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모모-어른이 읽어도 쏠쏠한 재미를 주는 소설의 첫 문단은 판타지의 典型을 보여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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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어른이 읽어도 쏠쏠한 재미를 주는 소설의 첫 문단은 판타지의 典型을 보여준다

지성인간 2023. 6.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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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주 다른 말을 쓰던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따뜻한 나라들에는 크고 화려한 도시들이 세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왕이 산 궁전이 우뚝 서 있고, 넓은 도로와 좁은 길과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있었다. 황금과 대리석으로 조각된 신의 상이 서 있는 웅장한 사원도 있고, 세계 곳곳의 왕국에서 들여온 온갖 다채로운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시장도 있었으며,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이야기하고, 연설을 하거나 듣기 위해 모였던 넓고 아름다운 광장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에는 극장이 있었다.”(한미희 역, 비룡소, 2003)

1.그림을 그리는 듯한 표현으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준다. 동화의 전형적인 도입부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장이 이어진다. 오늘의 폐허를 강조하기 위한 대조적 관계의 하나로 옛날의 화려함을 강조했다.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쉬운 어휘와 부드러운 문체가 읽는 이에게 편하게 들어온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판타지 소설의 기본을 말해주는 첫 문단이다.

2.미하엘 엔데의 ‘모모(Momo,1973)’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20세기의 동화 명작이다. 출판 이후 10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소설은 괴기스럽지 않으면서 재미있다. 어린이의 모험 이야기가 따뜻하게 펼쳐지면서 재미와 위로를 더한다. 어른이 읽어도 쏠쏠하 재미를 주면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수작(秀作)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보기 드물게 많이 팔린 어린이 책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생전 저자의 인터뷰대로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나눌 수 있는 우정과 사랑 대신 돈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책이다.
원래 제목은 아주 길다. 원제는 ‘모모-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MOMO-oder Die seltsame Geschichte von den Zeit-Dieben und von dem Kind, das den Menschen die gestohlene Zeit zurückbrachte)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Momo’로 번역됐다.

한국에서 번역출판된 '모모' 앞 표지. 2003,비룡소

3.모모는 산업화와 문명발전이 낳은 물질 소비가 우회적으로 반영된 작품이다. 독자,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간의 가치를 물질로만 측정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계도적 성격도 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이자 고아원에서 탈출한 여자아이 ‘모모’, 도로 청소 할아버지 ‘베포’, 아름다운 청년 ‘기롤라모(애칭 기기)’, 현자(賢者)로 시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호라 박사’ , 악의 조직 영업사원(회색 신사들) 등이다.
또 개구쟁이 소년 ‘프랑코’, 동생과 함께하는 소녀 ‘마리아’, 목소리 좋은 살찐 소년 ‘마시모’, 박학다식한 안경 소년 ‘파올로’. 미장이 ‘니콜라’, 식당 주인부부 ‘니노와 릴리아나’ 등이다.

4.줄거리는 과거의 화려한 영광은 있으나 폐허로 변하고 있는 시골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시간 관리라는 테마를 통해 전개한다.
쇠락한 마을에 어린 고아 '모모'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시간을 절약해야 하고,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강박에 쫓기며 마을사람들이 점점 달라진다. 청소부 베포가 알아보니 오로지 부의 증식과 이익에 목적이 있는 시간저축은행 영업사원인 회색신사들(악한들) 때문이었다. 이에 베포와 모모 등 마을 사람들은 회색신사들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모모는 시간의 관리자(?)인 호라 박사에게로 피신하지만 회색신사들은 집을 포위해 호라박사의 집 시간을 오염시킨다. 위기에 처한 호라 박사는 악한들을 물리치기 위해 중요임무를 모모 등에게 맡긴다.
모모는 영업사원 일당을 따라가 임무 수행에 나선다. 특히 시간의 꽃들을 건드려 사람에게 시간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한다. 이에 회색신사들은 일망타진되고 시간이 멈췄던 세상이 다시 움직인다. 또 도로와 광장 등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어 길 한복판에서 아이들이 놀아도 위험하지 않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을사람들이이 서로 사랑하며 화목하게 살게 된다.

5.모모는 한국에서 번역본이 성공하자 독일에서 재평가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차경아(번역가) 번역으로 ‘모모(1977,청람문화사)’가 나왔는데 이 책이 한국에서 성공하면서 독일에서 다시 ‘엔데 붐’이 일어났다고 한다. 차경아와 작가 엔데는 그후 협업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모모는 1986년 이탈리아와 서독에서 영화로 제작됐다. 우리나라는 1989년 개봉했다. 이탈리아에서 2001년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모모-시간의 정복자(Momo-The Conquest of Time,이탈리아 원제 Momo-alla conquista del tempo, 2001)’가 그것이다.
독일에서는 2000년대 초 ‘모모’ 출판 40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공모전이 열리기도 했다.

6.여담으로 전남 광주시(광역시 지정 이전)에 있었던 옛 전일방송의 제1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을 받은 ‘모모(노래 김만준, 작사작곡 박철홍)’는 이 소설 ‘모모’가 모티브가 아니다.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Émile Ajar) 소설 ‘자기앞으로 생’의 주인공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고 한다. 에밀 아자르는 나중에 프랑스 유명 소설가 로맹가리(Romain Gary,1914~1980)의 필명으로 밝혀진다.

1962년의 미하일 엔데 모습.photo by Christine Meile.출처=위키피디아 영문판.

#.미하엘 엔데(Michael Ende,1929~1995)=독일의 동화·판타지 작가. 바이에른주 출신의 아동문학가. 본명은 미하엘 안드레아스 헬무트 엔데(Michael Andreas Helmuth Ende)이다.

1. 바이에른 주 최남단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의 한 마을에서 화가인 아버지 에드가 엔데(Edgar Ende)와 물리치료사 어머니 루이제 바르톨로메(Luise Bartholomä)사이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엔데 가족은 뮌헨의 슈바빙 예술가 구역으로 이사했으며, 뮌헨의 막시밀리안 체육학교(Maximillians Gymnasium) 등을 다녔다.

2.2차세계대전으로 14살 때 국민돌격대에 징집됐지만 거부하고, 나치에 저항하는 비밀 단체에 가입했다. 전후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학교(Waldorf School) 고등교육과정을 졸업했다.
1948년에 뮌헨의 오토 팔켄베르크 예술 학교(Otto Falckenberg School)에서 연극을 배웠다. 1950년대 후반 첫 소설 ‘짐 버튼’을 썼고, 1960년에 ‘기관차 대여행’으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3.엔데는 일본 애호가였다. 일본은 2차세계대전의 주축국으로 독일에 많이 알려지면서 많은 독일인들이 일본을 좋아했었다고 한다.
엔데도 이런 영향으로 일본의 다도(茶道) 문화와 고대 일본의 전통을 좋아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을 수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나중에 일본 여인과 결혼도 했다.

4.엔데의 삶에서 여성은 많지 않았다. 청년시절 여자친구가 몇몇 있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는 이는 없다.
연상의 여배우 잉게보르크 호프만(Ingeborg Hoffmann)이 뮤즈였다. 둘은 196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결혼, 4년 동안 로마 외곽 겐자노 카사 리오코르노(Casa Liocorno)에서 살았다. 이 곳에서 소설 모모의 대부분을 썼다고 한다. 엔데는 1985년 아내가 폐색전증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뮌헨에 정착했다.
일본인 여성 사토 마리코(Mariko Sato)는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만나 1989년 9월 재혼했다.

5.엔데는 1994년 6월 위암 진단을 받았고, 1년 넘은 투병 끝에 1995년 8월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에슬링겐 지구 필더슈타트(Filderstadt)에서 영면했다.
당시 독일의 부고에 “동화라는 수단을 통해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비판한 철학가”라는 글이 실렸다고 한다.

독일 하노버의 한 공원에 있는 '모모'상. 출처 위키백과.

6.엔데의 작품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고, 4000만 부 가까이 팔렸다. 주요 작품으로 ‘짐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Jim Knopf und Lukas, der Lokomotivführer,1960)’, ‘짐 크노프와 13인의 해적(Jim Knopf und die wilde Dreizehn,1962)’, ‘끝없는 이야기(Die unendliche Geschichte,1979)’ ‘거울 속의 거울(Der Spiegel im Spiegel,1983)’,‘자유의 감옥(Das Gefängnis der Freiheit)’ 등이다.
또 사후 출판한 ‘망각의 정원(Der Niemandsgarten,1998)’이 있다.

7.엔데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엔데가 태어난 곳인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는 엔데박물관과 소박한 정원이 있다고 한다.(콘텐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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