 하고, 욕망에 대한 열정도 뜻한다. 
제목에 쓰인 '빨강'은 인류 최초의 색이다. 해(태양)와 불에서 인류가 처음으로 인식한 색이기도 하다. 해는 저녁에 죽었다가 아침에 살아나는 불사조다. 이는 영어의 ‘칼러(color,색)’가 빨강을 뜻하는 'colōrem)',‘콜로라도(colorado)’에서 유래한 것에서도 알 수있다.
빨강은 생명의 색이자 불멸의 색이다.이집트인들은 해를 베누(Benu,불사조)라고 했다.저녁에 죽었다가 아침에 살아났기 때문이다.이런 인식이 그리스로 전해져서 태양, 해는 그리스에서 피닉스(Phonenix)’로 표기했다. 물론 '빨강'이라는 뜻이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빨강은 점점 불경한 색으로 변해갔다.해와 고귀함은 뜻하는 색은 빨강을 희석한 분홍,주황 등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빨강은 주홍글씨 등에서 나타나듯이  부정적이고, 음란하고 무언가 켕기는 색, 유혹의 색, 금기의 색으로 변해갔다.

니자미 간자비가 쓴 시의 주인공 코스로 파비즈(Khosrow Parviz)가 목욕하는 시린(Shirin)을 발견하는 모습을 그린 세밀화. 1550년 페르시아 쉬라즈에서 그려졌다. 프리어 미술관 컬렉션.

7.소설속에는 소재로 쓰인 다양한 책(서사시와 이야기집 등)가 소개된다. 대표적인 책이 샤 타마스프(1524~1576, 이란 왕)의 샤나메(서양에서  Houghton shahnama 알려짐)다. 이 책은 샤 타마스프의 명령으로 만들어졌으며, 페르시아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삽화가 있는 이야기집이다. 1568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술레이만 대제 (Suleiman the Magnificent,1494~1566)와 휘렘 술탄(Hürrem Sultan,1504~1558, Haseki Hürrem Sultan,술탄의 수석 배우자)의 아들의 아들 셀림 2세(Selim II, 1524~1574)에게 주는 선물로 등장했다.
또 이슬람 신학자이자 영적 작가 이븐 카이임 알자우지야(Ibn Qayyim al-Jawziyya, 1292~1350)의 '영혼의 책', 슈나메(성) 이 후마윤(Surname-i Hümayun)의 '황실 축제의 책(Imperial Festival Books)', 페르시아 시인 페르도우시(Abul-Qâsem Ferdowsi Tusi,940~1020,페르시아어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가 쓴 국가 서사시 '왕서(Book of Kings)', 페르시아 작가 니자미 간자비(Nizami Ganjavi, 1141~1209)의 '코스로와 시린(Khosru and Shireen, 역자에 따라 휘스레브( Hüsrev)와 시린-비극 로맨스 이야기)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이밖에 바그다드 출신 학자이자 여행자 아마드 이븐 파들란(Ahmad ibn Fadlan,10세기 여행자)의 '말의 책', 근대 세계를 열어젖힌 오스만제국의 군주인 '술탄 셀림 연대기(셀림 1세, 재위 1512~1520)',  , 이란 왕 샤 이스마일(1501~1514)의 아들 샘 미르자 사파비(Sam Mirza Safavi, 1517~1566)의 주문(呪文)인 '별의 수렴, The Convergence of the Stars)'등도 나온다. 또 페르시아 시인이자 산문 작가 사디 시라지(Saadi Shīrāzī,1210~1291)의 '장미 정원(Gulistan,1258 발간) 도 등장한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 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인 보스니아 출신의 오스만 제국 화가 나카슈 오스만 (Nakkaş Osman,생몰 미상, 16세기 중반 이후 주요 세밀화가)이 그린 '베오그라드에 도착하는 술탄 슐레이만(Sultan Sulleyman,1494~1566,무라트3세 아버지)'. https://kvmgm.ktb.gov.tr

8.이 소설은 이슬람 세밀화의 아름다움에 대한 진혼곡이다. 특히 잊혀진 세밀화와 화가들을 전면에 내세워 소설과 미술의 ‘경계 허물기’를 실험했다. 소설이 나온 후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FAZ, 프랑크푸르트 알마인에서 발행되는 보수 일간신문)는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은 유럽에 소설 쓰는 법을 보여줬다”고 격찬했다.
영어로 나온 이후 호평이 이어졌다. 미국 주간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1872년 창간) 의 한 평론가는 ".보석으로 장식된 것같은 산문과 매혹적인 일탈, 이야기 안에 중첩된 이야기"라며 높이 평가했다. 또 저자 파묵이 "접근하기 쉽고 매력적이며 지적으로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많은 새로운 독자를 확보할 것"이라고 썼다.
미국 잡지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도 "이슬람 사회에서 예술의 본질에 대한 기발하면서도 도발적인 탐구, 아이디어, 이미지, 지식의 풍부한 향연"이라고 묘사했다. 미국의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조나단 레비(Jonathan Levi, 1955~현재)는 엘에이타임스(LA Times) 기고에서 "이슬람이 탄생한 지 1000년 만에 이슬람의 사악할 정도로 날카로운 모서리와 협상하는 예술가들의 강렬한 삶을 파묵이 표현한 것이 내 이름은 빨강"이라며 "소설의 배경이 비록 400년 전이지만 현대 사회의 긴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비는 "우리 시대의 소설"이라고 격찬했다..
미국 비평가 리처드 에더(Richard Eder,1932~2014)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기고에서 "형이상학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동서양의 상호 작용에 대한 강렬한 관심을 설명했다"며 "글의 역설적인 가벼움과 유쾌함, 끝없이 모퉁이를 돌게 되는 놀랍도록 구불구불한 이야기, 생존을 위한 등장인물들의 책략에 담긴 완고한 인간성 묘사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9.오르한 파묵(Orhan Pamuk) 스스로 '내이름은 빨강'에 대해 “나의 가장 다채롭고 낙관적인 소설이다”고 말했다. 영국 BBC 라디오 4는 2008년에 소설을 각색, 방송했다.
한국에서는 튀르키예 문학 연구가인 이난아 교수가 번역됐다.나오자마자 인기를 얻으면서 스테디셀러가 됐다.

오르한 파묵의 2000년대 초 모습.www.orhanpamuk.net

#.오르한 파묵(Orhan Pamuk, Ferit Orhan Pamuk,1952~현재)=튀르키예 대표 소설가이자 수필가. 2006년 10월 12일에 튀르키예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 튀르키예 최고의 진정한 이야기의 대가. 2005년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타임 100 list)에 선정.튀르키예에서 책이 가장 많이 팔린 작가다.

오르한 파묵의 할머니. Orhan Pamuk의 아카이브.www.orhanpamuk.net

1.튀르키예 전역의 철도를 설치한 엔지니어 1세대인 할아버지와, 독일 베를린에서 법학을 공부한 외할아버지를 둔 이스탄불  유럽 지구의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아버지는 사업가 귄뒤즈 파묵(Gündüz Pamuk)이고, 어머니는 셰퀴레 파묵(Şeküre Pamuk)이다. 파묵에게는 형 이스탄불 보아지치 대학 교수 셰브켓 파묵(Şevket Pamuk,1950~)과 언론인인 이복누나 후메이라 파묵(Hümeyra Pamuk)도 있다.

오르한과 그의 동생. Orhan Pamuk의 아카이브.www.orhanpamuk.net

2.이스탄불에서 명문 고등학교 로버트 칼리지(Robert College)를 졸업한 뒤, 화가를 지망하며 이스탄불기술대학교(Istanbul Technical University) 건축학과에 진학했으나 1974년 중퇴하고 글쓰기 전업작가를 선언했다. 이후 진로를 변경, 1976년 이스탄불대학교(University of Istanbul)에서 저널리즘을 전공, 졸업했다.
1974년부터 5년간 집필한 첫 소설 《빛과 어둠(Karanlık ve Işık)》으로 1979년 밀리예트 신문사(Milliyet Press)의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어 밀리예트 문학상(Milliyet Press Novel Contest Award)을 수상했다. 그런데  농촌 문제를 다룬 소설이 주류였던 당시 대세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판에 곤란을 겪고 3년 뒤에야 간신히 출판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이 파묵을 작가로서 알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1982년 '제브뎃 씨와 그의 아들들(Cevdet Bey ve Oğuları)'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인기글 얻으며 1983년 튀르키예의 오르한케멀 소설상(Orhan Kemal Novel Prize)을 받았다. 1983년에 낸 두 번째 소설 '고요한 집(Sessiz Ev)'으로 1984년 튀르키예의 마다랄르 소설상(Madarali Novel Prize), 1991년 프랑스의 유럽발견상(Prix de la Découverte Européenne)을 받았다. 또1990년 영국에서 독립해외문학상(Independent Foreign Fiction Prize)도 수상했다.

유년기의 오르한 파묵 모습. www.orhanpamuk.net

3.파묵은 1991년 튀르키예 영화 '숨겨진 얼굴(Gizli Yüz, 1992)'의 시나리오를 집필, 튀르키예의 '안탈리아 골든오렌지 영화제(Antalya Golden Orange Film Festival)'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다. 또 1995년 출간한 '새로운 인생(Yeni Hayat)'이  100만 부 이상 팔려 튀르키예 문학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파묵에세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소설은 1998년 2부작으로 낸 '내 이름은 빨강(Benim Adım Kırmızı)'이었다.이로써 파묵은 변방의 작가에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2002년 정치소설 '눈(Kar)'을 발표, 다시 주목받았다. 이슬람교 문화의 튀르키예에 나타나는 세속적 민족주의와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 간의 충돌 등을 절묘하게 그려내 호평받은 것이다. 이 소설로 2005년 프랑스 메디치상(Prix Médicis étranger)을 받았고, 2004년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의 '올해의 책 10'으로 선정됐다.

오르한 파묵의 유년시절 가족사진. www.orhanpamuk.net

4.파묵은 2005년 독일에서 열린 '제57회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Frankfurt Book Fair)'에서 독일 출판인협회가 주는 독일도서전 평화상(Peace Prize of the German Book Trade)을 받았다. 이어 2006년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 선정 이유로 "역사적 그늘 속에서 문화 간의 충돌 및 혼재를 표현해 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파묵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데미르타스 세이훈(Demirtaş Ceyhun, 1934~2009)는 "파묵 소설은 미국 특허 포스트모던 소설"이라고 비판하고 "노벨상은 특허 수수료"라고 힐난했다. 당시 튀르키예 10대 대통령(2000~2007) 아흐멧 네데 세제르(Ahmet Necdet Sezer,1941~현재)도 파묵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축하하지 않았다고 보도됐다.
파묵은 2012년 4월 27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추쿠르추마 지역에 박물관을 열었다. 4층의 목조건물로 구성된 '순수 박물관(http://www.masumiyetmuzesi.org/)'이다. 이 박물관은 2014년 에스토니아에서 '올해의 유럽 박물관(European Museum of the Year Award)'으로 선정했다.한편 2003년에는 에세이 형식 회고록 '이스탄불-도시 그리고 추억(İstanbul: Hatıralar ve Şehir,2003)'를 냈다.

2022년 4월 아슬리 아키바쉬(Aslı Akyavaş)와 이스탄불에서 결혼한 오르한 파묵.

5.파묵은 공식적으로 두명의 여인과 혼인했다. 1982년 3월 역사학자 아일린 투레군(Aylin Türegün)과 결혼, 슬하에 1991년 태어난 딸 루야(Rüya Rüya PAMUK,1991~현재)를 두었으나 2001년 이혼했다.
2022년 4월에는 10여년 동안 동거해온 아슬리 아키바쉬(Aslı Akyavaş)와 이스탄불에서 결혼했다. 69세의 파묵(Pamuk)과 47세의 혼인이었다. 이밖에 파묵은 인도작가 키란 데사이(Kiran Desai , 1971~현재, 2006년 맨부커 상 수상)와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2011년 1월 터키-아르메니아계 예술가 카롤린 피세크시(Karolin Fişekçi,1979~현재)가 Hürriyet Daily News에 공개한 "2010~12년 파묵과 관계했다"는 주장은 부인했다.

2012년 11월 8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오르한 파묵 캐리커처.www.nytimes.com

8.파묵은 민감한 정치 문제에도 과감하게 발언했다. 2005년 2월 스위스 신문에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1915년 아르메니아인 100만여 명과 쿠르드족 13만여 명을 학살했다고 발언, 튀르키예 국내에서 논란이 됐다. 이 발언으로 2005년 6월 국가모독죄 혐의로 튀르키에 검찰에 기소됐다. 2008년 1월 튀르키예 당국은 민족주의 지하 조직인 에르게네콘(Ergenekon)이 파묵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미리 알렸더. 튀르키예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낀 파묵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컬럼비아 대학교 비교문학과 글쓰기 교수로 재직한. 파묵은 미국에서도 튀르키예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비판하고 했다. 2020년 7월에 이스탄불 하기아 소피아(소피아 성당)가 모스크로 전환된 것에 대해 비판했다. 2008년 6월에는 미국의 포린 폴리시와 영국의 프로스펙트 잡지가 인터넷으로 진행한 앙케이트에서 세계 100대 지식인(4위)에 올랐다.

2006년 12월 10일 일요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 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오른쪽)이 메달과 그의 딸 루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9.파묵의 책은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1100만 권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했다. 알레고리적 수법과 메타픽션(meta-fiction) 기법의 소설이  독자들에게 재지와 신선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주요작품으로는 고요한집1,2(1983), 하얀성(1985), 새로운인생(1994), 내 이름은 빨강(1998),검은책(1990), 눈(2002), 이스탄불(2003), 순수 박물관(2008), 빨강 머리 여인(2016), 내마음의 낯섦(2014) 등이 있다. (콘텐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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