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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세월의 거품-삶과 사랑의 부조리를 파헤친 불치병 로맨스의 원형 소설 첫 문단은 소소한 일상의 정밀 묘사로 연다 본문

1. "콜랭은 목욕을 마쳤다. 욕조에서 나오면서 곱슬곱슬한 천으로 된 타월을 몸에 걸쳤고, 두 다리와 상체만이 타월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는 유리 선반에서 향수 스프레이를 집어 밝은 색깔의 머리칼에다 향기가 좋고 잘 흐르는 기름을 뿌렸다. 호박(瑚珀)빛이 윤기나는 머리칼을 오렌지 빛의 길고 가는 줄기로 나누어놓았는데, 쾌활한 성격의 농부가 포크를 가지고 살구 잼 속에 내놓은 긴 자국과 흡사해 보였다. 빗을 내려놓고 손톱깎이를 집어 든 콜랭은 눈을 신비롭게 보이도록 하려는 생각에서 윤기없어 보이는 눈썹 가장자리 부분을 비스듬하게 잘라 냈다 눈썹이 금방금방 자라나곤 했기 때문에 자주 그렇게 해주어야하만 했다. 그는 피부상태가 어떤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확대경의---. " (보리스 비앙 저,이재형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1.새로 태어남을 의미하는 목욕 장면이 매우 정밀하게 묘사된 첫 문단이다. 어쩌면 삶의 얼룩과 사랑의 잔인함 등 모든 아픔을 딛고 다시 삶의 의지를 다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복선으로 깔린 것일 수 있다. 등장인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영상처럼 구체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상징인지 비유인지 아리송하다.멀리서 한 개체의 움직임을 눈에 넣듯이 그저 3인칭 주인공의 매우 소소한 일상을 그렸다기에는 음에도 남다른 인상 도입부다. 술술 읽히는 일상의 정밀묘사가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첫 문단이다. 본문에 나오는 *.호박(琥珀,Amber)은 송진 등 수액이 화석처럼 굳은 것, 투명한 적갈색(황색) 호박은 '금패(錦貝)', 누른 빛이 나고 젖송이 같은 무늬가 있는 호박은 '밀화(蜜花)'라 한다.

2.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L'Écume des jours,에쿰 데 주르,1947)은 실존주의와 리얼리즘에 판타지와 초현실주의를 적용한 보기드문 수작(秀作)이다. 유럽의 모순이 다시 폭발한 2차 세계대전 후 사랑과 삶의 부조리를 파헤친 걸작으로 꼽힌다. 행복과 불행이 겹치는 영원한 사랑이야기-즉 현대 불치병 소설의 원형같은 작품이다.
1946년 봄에 집필을 마치고 1947년 파리 출판사 갈리마르 에디션에서 출간했다. 하지만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거의 주목 받지 못했고 판매 실적도 저조했다. 저자는 이 소설을 부인 미셸 마리 레글리제(Michelle Marie Léglise, 1920~2017, 번역가이자 시인)에게 헌정했다. 소설이 주목받은 것은 간행 20년 후였다. 1967년 영어판(Rapp & Carroll 출판사)이 나오면서 인기를 얻으면서 베스트 셀러로 등극한 것이다. 1970~2000년대 초까지 300만 부 이상 팔렸다.

첫 영어 번역은 출간 20년 후인 1967년이다. 영국 건축가이자 번역가 스탠리 채프먼(Stanley Chapman,1925~2009)이 '백일몽의 거품(Froth on the Daydream)'으로 번역, 런던 랩앤카롤(Rapp & Carroll)에서 출판했다. 이듬해에는 영국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존 스트럭(John Anning Leng Sturrock, 1930~2017)이 번역, '무드 인디고(Mood Indigo,1968)'로 그로브출판사에서 출간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번역가로 파리에서 거주했던 브라이언 하퍼(Brian Harper)가 2012년 미국 뉴욕에서 'Foam of the Daze(TamTam Books)로 내놓았다.
소설 제목은 재즈광이던 저자가 미국 피아니스트로 빅밴드 재즈(JAZZ, 재즈 오케스트라)의 창시자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1899~1974, 재즈곡 1000곡 이상 작곡한 재즈의 전설)의 재즈 명곡 '무드 인디고(Mood Indigo)'에서 따왔다. 또 주인공 이름 클로에(Chloe)도 듀크 엘링턴의 곡 'Chloe'에서 가져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 등이 1999년 공동 선정한 '르몽드 세기의 책' 100권에서 10위를 차지했다.

3.소설 '세월의 거품'은 불치병 사랑에 공상과학(SF), 음악(재즈)이 접목, 시대와 문예사조를 앞서간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판타지에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놀음과 불치병, 부조리한 삶의 연속, 달콤하지만 바스라질 것같은 씁쓸한 백일몽같은 사랑, 그런 나날을 담은 애가(哀歌)다. 소설 속 동물의 의인화, 살아있는 사물, 기계화된 현대사회 등은 삶과 사회의 잘 짜인 부조리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소설 전체적으로 재즈가 오브제다. 수시로 재즈가 언급되고, 춤추는 곳마다 재즈가 나온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재즈에 집착할 정도다. 재즈 음악소설이라고나 할까. 당대 최고의 실존주의자 가운데 하나인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1905~1980)’를 이용한 언어 유희와 풍자도 압권이다.

4.등장인물은 주인공으로 부유하고 젊은 남성 콜랭(Colin), 주인공의 사랑하는 아내 클로에(Chloé), 콜랭의 친구로 가난한 엔지니어 치크(Chick), 치크의 연인이자 클로에의 친구 알리즈((aka Alise, Alyssum), 철학가 장 솔 파르트르(실존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1905~1980), 콜랭의 요리사로 알리즈의 삼촌 니콜라스(Nicolas), 니콜라스의 연인으로 사교계 명사 아이시스(Isis), 콜린과 클로이의 결혼식을 주례하는 신부 핑가(Phigga), 쌍둥이 키스웰형제(Kissitwell Brothers) 코리올라누스(Coriolanus)와 페가수스(Pegasus), 클로에 담당 의사이자 교수 나우크너클(Gnawknuckle) 등도 나온다.

5.줄거리는 두 커플의 사랑 이야기, 말하는 쥐, 일주일 만에 몇 년씩 늙어가는 남자 등 여러 테마가 공상과학과 얽혀 전개된다. 파리 청년 콜랭은 부유한 청년으로 일하지 않고 매일을 마음대로 지내고 있다. 칵테일 바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곤 한다. 재즈와 쾌락에 탐닉하면서도 무료한 생활을 이어가는 콜랭의 유일한 소망은 참사랑이다.어느 날 콜랭은 지인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가서 클로에라는 여자 아이를 만난다. 둘은 사랑하고 결혼한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클로에는 폐 속에 용종이 자라는 병(폐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불치병의 치료를 위한 돈이 무한하게 들어가고, 결국 재정상태도 어려워진다. 클로에는 점점 쇠약해지고 마침내 죽는다. 클로에를 매장하고 돌아온 콜랭은 매일 해안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지저분한 거품, 파도의 잔해를 보면서 삶의 부조리를 느낀다.

6.프랑스 소설가 레몽 크노(Raymond Queneau, 1903~1976)는 "세월의 거품은 현대 연애소설 가운데 가장 비통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간 잡지 뉴스위크는 "새로운 고전"이라며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1821~1880, 대표작 마담 보바리)와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 1909~1994, 대표작 대머리 여가수)의 날카로운 유머가 가미된, 젊음과 순수함에 대한 확신을 주는 소설"이라고 썼다. 영국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존 애닝 렝 스터록(John Anning Leng Sturrock , 1930~2017)은 "모든 소설 중 가장 일관되고 균형 잡힌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아르헨티나 소설가로 중남미에 소설 붐을 일으킨 훌리오 코르타사르(Julio Cortázar, Jules Florencio Cortázar, 1914~1984)는 "비앙만큼 나를 내밀하게 감동시킬 수 있는 작가는 없다" 고 단언했다.
영국 평론가 데이비드 에반스(David Evans)는 영국 런던 발행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1986년 창간, 2016년 온라인 전환)에 쓴 리뷰에서 "미친, 감동적인,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저술가이자 범죄작가 제임스 살리스(James Sallis, 1944~현재)는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에 쓴 리뷰에서 "매우 훌륭한 소설로 모호함, 여담, 의미의 단계를 다 갖추고 있다"고 썼다. 미국 저널리스트 니나 번스타인(1949~현재, 전 뉴욕타임스 기자,유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딸)은 "어떤 강압적인 번역가도 반박할 수 없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7. 소설 '세월의 거품'은 3편의 장편 영화, 2장의 음반, 1장의 오페라로 각색됐다. 1968년 프랑스 영화 '거품의 나날(Spray of the Days)' 은 샤를 벨몽(Charles Belmont, 1936~2011)이 감독했다. 동양에서는 2001년 일본에서 배우이자 영화감독 리주 고(りじゅう ごう,利重剛, 1962~현재)가 '클로에(クロエ)'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다. 2013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무드 인디고(Mood Indigo)'의 원작이다. 프랑스 영화 감독이자 프로듀서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1963~현재)가 만들었다.
오페라는 러시아 작곡가 에디슨 바실리예비치 데니소프(Edison Vasilievich Denisov, 1929~1996)가 1981년 3막으로 만들었다. 1986년 3월15일 파리 오페라코미크에서 첫 공연됐다. 연극 중에는 저자 사망 50주년을 기념해 2009년 프랑스 극작가 및 감독이자 배우 베아트리스 드 라 불라예(Béatrice de La Boulaye, 1981~현재)가 만든 작품이 잘 알려져 있다.

#.보리스 비앙(Boris Vian, 1920~1959)=프랑스 문학계의 천재 아티스트. 소설가이자 엔지니어, 작사가, 평론가,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등을 겸함 만능 엔터테이너. 20세기 프랑스의 르네상스인으로 불린다. 프랑스 재즈계의 거성(巨星)으로 유명한 반전 노래 '탈영병(Le Déserteur)의 작사,작곡자. 가명은 버논 설리번(Vernon Sullivan)-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조 설리번(Michael Joseph O'Sullivan, 1906~1971)과 프랑스 재즈 뮤지션 폴 버논(Paul Vernon)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1.프랑스 파리의 부촌 오드센(Hauts-de-Seine ) 빌다브레(Ville d'Avray)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임대사업자 폴 조르제 비앙(Paul Georges Vian,1897~1944)과 피아니스트이자 하프 연주자인 이본 라베네즈(Yvonne Ravenez, 1889~1976)였다. 비앙의 이름 '보리스'는 클랙식 애호가인 어머니 이본이 러시아 유명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1839~1881)의 오페라 '보리스 곤두로프(Boris Godunov) 공연을 본후 지었다. 형 렐리오 비앙(Lélio Vian, 1918~1984), 동생으로 아랭 장 루이 비앙(Alain Jean Louis Vian, 1921~1995)과 니농 장 마리 비앙(Ninon Jeanne Marie Vian, 1924~2003)이 있다.
비앙은 12살 때 심장 질환을 겪은 뒤 일생동안 약한 심장으로 고생한다. 12세 때 명문학교 리세 오슈(공립중등학교와 콩도르세 고등학교에 입학, 15살 때 프랑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했다. 중등시절부터 문학에 볼두했고, 17세에 트럼펫 연주를 시작했다.

2. 1939년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에 입대하기 위해 징병검사를 받았으나 '부적합 판정'으로 프랑스 남서부 앙굴렘의 중앙기술학교( École Centrale des Arts et Manufactures)에 들어가 공학 등을 배웠다. 이때 배운 지식으로 1942~946년 프랑스표준규격협회(AFNOR)에서 엔지니어로 일한다.
1936년부터 재즈에 관심을 기울인 비앙은 1937년 재즈클럽인 'Hot Club de France'에 가입한데 이어 1939년 4월 파리 샤요 궁전(Le palais de Chaillot)에서 열린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1899~1974, 빅 밴드 재즈의 창시자) 콘서트에 참석한 이후 그의 광팬이 됐다.1940년에는 당대 유명 배우 자크 루스타로(Jacques Loustalot,1925~1948)를 만나 연극 등에 출연했다.
1942년에 클라우드 아바디(Claude Abbadie)가 지휘하는 재즈 오케스트라에 합류했다. 비앙의 진짜 문학 경력은 1943년 시작됐다. 당시 프랑스 핫클럽(Hot Club de France) 게시판에 첫 번째 시를 발표한 직후 첫 번째 소설 'Trouble dans les andains'(Trouble in the Windrows, 건초나 곡물을 묶어서 연달아 이어놓은 줄의 혼란)을 썼다.

3.파리 생제르맹데프레(Saint-Germain-des-Prés)의 뮤즈로 번역가이자 시인 미셸 마리 레글리제(Michelle Marie Léglise, 1920~2017, 결혼 후 미셸 비앙,Michelle Vian)와 1941년 결혼, 파리 10구에 둥지를 틀었다. 둘은 자녀로 패트릭(Patrick Via, 1942~2023, 가수겸 작곡가) 과 캐롤(Carole Vian, 1948~1998)을 뒀다. 미셸 마리 레글리제는 보리스 비앙과 별거(이혼은 1951년) 후인 1949년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와 연애했다.
비앙은 1950년 6월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열린 칵테일 파티에서 스위스 출신 발레리나이자 배우인 우르술라 퀴블러(Ursula Kübler, 1928~2010)을 만났다. 비앙은 당시 아내 미셸과 별거중이었는 데 둘은 뜨거운 열애끝에 1954년 결혼했다. 우르술라는 비앙 사후인 1963년 보리스비앙협회를 설립, 운영했고,1981년 보리스 비앙 재단으로 개편했다.

4.1945년 비앙은 프랑스 최고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 소설 '베르코캥과 플랑크톤(Vercoquin and the Plankton)'을 출간했다. 또 1946년에는 버논 설리반(ernon Sullivan)이라는 가명으로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J'irai cracher sur vos tombes, 출판사 Éditions du Scorpion, 1946)'를 냈다. 이 소설은 1947년 폭력, 터프가이, 살인, 섹스가 난무한 내용 등이 화제가 되면서 그해 내내 프랑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가명을 쓰면서 미국 작가 '버논 설리번'으로 표현한 것이 1947년 밝혀지면서 나쁜 평판을 가져왔고, 비앙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이 소설은 1948년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I Spit on Your Graves)'로 영어 번역됐고, 1950년대 말 영화(감독 미셸 가스트,Michel Gast,1930~2022)로도 나왔다. 그런데 영화로 나온 이 소설의 저주(?)는 비앙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비앙은 1946년 부터 사교 파티에 빠져들었다. 그해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Lucie Ernestine Marie Bertrand de Beauvoir, 1908~1986, 저서 '제2의 성-1949') 부부가 리더격인 ‘생-제르맹(Saint-Germain) 문학 그룹’의 일원이 됐고, 비앙과 미셸 부부가 주최한 화려한 파티에는 장폴 사르트르 부부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 등 명사들이 단골 참석했다. 비앙은 사르트르를 존경했고, '세월의 거품(L'Écume des jours)'에 오마쥬했다.

5.비앙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재즈 잡지에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기고했고, 동생 알랭과 재즈 클럽인 ‘르 타부’와 재즈합창단도 결성해 운영했다. 르 타부와 유명한 재즈 까페인 ‘르 클럽 생-제르맹-데-프레’등에서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1899~1974, 빅 밴드 재즈의 창시자), 현대 재즈 스타일의 아버지 찰리 파커(Charlie Parker, 1920~1255,알토 색소폰 연주자, 작곡가), 미국 재즈 트럼펫 연주자, 악단 지휘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ewey, Jr. Davis, 1926~1991) 같은 미국의 재즈 스타들을 초대해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특히 재즈의 아버지로 불린 듀크 엘링턴은 비앙의 딸 캐롤(Carole Vian, 1948~1998)의 대부가 됐다.
1954년에는 유명한 반전노래 샹송 '탈영병(Le Deserteur, 작곡 Harold Berg)' 의 가사를 쓴다. 당시는 프랑스 대 베트남 전쟁인 인도차이나 전쟁(La guerre d'Indochine, 영어 First Indochina War, 1946~1954)의 막바지였는데 첫 공연은 1954년 5월 7일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프랑스가 결정적으로 패배한 날이었다. 노래는 샹송가수 마르셀 몰루지(Marcel Andre Mouloudji, 1922~1994)가 불렀고, 일주일 후 녹음곡이 확산하면서 대히트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그해 말부터 1962년까지 앨범 판매와 방송을 금지했다.
샹송 '탈영병(Le Deserteur)'은 미국 유명 소설가로 '중력의 무지개(Gravity's Rainbow)'를 쓴 토마스 핀천(Thomas Ruggles Pynchon Jr.,1937~현재)의 모더니즘 소설 'V'에도 등장한다. 1955년에는 친구인 가수이자 코미디언 앙리 살바도르(Henri Salvador , 1917~2008)와 함께 최초의 프랑스 록 앤 롤 노래를 썼다. 비앙은 1957년과 1958년에는 필립스(네덜란드 다국적 기업)와 폰타나 등에서 아트 디렉터를 하기도 했다.

6.죽음은 의외로 찾아왔다. 보리스 비앙에 나쁜 평판을 안긴 소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1946)'가 화근이었다. 소설은 프랑스 영화 감독 미셸 가스트(Michel Gast,1930~2022)에 의해 1959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6월23일 특별 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초대 받은 비앙은 영화를 보다가 큰소리로 불만("이 사람들이 미국인이라고? 씨발!")을 쏟아냈고, 그자리에서 쓰러졌다. 자신의 소설을 미국식 해석으로 영화화 한 것에 대해 격노한 것이다. 긴급 호출로 달려온 아내 우르술라 퀴블러(Ursula Kübler, 1928~2010)는 인근 라엔네크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만39세의 요절이었다.
장례식은 거주하던 파리의 부촌 빌 다브레(Ville d'Avray)에서 열렸는데 장례식이 길어지자 장례직원들이 파업을 선언해 친구와동료 문인들이 묻어야 했다. 프랑스의 가수 앙리 살바도르는 "그는 재즈를 사랑했고, 재즈를 위해 살았고, 재즈를 듣고, 재즈로 자신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에디션 패이야드(Éditions Fayard)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비앙의 생애 동안 출판된 모든 제목과 미출판 작품, 라디오 방송의 필사본, 형이상학적 저작물 등을 모두 합쳐 15권으로 된 전집을 냈다. (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