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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사티리콘-외설과 신성모독 이유로 2000년 간 은밀하게 읽힌 最古 소설은 호소로 시작한다. 본문
“푸리아들이 수사학 선생들을 선동해 이렇게 외치며 죽는시늉을 하게 만듭니다. ‘나는 우리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이 상처들을 입었소이다. 이 눈도 여러분을 지키다 잃었습니다. 나의 자식들을 잘 인도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불구가 된 다리로는 내 몸조차 가눌 수가 없소이다.’ 학생들이 능변에 이르는 왕도를 배울 수만 있다면야, 뭐 이런 영웅담쯤은 참아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강미경 역, 공존, 2008)
1.광장을 지나가는 인파에게 외치는 호객 행위같은 직접화법 서술이다. 첫 문단에 독자의 관심을 부르는 복수의 여인 푸리아, 불구의 몸 등 관심 유도 장치를 넣은 것도 설득을 위한 장치다. 상징이나 은유, 구체적 비유는 없지만 호소하는 사람을 ‘줌업’ 한 것도 그렇다. 독백 형식의 대화형 문장 전개다. 웅변문이나 호소문을 쓸 때 활용하면 좋은 문장과 문체라 할 수 있다. 첫 줄에 나오는 푸리아(Furia)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3명의 복수 여신, 수사학(修辭學)은 생각과 언어의 논리적 사용을 연구하는 학문.
2.페트로니우스의 ‘사티리콘(Satyricon,1세기 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최고, 最古) 소설이다. 원본이 없고 후대의 필사본만 있으며, 그것마저 대부분 망실(亡失)됐다. 20여 편(학자들 추정) 중 제15·16편의 일부와 다른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퇴폐, 죄악, 동성애, 비윤리, 음탕한 내용으로 인해 서양에서 2000여년 동안 냉대(기독교적 시각에서 신성모독도 포함)를 받았다. 영어로는 ‘The Satyricon’, ‘Satyricon liber(The Book of Satyrlike Adventures)’, ‘Satyrica’로 불린다.

3.사티리콘은 산문과 운문을 혼합한 느슨한 서술체와 대화체를 취하고 있다. 불량한 세 건달 모험가의 방황과 무분별한 짓거리를 기묘하게 옴니버스(같은 인물의 비슷한 소재를 여러 이야기로 엮는 것) 식으로 썼다.
특히 인격이나 평판이 매우 나쁜 이들의 삶을 풍자와 외설로 교묘하게 버무린 지저분한 무용담이다.
연재방식의 ‘피카레스크(Picaresque,불량한 시리즈) ’ 형식으로 묶었다. 피카레스크는 원래 불량한, 악한(惡漢)을 뜻했는데, 소설 형식에서는 (나쁜 이야기)시리즈, 연작 등의 의미로도 쓰인다. 일부 학자들은 사티리콘을 피카레스크 소설의 '원형(原型)'으로 꼽는다.
4.등장 인물의 이름은 부르는 ‘이름’으로도 쓰지만 다른 뜻도 갖고 있다. 중의적(重義的) 화법(話法) 장치다.
주인공이자 작중의 화자로 전직 검투사인 떠돌이 청년 엔콜피우스(Encolpius, 껴안는 사람,포옹)이 나오고, 그를 둘러싸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미소년 몸종 기톤(Giton, 성적인 동료), 친구이자 동료인 아스킬토스(Asciltos, 정력왕) , 시인이자 사기꾼 에우몰푸스(Eumolpus, 감미로운 시인), 수사학(修辭學) 교사 아가멤논(Agamemnon, 트로이 전쟁 그리스 총사령관), 남근(男根) 신을 섬기는 신전의 신녀(神女) 콰르틸라(Quartilla, 네번째) 등이다.
또 노예 출신의 갑부 트리말키오(Trimalchio, 세번 축복받은 사람)와 그의 아내 포르투나타(Fortunata, 행운여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 미모(美貌)의 매춘부 트리파이나(Tryphaena, 호색, 好色), 엔콜피우스 일행이 뒤에 만난 미녀 키르케(Circe, 그리스 신화의 사랑에 빠진 헬리오스의 딸)와 그의 시녀 크리시스(Chrysis, 으뜸 여인) 등도 주요 역할을 한다.
5.이 소설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지만 용케 떠돌며 살아온 청년 엔콜피우스는 부유한 선장의 아내와 간통 한후 뱃사람의 신물(神物)인 망토와 방울을 훔쳐 달아난다. 또 창녀와 사귀다가 그녀의 미소년 노예 몸종(기톤)도 동성애 파트너로 데려간다. 수사학을 공부하다가 시장을 간 에콜피우스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 신전의 음행(淫行) 의식을 훔쳐보다 색정광 여사제 콰르틸라에게 발각당해 음란한 연회에 끌려간다.
2부는 노예 출신 자유민이자 억만장자 트리말키오 연회에 참석한 엔콜피우스 일행은 산해진미와 퇴폐를 즐기지만 주인의 졸부 근성에 역겨움을 느낀다.
3부는 집에 돌아온 엔콜피우스는 친구 아스킬토스와 기톤을 두고 다투다가 두 사람과 헤어지고 시인 에우몰푸스와 만나 동행한다. 둘은 기톤을 데리고 도주하려고 배(간통녀 남편이 선장)를 탔는데, 기톤의 본래 주인 트리파이나에게 발각당해 패싸움을 벌이다가 합의한다. 그러나 폭풍우를 만나 천신만고 끝에 해안에 닿아 목숨을 건지지만 선장은 죽는다.
4부는 엔콜피우스 일행은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인 크로톤에 도달, 사기로 막대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그들은 에우몰푸스를 막대한 재산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갑부로 위장, 순진한 부자와 돈에 눈먼 패거리들에게 돈을 뜯어낸다.
5부는 에우몰푸스가 사기로 떼돈을 벌자 거들먹거리고, 엔콜피우스는 크로톤 최고 미녀 키르케를 만나지만 정력이 약해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된다. 이에 키르케는 엔콜피우스가 기톤과 동침을 못하게 하고 주술 치료를 받게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한다. 이에 키르케는 엔콜피우스를 때리고 쫓아 버린다.한편 에우몰푸스는 유산 사냥꾼(부자 노인에게 자식을 보내 재산을 빼돌리는) 필로멜라의 딸과 관계하고, 엔콜피우스는 아들과 관계한다. 이후 에우몰푸스는 험오스런 유언장을 공개하고, 엔콜피우스는 정력을 회복한다.

6.사티리콘에서 압권은 ‘트리말키오의 잔치’ 부분이다. 벼락부자 자유민(노예에서 해방) 트리말키오는 고대 풍자문학에 항상 등장하는 캐릭터다.
벼락부자들의 상스런 행동과 말, 당대 자유만과 서민들의 생활상과 속어(俗語, 속된 말), 비어(卑語, 천한 말)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끼워 넣은 에피소드로 보인다.
또 역겨울 정도로 묘사하는 외설(음탕, 淫蕩)은 당시(로마 네로 황제 시대)의 퇴폐적인 궁정 모습과 고상한 척하는 지식인의 취향을 겨냥해 풍자한 것으로도 보인다.
7.1922년 미국에서 영역본 출판과 판매를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풍기문란단속협회(기독교 회원중심 단체)가 고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무죄 판결 받았다.
현대에 와서 영화로 3번이나 제작됐다. 그중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영화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1920~1993)의 ‘펠리니의 사티리콘(Fellini Satyricon,(1969)’이 유명하다. 이탈리아에서 작곡가 브루노 마데르나(Bruno Maderna, 1920~1973)의 오페라 ‘사티리콘’으로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2007년 EBS의 세계의 명화에서 방영됐다. DVD 공식발매는 2020년. 책으로는 2008년 출판사 ‘공존’에서 공식적으로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위대한 화가 노먼 린지(Norman Alfred William Lindsay, 1879~1969)가 일러스트를 그린 영역본을 번역했다. 중역본인 셈이다.

#.가이우스 페트로니우스 아르비테르(Gaius Petronius Arbiter, AD 20~66)=고대 로마의 문장가. 로마 네로(Nero Claudius Caesar Augustus Germanicus, AD 37~68) 시대(5대 황제, 재위 54~68) 측근 그룹 판관(判官). 비티니아(Bithynia, 현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 일대) 총독.
1. 로마 시대 마살리아(Massalia, ancient Marseille, 현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났다.
2.로마 시대 네로 황제의 측근이었다. 집정관을 역임하는 등 주요 정치가였고, 네로 황제와 친숙했다. 하지만 또다른 측근인 황제 근위대장 티겔리누스의 참소(讒訴, 악한 말로 헐뜯고 고소)로 죽을 위기에 몰렸다. AD65년 티겔리우스는 페트로니우스를 반역죄(treason, 반역 혹은 불충)로 기소했다. 당시 반역죄는 변명의 여지없이 사형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이에 페트로니우스는 정맥(혈관)을 절개해 서서히 죽는 방식으로 자결했다. 그는 죽어 가면서 플루오라이트(螢石, Fluorite, 불화칼슘(弗化calcium)으로 된 광물)로 만든 ‘형석 포도주 주전자(Fluor spar wine-dippe, 당시의 귀한 보물)’ 를 깨뜨려 네로가 이것을 못가져 가게 했다고 한다.
3.네로를 조소(嘲笑) 혹은 경멸하면서도 황제의 권위와 풍요 속에 살았던 페트로니우스는 자살 직전 재산의 대부분을 자신을 사랑한 노예(여자)에게 준다. 하지만 페트로니우스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노예 여인은 주인이 죽자 본인도 자살한다.
4. 사티리콘은 현대의 문학, 영화,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영국 작가로 '크리스마스 캐롤'의 저자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와 프랑스 작가로 '고리오 영감'을 쓴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의 소설 형식과 풍자 기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다.
저자 페트로니우스는 폴란드 출신 소설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츠(Henryk Sienkiewicz,1846~1916)의 소설 ‘쿠오 바디스(1895)’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F.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1896~1940)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를 ‘트리말키오(벼락부자)’로 묘사하기도 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