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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돈키호테-슬픈 결말로 끝나는 불멸의 소설은 내레이션 기법으로 시작된다. 본문
“메마를 대로 메말라 먼지만 풀풀 날리는 라 만차의 어느 작은 마을, 지금은 이름도 아스라한 그곳에 기사도 소설에 푹 빠진 시골 귀족이 살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양반은 명색이 귀족이긴 하지만 하루 종일 배를 깔고 누워서 책이나 읽고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부자는 아니었다. 그저 수수한 시골 귀족에 불과했으니, 농사꾼보다 낫다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귀족에 비하면 한참 가난한 처지였다.”(김정우 역, 푸른숲주니어, 2007)
1.어떤 사물을 바라보면서 있는 그대를 표현하는 문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갈 주인공의 미래를 내레이션 기법으로 시작한다. 첫 문단에서는 나중에 전개될 대화체 서술기법 등도 엿보이지 않는다. 객관적 입장에서 논술문 등을 쓸 때 참고할 만한 첫 문단 서술법이라고 할 수 있다.
2.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Don Quixote, 전편 1605, 후편 1615)’는 중세와 르네상스를 넘어 근대를 열어 젖힌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소설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없다.
세르반테스를 ‘불멸의 이름’으로 만든 돈키호테의 원 제목은 ‘라 만차의 기발한 신사 돈 키호테(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이다.
초판 400부가 나오자 마자 순식간에 동났고, 몇 년 사이에 3만 부가 팔리는 초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연히 해적판이 횡행했다고 한다. 전편(1부)이 나온 지 몇 년 후 다른 언어권으로 전해져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 출판됐다.
현대에 와서도 종교 서적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노벨연구소가 2002년 발표한 전 세계 유명 작가 100인이 뽑은 최고의 책 1위에 선정됐다.
3.돈키호테는 너무나 유명해 방랑기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 애마 로시난테, 산초 판사 등을 세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서술 방식인 액자식 구성도 재미를 더한다.
돈키호테는 '무적함대(아르마다 인벤시블레, Armada Invencible)'가 영국해협에서 무너진(1588,영국해군 승리) 이후 에스파냐(스페인)에 퍼진 제국의 위기, 세기말의 우울이 만연한 때(1500대 말~1600년대 초)쓰여졌다.
소설에서 불만과 불운, 불안과 씁쓸함, 엉뚱함과 어이없는 유머, 잃어버린 정체성 등을 한 몸에 안고 있는 기사도 정신이 나오는 이유로 분석된다.
4.돈키호테는 지독한 풍자와 은유, 위트와 해학, 다양한 패러독스(paradox)가 읽는 이를 즐겁게 하는 책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병을 얻어 쓸쓸히 죽는 돈키호테의 결말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현대의 에스파냐 언어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에스파냐어를 ‘세르반테스의 언어(La lengua de Cervantes)’라고 할 정도면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유럽에서는 영어를 ‘셰익스피어의 언어’ , 독일어를 ‘괴테의 언어’ , 이태리어를 '단테의 언어',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6.당대와 후대 유럽의 작가들에게 큰 충격과 영향을 준 걸작(傑作)이다. 러시아 문호로 ‘죄와 벌’의 작가인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y,1821~1881)는 “돈키호테만큼 심오하고 강렬한 것은 없으며 인간 사유의 궁극적이고도 가장 위대한 표현”이라고 격찬했다.
멕시코의 대표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는 ”세르반테스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아버지'"라고 평가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밀란 쿤데라(1929~현재,체코 출신 소설가)는 “모든 소설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모두 다 세르반테스의 자손들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 평론가 해럴드 블룸(1930~2019, 전 예일대 교수)은 "단테 이후 서양의 중심 작가는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라고 말했다.
7.우리나라는 일제 시대 때 소설가이자 계몽주의자 최남선이 ‘청춘(1915)’ 이라는 잡지에 ‘둔기호전기’(頓基浩傳奇)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개했다. 그 해에 번역자를 알 수 없는 일본어 중역본(1915)이 나왔다고 한다.
최초 완전 번역은 대구매일신문 사장을 지낸 최민순(1912~1975) 신부가 스페인 유학 중이던 1960년에 완역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스페인 소설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이자 스페인어권 문학사의 핵(核)이다.
에스파냐 군주국 마드리드 북쪽 알칼라 데 에나레스(Alcalá de Henares)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아버지는 외과의사(?) 겸 이발사다. 가난하게 살아서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흙수저다.
성장해서 스페인 해군에 자원입대해 1571년 스페인 해군 주력의 신성동맹(Holy League)과 오스만 제국 함대가 맞붙은 레판토(Lepanto,그리스 서남부 파트라스 만) 해전(신성동맹 승리)에 참가했다. 이 전쟁에서 팔에 총상을 입어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2.1575년에는 오스만 제국 해적에게 잡혀 5년 동안 포로로 지내다 33살 쯤에 몸값을 주고 풀려났다.
하지만 귀국 중 다시 알제리 해적에게 잡혀 또 5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한다. 이후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서 세금 징수원을 하다가 억울하게 세비야(Sevilla,안달루시아에 있는 도시) 감옥에 7개월 동안 갇힌다. 이 때 돈키호테를 구상했다고 한다.
3.1605년 스페인 북서부 바야돌리드(Valladolid) 거주 때 돈키호테 전편(1권)을 낸다. 1615년 후편(2권)을 냈으나 건강 악화로 마드리드로 이사 한 뒤 1616년 4월 당뇨병과 간경변으로 사망한다.
유언에 따라 마드리드 트리니티(Trinity,삼위일체) 수녀원에 묻히지만 이후 수녀원 확장과 재건축으로 묘를 찾지 못한 채 400년 동안 잊혀 졌다.
세르반테스 묘는 최근에 와서야 겨우 찾아냈다.
2014년 스페인 정부에서 10만 유로(약 1억 4000만 원)를 들여 수녀원 곳곳을 발굴한 끝에 유해를 찾아냈다.
작품집으로 ‘모범 소설집’, ‘파르나소 여행’, ‘이혼 재판관’ 등이 있다.
4.마드리드의 중심부 에스파냐 광장에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산초의 동상이 있다. 스페인의 공적 문화재단은 세르반테스 문화원(Instituto Cervantes, 세계 45개국 설치)으로 쓰고 있다.
고향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는 ‘세르반테스 생가 박물관(Museo Casa Natal de Cervantes)’, 돈키호테 전편을 쓴 도시인 바야돌리드에 박물관이 있다.
또 마드리드에서 라 만차로 가는 방향에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일부인 ‘세르반테스의 길’을 가다 보면 세르반테스가 묵었다는 기념관이 있다.
5.돈키호테가 죽으면서 한 말에 세르반테스의 삶이 집약돼 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 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