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댈러웨이 부인-페미니즘의 선구자가 쓴 소설의 첫문단은 아름다운 시처럼 쓰여졌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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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페미니즘의 선구자가 쓴 소설의 첫문단은 아름다운 시처럼 쓰여졌다.

지성인간 2023. 8. 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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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자기가 사오겠다고 댈러웨이 부인은 말했다. 루시는 루시대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들도 떼어내야 했고, 럼플메이어에서 사람들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고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생각했다. 얼마나 상쾌한 아침인가. 마치 바닷가의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아침처럼 신선했다. 얼마나 유쾌했던지! 마치 대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만 같았다! 언제나 그런 느낌이었다. 부어턴에서 프랑스식 유리문을 열어젖히고-그 문의 경첩이 약간 삐걱대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활짝 열린 대기 속으로 뛰어들 때면 언제나 그런 기분이 들곤 했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얼마나 신선하고, 얼마나 고요했던지. 물론 오늘 아침보다도 조용했었다.”(최애리 역, 열린책들, 2009)

여성 조각가 로리 디젠그레멜(Laury Dizengremel)이 제작한 영국 런던 근교 리치몬드 강변의 한 공원에 있는 버지니아 울프 동상 부분.photo by wikipedia

1.파티를 준비하는 어느 날의 일상과 내면의 생각을 쓴 도입부부터 운문체의 아름다운 문장이 흐른다. 시(詩)로 변용해도 손색이 없는 어휘들이 맞춤처럼 들어 있는 듯하다. 꽃과 상쾌한 아침이 회상의 저편으로 안내하는 의식 안에 깨끗한 문장구조, 아름다운 글을 얹혔다 할 수 있다. 자세한 사물 묘사와 기억의 저편이 얽히는 이야기 전개는 큰 서사 없이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첫 문단에 나오는 럼플메이어는 런던 세인트제임스 거리에 있는 주문요리 배달점, 부어턴은 잉글랜드 중남서부 구릉지대 코츠월드의 부어턴온더워터를 말한다.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의 고향이다.

2.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1925)은 영국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적 작품으로 세계 문학사에서 ‘고전 중 고전’으로 꼽힌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비슷한 시기에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소설 창작 기법으로 인간의 불가사의한 내면세계를 탐구한 수작(秀作)이다.
울프 부부가 집(호가스 출판사, 표지 디자인은 언니 바네사 벨)에서 사실상 자비(自費) 출판했음에도 책은 나오자마자 비평가의 호평은 물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1925년5월 출판된 '댈러웨이 부인' 초판본(호가스 출판사). 표지는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 바네사 벨이 디자인했다. photo by wikipedia

이 소설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많은 찬사와 연구대상이 돼왔다. 타임이 2005년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소설’에서 2위에 올랐다. 2002년 노벨연구소 선정 최고의 세계문학 100선,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세계 100대 명저, 1996년 ‘뉴욕타임즈 북 리뷰’가 선정한 20세기에 가장 영향을 끼친 ‘그레이스 북스’에 포함됐다.
이 소설을 거대한 메타포로 보는 이들도 있다. 각 캐릭터에 대영제국과 식민지, 영국의 예고된 쇠퇴, 성과 인간 정체성, 특권 여성, 가부장 문화의 한계 등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3.댈러웨이 부인은 장편소설임에도 소제목이나 다른 장으로 넘어가는 챕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문단  바뀜도 거의 없다. 또 인물의 등장에 따라 내레이션도 복잡다단하게 전개된다. 주인공 이름마저 댈러웨이 부인이었다가 클라리사가 되기도 한다.
인물의 순간적인 생각을 면밀히 추적, 사실대로 표현한 것이 압권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가 교묘하게 얽히면서 기억과 회상 등이 겹쳐지는 서술이 반복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를 뒤섞어서 미묘하고 불합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콜라주(collage) 기법이다.
특히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내면의 세계를 쫓아가는 만큼 기존의 소설 양식을 과감히 벗어났다. 우선 이렇다할 서사 구조도, 큰 사건도, 작은 주제도 없다. 물결의 움직임, 흔들리는 나뭇잎, 바느질 묘사 등이 의식의 흐름 어느 한편에서 하나하나 빛나고 있을 뿐이다.
소설의 시점도 전지적 시점에서 1인칭 시점 등으로 자유롭게 바뀐다. 화법 구분도 과감하게 없앴다. 내적 독백은 기본이고, 아무도 알수 없는 혼잣말을 한다. 직접 말했는지 간접적 화법인지도 모호하지만 소설은 힘있게(?) 전개된다.

영국 런던 피츠로이 스퀘어에 1974년 설치된 버지니아 울프를 담은 블루프라그(Blue Plaque). 블루프라그는 영국 공공기관 주도로 유명인의 집과 관련 장소에 붙이는 파란색 명판이다. photo by wikipedia

4.등장 인물은 많지 않다. 50대의 고관(의회의원)의 아내 클라리사 댈러웨이(Clarissa Dalloway)부인(Mrs. Dalloway)과 남편 리처드 댈러웨이(Richard Dalloway), 아마추어 시인 셉티머스 워렌 스미스(Septimus Warren Smith)와 부인 루크레치아(Lucrezia), 댈러러웨이 부인 딸 엘리자베스의 가정교사 미스 킬만(Kilman), 댈러웨이 부인의 옛 구혼자 피터 월시(Peter Walsh) 등이다.

5.줄거리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년 뒤인 1923년 6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룻동안 댈러웨이 부인의 행동과 심리를 다뤘다.
고관의 아내로서 물질적 안정과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50대의 댈러웨이 부인은 겉으로는 생의 고뇌를 느끼게 할 만한 것이 없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생의 연속인 것처럼 보인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이 아팠던 댈러웨이 부인은 몸이 회복되자 파티 준비를 한다.꽃을 사기 위해 런던 시내로 나온 댈러웨이 부인은 본드 스트리트를 배회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규명하기 위한 삶의 미로를 헤맨다. 의식의 밖에서는 차가 연속 충돌해 폭발 소리가 나는데 이런 소리와 장면이 또 다른 인물인 (전쟁 중 포탄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셉티머스의 의식 속으로 옮겨진다.
차량 충돌에서 전쟁을 연상시키는 총소리와 대포 소리가 다른 사람의 의식과 겹쳐지고, 다시 달러웨이 부인에게로 옮겨진다. 집으로 돌아 온 댈러웨이 부인은 지하 납골실의 차가운 분위기와 하인들의 부지런한 몸놀림에서 오는 따스함을 동시에 느낀다.
조용한 다락방에서 저녁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를 바느질하면서 묵상을 한다. 운명의 실을 짜는 신화 속 여인같다.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느끼면서
옛 구혼자 피터를 떠올린다. 예민한 감수성에 낭만적이지만 모험심이 강한 피터의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느낀다.
조용한 묵상의 시간은 피터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깨진다. 피터는 댈러웨이 부인이 어딘가로 데려갈 것을 희망하지만 의식속에서 그럴 뿐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피터를 배웅하면서 옛 생각이 나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
저녁 파티에서 누군가 창밖으로 몸을 던진 한 젊은이를 이야기 한다. 그는 포탄 충격으로 정신 착란을 보였던 셉티머스였다. 셉티머스의 자살에 감정이입 한 댈러웨이 부인은 그가 죽음을 택해서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됐다고 판단한다. 죽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달러웨이 부인은 혼란스런 삶과 인간의 변덕 등에 동요하지만 그래도 생의 안정에 집중한다. 또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영혼을 고집한다. 피터에게 댈러웨이 부인은 영원한 생의 불가사의로 남는다.

네덜란드 출신 여성감독 마를린 호리스(Marleen Gorris, 1948~현재)가 1997년 만든 영화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 스틸 컷.photo by wikipedia

6.영국 소설가 E.M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1879~1980)는 “울프는 소설을 쓰는 원리로 표층과 심층사이에서 스스로 선택을 강요 받았을텐 데 표층을 선택한 다음에 할수 있는 한 깊이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의 환상적(매직) 리얼리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성과 창조력의 가장 민감한 부분들 사이에서 절묘한 실험을 성공시킨 영문소설”이라고 말했다.
1999년 풀리처 상을 받은 소설 ‘디 아워스(The Hours,1999)’로  버지니아 울프 붐을  다시 일으킨 미국 작가 마이클 커닝햄(Michael Cunningham, 1952~현재)은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답고 정교하며, 예리한 문장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격찬했다.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현재)는 수상 소감 중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영화 '디아워스(The Hours,2002)'에서 1920년대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하는 니콜키드먼.2003년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photo by movie.daum.net

7.2000년대 들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나왔고, 영화 ‘The Hours(2002)’로 제작됐다. 미국 헐리우드 스타 여배우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1920년대 버지니아 울프), 줄리안 무어 등 3명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출연 여배우 3명이 동시에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니콜 키드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니콜 키드먼)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소설과 영화는 울프의 삶과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너무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버지니아 울프의 1902년 쪽진 머리스타일(chignon)초상 사진. 작가 미상. photo by wikipedia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 1882~1941)=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Adeline Virginia Stephen)이다.

1.영국 런던 사우스 켄싱턴의 하이드 파크에서 문인이었던 레슬리 스티븐 경(Sir Leslie Stephen)과 줄리아 프린셉 잭슨(Julia Prinsep Jackson, 1846~1896)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부 둘 다 아이를 둔 재혼이었다. 아버지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저명한 문예 비평가로 활동해 집에는 책도 많고, 문인들도 많이 드나들었다.
당시 여성들은 제도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울프는 유년기부터 책을 탐독해 어떤 지성인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식견을 갖췄다.

어린시절의 버지니아와 어미니 줄리아 스티븐.1884년 헨리 허셜 헤이 카메론(1852~1911)작품이다. 스미스 대학 도서관 소장. photo by wikipedia

13살 때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울프의 생애에 짚은 구름이 휩쌓인다. 전기 작가들은 어머니 사망후 성추행 사건  등 여러 가지 일이 울프 정신 질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스물두살 무렵에는 아버지(1904년 사망)마저 세상을 떠난다. 울프의 정신 질환 증세는 이 때부터 더 심화됐다.

2.킹스 칼리지 런던의 여성부를 다녔다. 스무살 때인 1891년 봄 울프는 언니 바네사와 함께 하이드 파크 게이트 뉴스(Hyde Park Gate News)를 창간했다.
울프는 영국의 작가·철학가·예술가 집단인 블룸즈버리그룹(Bloomsbury Group) 멤버다. 구성원들이 런던 중심가 대영박물관과 케임브리지 근처의 블룸즈버리에 살고 있었던 것에서 연유했다. 멤버 중 화가 덩컨 그랜트( Duncan James Corrowr Grant, 1885~1978)를 제외한 남성 모두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다.
이 모임에는 화가이자 미술 평론가 로저 프라이(Roger Eliot Fry, 1866~1934), 화가 덩컨 그랜트, 화가이자 장식가인 바네사 벨(Vanessa Bell, 1879~1961, 버지니아 울프 언니)과 남편 클라이브 벨(Clive Bell, 1881~1964, 시인이자 비평가), 울프와 남편 레너드 시드니 울프(Leonard Sidney Woolf, 1880~1969),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 케인즈 경제학의 주인공) 부부 등이 주요 멤버였다.

언니 바네사(오른쪽)와 자택 톨랜드 하우스(Talland House)에서 크리켓 놀이를 하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 photo by wikipedia

이밖에 철학자이자 역사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3rd Earl Russell, 1872~1970), 소설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Aldous Leonard Huxley, 1894~1963), 시인이자 문학비평가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도 어울렸다.

3.정서적으로 밀착 관계에 있는 언니 바네사(1879~1961)가 결혼하자 의지할 사람을 잃는다. 이에 1912년 오빠 토비 스티븐(Thoby Stephen)의 친구이자 평론가인 레너드 시드니 울프(Leonard Sidney Woolf, 1880~1969)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스물아홉살 때이다. 울프는 결혼해서도 부부관계를 싫어하고, 정신 질환이 여전했다.
하지만 레너드는 버지니아가 죽을 때까지 30여 년간 아내의 정신 질환과 자살 기도 등을 감내한다. 1914년 무렵 레너드는 아내를 위해 리치먼드로 이사하고, 자택인 호가스하우스에 출판사까지 세워 울프의 책을 출간한다. 이것이 지금도 유명한 호가스출판사의 탄생이었다.
1915년 첫 작품 ‘출항(The Voyage Out)을 낸데 이어 이듬해 ‘밤과 낮’도 출판한다. 울프를 유명하게 만든 실험적 소설의 첫 작품인 ‘제이콥의 방’은 1922년 나온다.

영국 화가이자 비평가인 로저 엘리엇 프라이 (Roger Eliot Fry, 1866~1934)가 1817년 그린 버지니아 울프 초상화. photo by wikipedia

4.울프는 1924년 비평서를 내고 새로운 실험소설과 페미니즘 문학의 가치 정립을 한다. 기존의 소설 형식과 내용을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듬해 나온 ‘댈러웨이 부인’은 이에 대한 실험으로 문학계에 파장을 몰고 왔다. 실험 소설이 비평가와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것이다.
1927년에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시간과 공간 개념을 더 진전시킨 ‘등대로’를 출간,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페미나 문학상을 받았다.
울프는 소설의 잇따른 성공으로 페미니즘 운동가로서 목소리를 내면서 여성 인권 관련 강연에 적극 나섰다. 이런 강연을 토대로 케임브리지 대학 뉴넘 칼리지에서 강의했고, 이를 모아 책으로 냈다.
1929년 나온 유명한 에세이 모음집 ‘자기만의 방’이다. 이 책은 초판만 100만 부가 팔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5.울프는 작가, 여성 운동가로 엄청난 명성을 쌓았지만 예민한 성격과 정신 질환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러 번 감호시설에 수용됐고 두 번 이상의 자살 시도를 했다.
또 강한 동성애 성향도 보였다. 1920년대말 1930년 중반 남편이 있었던 정원 디자이너 비타 삭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1892~1962)와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이밖에도 매기 시몬드(Madge Symonds) 등의 여성이 버지니아 주변에 있었다.
아일랜드계 미국 전기 작가 길리안 길(Gillian Gill,1942~현재)은 울프의 동성애 성향에 대해 “어린 시절 남자형제들에 의한  성적 학대라는 충격적인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버지니아와 레너드 울프의 약혼사진. 1912년에 찍은 작가 미상 사진이다. photo by wikipedia

6.남편 레너드의 끝없는 사랑과 헌신도 울프의 정신 질환을 완화시키지는 못했다. 그래도 책은 꾸준히 쓰고, 출판했다.
1941년 2월 울프는 마지막 작품 ‘막간(Between the Acts, 1941)’을 탈고했다. 그러나 우울증은 더 심해졌다. 레너드는 1941년 3월 27일 아내를 인근 브라이튼의 병원으로 데려가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 울프는 남편에게 편지를 한 통 써 두고 산책을 나갔다. 유서였다.
“여보, 나는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가 또다시 그러한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두 사람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다음 백과 인용)

7.유서를 쓰고 나간 3월28일 울프는 부부가 살던 잉들랜드 서식스 로드멜 마을 뭉크스 하우스 인근 우즈강(잉글랜드 노스요크셔주를 흐르는 강)에 투신했다. 뒤늦게 유서를 발견한  레너드는  부랴부랴 울프를 찾아 나섰지만 허탕만 쳤다. 경찰과 이웃의 수색에도 찾지못했다.
울프의 시신은 20일 뒤인 4월18일 우즈강의 물이 썰물로 바뀌었을 때 발견됐다. 오버코트 호주머니에는 돌멩이가 가득했다고 한다. 59세였다. 레너드는 집 정원 느릅나무 아래에 화장된 유골을 묻었다. 울프의 정신 질환은 나중에 ‘양극성 장애’로 진단됐다.
앞서 울프와 함께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기법을 주도한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1882~1941, 대표작 ‘율리시스’ 1922년 파리 출간)도 1월초 영면했다.

8. 주요 작품으로는 ‘출항(The Voyage Out, 1915)’, ‘벽 위의 자국(The Mark on the Wall,1917)’, ‘밤과 낮(Night and Day, 1919)’, ‘제이콥의 방(Jacob’s Room,1922)’,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1925)’, ‘등대로(To the Lighthouse, 1927)’, ‘올랜도(1928)’ , ‘파도(The Waves, 1931)’, ‘세월(The Years,1937)’ 등이 있다. 또 에세이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1929)’ 등 다수의 비평서가 있다.

2007년 루마니아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모델로 해 발간한 우표. photo by wikipedia

9.한국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일찌감치 너무나 유명해 진 인물이다. 시인 박인환(朴寅煥,1926~1956)의 ‘목마와 숙녀(1955년 10월 잡지 ‘詩作’ 7호 게재)’ 덕분이다. ‘한잔의 술을 마시며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구절은 문학청년들은  대부분은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2007년 불가리아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을 모델로 한 우표가 발행됐다. 한편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1928~2016)의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a Woof)는 버지나아울프의 생애나 소설과 관련이 없다. 다만 극작가가 작품을 탈고한 직후 레너드 울프에게 이름 사용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콘텐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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