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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몽유병자들-보불 전쟁 후유증과 1차 세계대전 전후 유럽의 가치 붕괴를 쓴 소설의 첫 문단은 정밀 묘사가 압권이다 본문

1888. 파제노 혹은 낭만주의 "1888년 폰 파제노 영주는 일흔살이었다. 그가 베를린 거리를 걸어오는 것을 보면 어떤 기이하고 설명할 수없는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 반감때문에 심지어 그가 고약한 늙은이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작지만 균향잡힌 노인으로 말라깽이도 배불뚝이도 아니었다. 그의 몸은 균형이 잘 잡혀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베를린에서 즐겨 쓰고 다니는 실크해트도 사실은 전혀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황제 빌헬름 1세 풍의 구레나룻을 기르고 있었지만 황제보다는 좀 짧았고 황제를 호인으로 보이게 했던 하얀 터럭은 그의 뺨에선 한 오라기도 찾아볼수 없었다. 머리털이 성기기는 커명 흰 머리카락도 몇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흔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었을 때 그대로 금발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존경심을 품고 바라보아야 할 노인에게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썩은 밀집을 연상시키는 좀 불그레한 금발이었다. 그러나 폰 파제노 영주는---." (헤르만 브로흐 저,김경연 옮김, 열린책들, 2011)

1.테마와 시대를 명확히 구분해 첫 문단을 시작하는 19세기 소설 형식을 취했다. 이는 19세기 마지막 유럽 쟁투인 보불전쟁 후유증이 낳은 병든 독일, 길잃은 유럽 상태를 표현하려는 저자의 의도로 보인다. 3인칭 시점인데도 굳이 주인공 폰 파제노를 드러내고, 그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붙여 과도한(?) 평가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스꽝스런 것의 과장을 통해 사회 가치 체계가 해체되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에대한 과도한 설명은 소설 전체의 흐름인 독일, 나아가 유럽사회의 병폐와 올바른 가치의 실종,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수 있다. 독자의 읽는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흠잡을 데 없이 써내려간 섬세한 묘사가 압권인 첫 문단이다.
본문에 나오는 *빌헬름 1세(Friedrich Wilhelm I, 1797~1888)는 독일제국 첫 황제이자 프러시아 왕이다. 프랑스와 프러시아 간 쟁투인 보불 전쟁(普佛戰爭,Preussen-France war) 때인 1871년 프러시아 황제로 프랑스 파리를 점령,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대관식을 열고 독일제국을 선포한 인물이다.

2.헤르만 브로흐의 '몽유병자들(夢遊病者, Die Schlafwandler, 디 슐라프반들러,1930~1932)'은 20세기 소설의 영역을 확장, 고전의 반열에 오른 보기드문 명작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1888~1918) 유럽 사회, 특히 독일의 가치 붕괴와 퇴보를 소설 구조와 문단에 엮어 넣은 걸작으로 꼽힌다. 소설에 시와 극, 논문형 서술, 각종 경구를 넣어 해체 소설의 진수(眞隨)를 보여준 '박물(博物)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가 논리실증의 철학을 공부하다가 이런 탁상공론으로는 인간의 삶과 사회 병폐 등을 담을 수 없다고 판단, 소설쓰기에 나선 후의 첫 작품이다.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셈이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연작으로 1928년부터 집필, 1권은 1930년(München Rhein-Verlag), 2권은 1931년(München Rhein-Verlag), 3권은1932년 나왔다.
영어로는 1932년 스코틀랜드 시인이자 소설가, 번역가인 에드윈 뮤어( Edwin Muir1887~1959)와 소설가이자 언어학자 윌라 뮤어(Willa Anderson Muir,1890~1970) 부부가 번역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어 번역 제목은 'The Sleepwalkers(잠자며 걷는사람들)'이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좋은 평가와 함께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미국에서는 많이 팔리지 않았다. 특히 2차세계대전 후인 1947년과 1964년(독일 출신 철학자 한나 아렌트 서문)에도 책이 재출간 됐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미국 일반 독자에게는 유럽의 고민이 직접 와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니엘 S. 버트가 쓴 책 '100권의 소설(The Novel 100-A Ranking of Greatest Novels All Time' (뉴욕k, 2004)에서 81위에 올랐다.

3.소설 '몽유병자들'은 형식 해체 소설의 선구자다. 이야기 전개를 위한 사건 외에도 서정시로 이어지는 장과 에세이의 장, 극본, 경구, 논설형 글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런 구성은 유럽 사회 가치체계 붕괴를 소설 형식 해체에 빗대 쓰기 위한 도구로 활용됐다.
논리실증주의(論理實證主義, Logischer Positivismus)를 공부하던 저자가 소설을 쓰기까지는 주변 동료들의 조언 등도 한몫했다. 많은 영감을 준 이는 정부(情婦)이자 뮤즈인 오스트리아 빈의 저널리스트이자 유명 패션작가 에아 폰 알레쉬(Ea von Allesch,1875~1953, 본명 Emma Elisabeth Täubele) 였다.
소설의 원천 테마이자 주제인 몽유병(夢遊病, Somnambulism)은 잠과 걷기 사이의 상태로 수면 상태에서 걸어다니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등 이상행동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 소설은 낭만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 사실주의자가 나오는데 이들 모두를 몽유병자에 비유한다. 전체적으로는 병든 유럽과 유럽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1964년에 나온 책에 서문을 쓴 독일 출신 미국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1906~4975)는 ''1888년, 낭만주의자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 낡은 세계의 쇠퇴 속에 있고, 1903년, 무정부주의자는 전쟁 전의 가치 혼란에 얽매였고, 1918년, 현실주의자(사실주의, 즉물주의자로도 번역)는 허무주의 사회의 확실한 주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4.등장인물은 신경증적인 육군 장교(낭만주의자) 융커 요아힘 폰 파세노프(Joachim von Pasenow)와 형 헬무스(Helmuth), 불만스러운 회계사이자 잠재적인 암살자( 무정부주의자)인 아우구스트 에쉬( August Esch), 기회주의적인 탈영병(사실주의자)인 빌헬름 후게나우(Wilhelm Huguenau) 등이다.
또 보헤미안 연예인이자 매춘부인 루제나(Ruzena), 소외된 젊은 아내 한나 웬들링(Hanna Wendlin)의 남편인 변호사 Dr. 하인리히 벤들링(Heinrich Wendling), 아들 월터(Walter) 등도 있다. 수석 참모 외과 의사인 쿨렌베크(Kuhlenbeck), 수석 주치의인 프리드리히 플루르쉬츠(Friedrich Flurschütz), 슐레지엔 출신의 귀족 여성 마틸데(Mathilde) 수녀,벽돌공 루트비히 괴디케(Ludwig Gödicke) 등도 나온다.
이밖에 파세노의 사업가 친구 에두아르트 폰 베르트랑(Eduard von Bertrand), 베르트랑 뮐러(rtrand Müller) 박사, 이웃 지주인 바드덴센(Baron Baddensen), 베를린의 가난한 구세군 소녀 마리(Marie)와 유대인으로 젊은 탈무드주의자 누켐(Nuchem Sussin), 부모님의 농장을 물려받아 사회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엘리자베스(Elisabeth) 등이 등장인물이다.

5.줄거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가치 붕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과 사회를 몽유병자에 비유한다. 첫 이야기는 1888년 베를린이다. 제복, 즉 군복으로 상징되는 구가치를 고수하는 인물 귀족 요아힘 폰 파제노를 통해 '허망한 낭만주의자'를 이야기 한다. 둘째 아들 파제노는 형이 죽자 가계를 잇고, 관습에 따라 사관학교에 간다. 파제노는 처음에 이를 부조리하게 여기지만 차츰 받아들이고 사랑없는 결혼도 한다. 군복을 벗고 사업에 뛰어든 베르트란트(질서의 삶)는 술집 여급이자 자신의 정부인 루제나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고향의 장원으로 돌아와 부모님이 정해 준 엘리자베스와 결혼한다.

두번째는 1903년 사회주의 운동이나 노동조합의 스트라이크가 전개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회계사 에쉬의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소시민인 에쉬는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해고를 당하지만, 정작 자기를 해고하고 수많은 비리를 범한 이에게 복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한다. 불의와 타협하는 것이다. 에쉬는 친구가 노동조합 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구금된 것을 보고, 기업주인 베르트란트를 살해할 계획을 품지만 성사시키지 못한다. 에쉬는 식당을 운영하는 과부와 결혼하고, 한때 자유 미국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에쉬는 여자 레슬링 경기에 투자해 실패하고 고향 룩셈부르크에서 회계사로 정착하지만 폭력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무정부주의자다.
세번째는 1918년 종전 후에 쓴 형식의 제1차 세계 대전이 진행 중인 무렵 탈영병인 후게나우의 이야기다. 후게나우는 가치와 무관한 사람으로 살지만 '시대 적합'을 통해 경제적 성공도 한다. 후게나우는 낡은 도덕적 가치나 전쟁에 대한 회의보다는 이기심이 강하다. 탈영도 부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데 착안해 선택했고, 돈 벌기 위한 전쟁에 동의도 한다. 사회주의자을 혐오하지만 그들과 결탁하는 기회주의자다. 전쟁이 끝나자 고향에 정주하고 지참금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신교로 개종, 알자스의 프랑스 시민으로 살아간다.

6.소설 '몽유병자들'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어떻게 파국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문자그대로 몽유병자다. 1권 1888은 빌헬름주의 시대, 알자스 로렌이 독일땅에 속해 있던 화려한 영광의 시기다. 2권 1903은 풍요와 세기말에 이어 독일사회가 갈피를 못잡던 때이고, 3권 1918은 1차세계대전과 그후의 이야기다.
특히 3권은 전쟁으로 가치가 완전히 붕괴된 시대 상황을 소설 형식과 기법 해체, 등장인물의 방황 등으로 그리고 있다. 1차세계대전은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왕위 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그의 아내가 세르비아가 지원하는 테러리스트에게 암살당하면서 시작됐다. 이른바 '사라예보(Sarajevo)의 총성'이다.

7.소설은 유명 작가들의 격찬이 잇따랐다. 독일 작가로 노벨문학상(1929)을 받은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 대표작 '마의 산')은 "고귀하고 풍요로운 정신을 지닌 사상가이자 천부적인 작가"라며 "(몽유병자들)은 실로 경탄할만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영국 작가로 '멋진 신세계'을 쓴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1894~1963)는 몽유병자들에 대해 "하나로 합해질 수 없는 세계를 동시애 그려내는 두배의 능력이 있다"며 "브로흐는 흠잡을 데 없는 기교로 쓴다"고 말했다. 헉슬리는 특히 “ 몽유병자들은 브로흐가 예리한 심리적 통찰력 이상의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스토리텔링의 재능보다 다르고 희귀한 무언가가 있다. 작품을 읽으면 우리는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한계에 있다는 이상하고 불안한 느낌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독일계 스위스 문학가로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르만 헤세( Hermann Karl Hesse, 1877~1962)는 "오늘날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과 가치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혹은 비판적으로 해석한다"며 "이 진지한 작품은 이 시대의 혼돈을 직시하고, 카오스 안에 인간성의 싹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시인이자 평론가 스티븐 스펜더(Stephen Spender, 1909~1995)는 “이 세기의 몇 안 되는 정말 훌륭하고 독창적이며 사려 깊은 소설 중 하나” 라고 격찬했다.
체콜 출신 프랑스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2023)는 “최고의 유럽 소설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라며 에세이 '소설의 기술(L'Art du roman)'의 한 장을 '몽유병자들' 해석으로 채웠다. 미국 문학평론가 루이스 크로넨베르거(Louis Kronenberger,1904~1980) 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세대의 몇 안 되는 일류 소설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8.소설 '몽유병자들'은 다양한 예술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이자 제작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1912~2007)의 영화 '라 노떼 (La Notte,1961)' 에서는 소설가 폰타노(이탈리아 유명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1924
`1996)가 무의미한 파티가 열리고 있는 속물 거물의 저택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한 뒤, 아내 리디아(프랑스 여배우 잔 모로,Jeanne Moreau, 1928~2017 ) 에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여기서 누가 몽유병자들을 읽을까요 ?'라고 놀라워한다.
한국에서는 아동문학 전문 번역가 김경연이 번역했는데 1992년 6월 현대소설사에서 나왔다. 그러나 다시 출판사를 바꿔 15년만인 2007년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나왔다.

#.헤르만 브로흐 (Herman Broch,1886~1951)=독일계 오스트리아 소설가. 20세기 독일어 문학의 대표적 모더니즘 작가. 제임스 조이스, 로베르트 무질, 알프레트 되블린 등과 함께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린다. 20세기 독일의 문학사가 발터 옌스가 '박학한 시인(Poeta doctus)이라고 부른 지성적인 작가. 철학적으로 조율된 소설가로 불린다.

1.1886년 11월 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대계 아버지 요제프 브로흐(Josef Broch)와 어머니 요한나 슈나벨(Johanna Schnabel)사이에서 태어났다. 형 프리드리히가 있다. 당시 독일 영역이었던 뮐하우젠(현재 프랑스 뮐루즈)과 알자스에서 직물 제조 전문대학과 방적 및 직조를 배우는 등 섬유 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아버지의 사업체에 들어간 브로흐는 1907년 바덴에 있는 소도시 티스도르프(Teesdorf)에 있는 공장의 관리자가 됐고, 그해에 면(綿) 분해 장치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1908년 전후 유대교에서 로마 가톨릭( Roman Catholic Church)으로 개종했지만 어린 시절의 유대교 문화와 전통에 대한 강한 애착을 유지했다.

2.브로흐의 연인은 많지 않았다. 1909년 기사 작위를 받은 제조업자의 딸인 프란치스카 폰 로테르만(Franziska von Rothermann)과 결혼했다. 그 다음 해에 아들 헤르만 프리드리히 브로흐(Hermann Friedrich Broch)가 태어났다. 하지만 부부는 1923년 이혼했다.
브로흐는 이혼 전후부터 빈의 저널리스트이자 유명 패션작가 에아 폰 알레쉬(Ea von Allesch,1875~1953, 본명 Emma Elisabeth Täubele)와 격정적 관계였다. 둘은 오랜동안 연인이자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두번째 아내는 독일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인 아네마리 마이어 그레이프(Annemarie Meier-Graefe,1905~1994)로 1949년 재혼했다.이밖에 친구로 지낸 미국 시인 진 수타 운터마이어(Jean Starr Untermeyer), 이탈리아 작가 안토니오 보르게세(Antonio Borgese)와 친하게 교류했다.

3.아버지의 직물공장을 운영했지만 '문학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브로흐는 1918년 문학 저널인 'Summa'에 글(Eine metholodogische Novell)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1925~1930년 사이에는 빈 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 과정을 수강했다. 결국 1927년 브로흐는 섬유 공장을 매각하고 빈 대학교 에서 수학 , 철학 ,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40세 무렵인 이 때부터 소설 '몽유병자들( The Sleepwalkers, 독일어 Die Schlafwandler)'을 쓰기 시작했고, 1930년 출판인 겸 작가 다니엘 브로디(Daniel Brody,1883-1969)를 소개받아 소설 출판 작업에 들어갔다. 1930~1932년 사이 소설 데뷔작이자 추세작인 '몽유병자들'을 출판했다.

4.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1938년 3월 12일 알프스의 작은 마을인 바트 아우세에서 '사회주의 잡지(문예지 Das Wort)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지역 교도소에 수감됐다. 나치가 빈(비엔나)으로 진군한 지 24시간 만의 전격 체포였다.
브로흐는 체포후 많은 고통을 겪었으나 당시의 명사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1879~1955), 영국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1941) , 미국 소설가이자 극작가 손튼 와일더(Thornton Niven Wilder, 1897~1975) 등 해외 저명 인사들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피신한 뒤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 때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 대표작 '마의 산')의 도움으로 1941년까지 3년여동안 구겐하임 펠로우십 수당을 받아 생계를 유지했다.

4.브로흐는 1940년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 주세페 안토니오 보르게세(Giuseppe Antonio Borghese,1882-1952)와 협력,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책 'The City of Man-A Declaration on World Democracy'(바이킹 프레스)을 출간했다.
1942년에는 역저 '베르길리우스의 죽음(Der Tod des Vergil, 영어 The Death of Virgil)'를 발표해 호평을 받았고, 1945년 미국에서 출판돼 책도 많이 팔렸다. 이 저서로 브로흐는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브로흐의 삶에서 '효자 저서'로 그동안 진 많은 빚을 갚을 수 있었다.지금도 여전히 현대 소설의 위대한 실험 소설 중 하나로 격찬받고 있다.

5.2차 세계대전 종전후 독일의 유명한 광학회사인 자이스의 설립지이자 본사가 있던 도시인 독일 튀링겐주 예나(Jena)의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교(Friedrich Schiller University Jena)에서 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는 자리를 거절했다.
브로흐는1950년 미국 예일대학 명예교수가 되고, 그 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됐다. 하지만 문학적 명성도 부도 얻지 못한 허망한 죽음이 곧 찾아왔다. 1951년 5월 30일 '현혹'의 수정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코네티컷주 킬링워스의 로스트 미트 힐 로드에 있는 묘지에 묻혔다.
죽기 전에 출판한 마지막 작품은 단편집 '죄없는 자(The Guiltless,1950)'이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베르길리우스의 죽음(1945)', 단편집 '죄 없는 사람들(1950)', 사후 출간한 '마법(Die Verzauberung,1953)'과 에세이 '호프만스탈과 그의 시대(1975)' 등이 있다.
1987년 독일 작가 폴 마이클 뤼첼러(Paul Michael Lützeler,1943~1985)가 전기 '헤르만 브로흐'를 냈다.2019년에는영국 작가이자 에디터 그레이엄 바트람 (Graham Bartram, 1961~현재), 영국 에디터 사라 L. 맥고기(Sara L. McGaughey) 등 10여 명이 공저 '헤르만 브로흐의 작품에 대한 동반자'를 출판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