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열차 안의 낯선 자들-히치콕 감독이 영화로 히트시킨 작가의 첫 소설은 그림 묘사처럼 시작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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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의 낯선 자들-히치콕 감독이 영화로 히트시킨 작가의 첫 소설은 그림 묘사처럼 시작된다.

지성인간 2023. 6. 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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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성이라도 난 듯 불규칙하게 덜컹거리며 내달렸다. 연이어 나오는 작은 역에 멈춰 서서 잠시 초조하게 승객들을 기다렸다가 다시 황량한 대초원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기차가 앞으로 내달리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대초원은 황갈색이 감도는 거대한 분홍색 담요처럼 이따금 일렁거렸다. 기차가 빨리 달릴수록 일렁거림은 더 높게 솟아올랐다.”(홍성영 역,오픈하우스,2015)

1.달리는 열차에 타 있는 듯한 첫 문단이다. 등장 인물없이 고정된 카메라가 찍는 듯한 묘사다. 화자(話者)의 개입이 없는 회화적(繪畵的) 사실주의 서술기법을 적용했다. 보이는 것을 그대로 옮겨 적는 듯한 도입부로 글쓰기를 배우는 초기 단계에 적용하면 좋은 문체라고 할 수 있다.

2.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Strangers on A Train, 1950)’은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꿈나무 작가의 첫 소설이지만 나오자 마자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했다. 실제 소설은 상상과 해석을 유발하는 묘사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소설의 전형으로 극화(劇化)에 알맞은 소설이기도 하다. Hard-boiled는 폭력적인 주제를 냉담하게 쓰는 것을 말한다. 1930년대 대공황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나온 사실주의 스타일 장르다.

3.줄거리는 열차를 타고 가던 건축가가 낯선 청년을 만나 교환(交換) 살인을 제의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가이 헤인즈(Guy Haines)와 찰스 브루노 안토니(Charles Anthony Bruno).

아버지를 증오하는 브루노와 바람난 아내 미리암(Miriam)과 이혼하고 싶은 가이. 부르노는 가이에게 교환 살인을 제의한다.

가이는 얼마후 변사체로 발견된 아내로 인해 용의자로 몰리고, 가이는 부르노의 아버지를 살해한다. 브루노의 사이코패스적 욕망과 내면 악의 표현의 끝은 죽음(익사)으로 이어진다. 가이는 죄를 고백하고 자수한다.

4.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흐릿한 안개처럼 스며드는 긴장감을 주는 소설이다. 치밀한 묘사로 읽는 이의 가슴을 옥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서늘할 정도로 생생하고 냉철하게 투영된다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소설도 대단히 냉소적이다. 뒤틀린 욕망과 도덕적 갈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열차안의 낯선자들' 초판본,1950, 미국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 1921~1995)=미국 작가. 20세기 최고의 심리 스릴러 범죄소설의 대가(2008년 타임즈 선정 1).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1809~1849,미국의 추리소설가)’로 평가받는다.

1.텍사스 주 북부 포트워스에서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J.B. 랙만, 어머니 메리 고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유아명은 메리 패트리샤 플란먼(Mary Patricia Plangman)이다.

6살 때 예술가 스탠리 하이스미스(Stanley Highsmith)의 양녀로 가서 뉴욕에서 자랐다. 리치먼드 고교와 버나드 칼리지, 컬럼비아 대학교 졸업.

2.만화 스토리 작가로 일하다가 장편 소설 열차 안의 낯선 자들(Strangers on A Train, 1950)’로 등단했다.

이 소설은 창작 공간 야도 콜로니(Yaddo colony, 뉴욕 사라토가 스프링스에 있는 예술가 커뮤니티)’에서 만난 소설가 트루먼 커포티(Truman Garcia Capote,1924~1984, 대표작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격려에 힘입어 썼는데 나오자 마자 인기를 끌었다.

3.하이스미스는 결혼을 한번 한 적 있는 양성애자이지만 1950년대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도 했다.

약혼자가 마련해 준 파티에서 패션잡지 보그(VOGUE, 미국 뉴욕에서 1892년 창간~현재) 모델 출신의 여성 사진 작가와 염문(艶聞)이 시작이었다.

영국 출판사 데니스 코헨(Dennis Cohen)의 아내 크레셋 프레스의 설립자인 정신 분석가 캐서린 해밀 코헨(Kathryn Hamill Cohen), 여성 사회학자 엘렌 블루멘탈 힐( Ellen Blumenthal Hill), 작가 마리잔 미커(Marijane Meaker)와도 거리낌없는 연애를 했다.

호모섹슈얼 동성애 독일 사진작가 롤프 티트겐스(Rolf Tietgens)와도 염문을 뿌렸다.

4.생전에 많은 상을 받았다. 서른살에 에드거 앨런 포를 기념해 미국추리작가협회가 시상하는 에드거 상 신인상(1951)과 작품상(1956)을 받았다.

또 영국 추리작가협회상(1964), 스웨덴 범죄 작가 아카데미의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1979)’, 프랑스 문화부 문예 훈장 기사(Chevalier dans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1989)’,핀란드 범죄 협회 베스트 외국 문학상(Best Foreign Literary Award,1993)’ 등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다.

1978년에는 제28회 베를린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장도 맡았다.

5. 평생을 우울증가 알콜중독에 시달렸다. 말년에는 독신으로 스위스의 티치노(Ticino, 이탈리아 접한 남부 주)의 한 산골마을에서 살았다. 2마리의 샴고양이가 동반자였다.

1995년 로카르노 카리타 병원에서 재생불량성빈혈과 암으로 생을 마감, 티치노 주도(州都)인 벨린초나의 묘지(cemetery in Bellinzona)에 묻혔다.

베른( Bern)에 있는 스위스 국립 도서관 문학 아카이브에 문학 재산이, 바젤에 다양한 기록물 등이 보존돼 있다.

유증(遺贈, 유언 증여)으로 뉴욕에 있는 ‘Yaddo colony(뉴욕 사라토가 스프링스에 있는 예술가 커뮤니티)’3만 달러를 기탁했다.

6.하이스미스의 소설은 수십 편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첫 소설 열차안의 낯선 자들은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 앨프레드 히치콕(Sir Alfred Hitchcock, 1899~1980)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 히트했다.

한국인에서 잘 알려진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1960,알랭 들롱 주연)’도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1955)’를 프랑스 유명 감독 르네 클레망(1913~1996)이 영화로 제작했다. 르네 클레망은 금지된 장난((Jeux interdits,1952) 등 유명 작품을 많이 연출한 감독이다.

동성애를 다룬 소설 소금의 값(The Price of Salt, 1952)’은 영미권에서 100만 부나 팔렸다.이 소설은 2015년 호주 출신 케이트 블란쳇(Catherine Elise Blanchett,1969~현재), 루니 마라(Patricia Rooney Mara,1985~현재,미국 여배우) 등이 출연한 퀴어(Queer, 성 소수자) 영화 캐롤(감독 토드 헤인즈)’ 로 재탄생했다.

7.단호한 무신론자로 팔레스타인에 온정적이었다. 소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People Who Knock on the Door,1983)’을 써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헌정했다.

영미권에서 인기가 대단했다.  더 타임스 (The Times) “하이스미스에게는 공포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신비스러운 감각이 있다”고 평했다.

미국에서는 환생한 에드거 앨런 포라고 불렀고, 영국 소설가 헨리 그레이엄 그린(Henry Graham Greene,1904~1991)에 의해 불안(공포)의 시인이라는 호칭도 얻었다.

8.주요 작품으로 소금의 가격(1952,1990캐롤로 재출판)’, ‘살아있는 게임(1958)’, ‘부엉이의 울음소리(1962)’, ‘1월의 두 얼굴(1964)’, ‘개의 몸값(1972)’, ‘에디스의 일기(1977)’,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1983), ’스몰 g-여름 전원(1995)‘ 등이 있다.

또 리플리 시리즈로 재능있는 리플리(1955)’, ‘리플리 언더그라운드(1970)’, ‘리플리의 게임(1974)’, ‘리플리를 팔로우한 소년(1980)’, ‘리플리 수중(1991)’ 등이 있다.(콘텐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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