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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인도로 가는 길-영국 식민 통치를 비판한 소설의 첫문단은 이국 땅을 길게 소개한다 본문
“찬드라푸르는 20마일쯤 떨어진 곳에 있는 마라바르 동굴을 제외하면 특별한 것이라곤 없는 도시다. 가장자리에 갠지스강이 흐르고 있지만 강물에 씻는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이 도시는, 멋대로 내다 버린 쓰레기로 뒤범벅이 된 채 강둑을 따라 2마일쯤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갠지스가 이곳에서는 성스러움을 잃기라도 한 듯 강변에는 강으로 목욕하러 내려가는 계단도 없고, 도도한 물줄기의 전경(全景)마저 시장 건물들이 가리고 있다. 이 도시의 거리들은 초라하고 사원들도 미미하며, 좋은 집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정원에 가려져 있거나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면 기겁해서 도망갈 만큼 지저분한 골목들을 지나야 닿을 수 있다. 찬드라푸르는 번영했거나 아름다웠던 적이 없지만 2백년 전만해도 제국이었던 북인도에서 바다로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집들은 그때 생긴 것이다.”(민승남 역, 열린책들, 2020)
1.어떤 지역의 긴 자기소개서 같은 도입부다. 가상의 지역 설명을 장황할 정도로 길게 한 폭의 수채화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멋진 풍경 사진을 들여다보는 듯한 묘사이며,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찬드라푸르, 마라바르 동굴은 소설의 핵심 주제와 연결된 상징의 표현이다.
2.E.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924)’는 출간과 함께 영미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
식민지 인도에서 영국 통치 문제를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정면으로 다룬 첫 소설이어서 지배권력과 지식인 층에서 논쟁이 됐다. 하지만 식민통치의 근본을 파헤치지는 못한 명백한 한계를 지닌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나온 해에 영문학에만 주는 문학상으로 권위있는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James Tait Black Memorial Prize,
1919년 설립, 에든버러대학 주관)’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1904년 설립된 프랑스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Femina Vie Heureuse)’를 수상했다.
책 제목 ‘A Passage to India’는 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s, 1819~1892)의 1870년 시 ‘Passage to India’에서 영감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타임’지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영문 소설 100선’에 선정됐다.
3.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 이슬람사원, 2부 동굴, 3부 힌두사원을 소제목으로 하고 있다. 각각 선선한 철, 무더운 철, 우기를 상징한다.
소설은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인도인과 영국인 사이의 공통된 편견과 인종주의, 그에 따른 팽팽한 긴장감 등을 다루고 있다. 그렇치만 특출한 캐릭터나 스펙터클한 전개가 있다거나 플롯이 재밌다는 느낌은 없다. 대신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읽어 갈수록 또다른 뉘앙스를 준다.
포스터는 1912~1913년 사이 인도를 방문했고, 인도 서부 마라타 데와스(Dewas, 마디아프라데시(Madhya Pradesh) 주의 말와(Malwa) 지역도시)의 통치자 투코지라오 3세(Tukoji Rao III,1888~1937)의 비서를 지낸 경험이 소설의 바탕이 됐다고 한다.
4.인도로 가는 길은 대영제국의 식민지 통치에 대해 울리는 조종(弔鐘)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의 독립운동 확산과 영국인에 대한 감정 악화 시기에 써서 식민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쳤기 때문이다.
독자가 정치적 측면과 인종적 측면을 헤아리도록 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은혜를 베푸는 듯한 영국의 식민정책 등을 모호하게 쓴 것, 인종 차별이 아닌 것 같은 행태 등을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5.등장인물은 많지 않다. 인도에 있는 영국병원 무슬림 의사 아지즈( Aziz), 아지즈의 영국인 친구 시릴 필딩(Cyril Fielding, 인도인을 위한 작은 대학 교장), 치안 판사 로니 헤슬롭(Ronny Heaslop)과 그의 어머니인 무어(Moore) 부인, 영국인 여교사 아델라 퀘스티드(Adela Quested, 로니 헤슬롭의 약혼 상대자) 등이다.
또 영국인 콜렉터 터턴(Turton), 나라얀 고볼레(Narayan Godbole) 교수, 아지즈의 상관 소령 칼렌다르(Maj. Callendar), 찬드라푸르의 영국 경찰 감독관 맥브라이드(McBryde), 힌두 왕가에 고용된 영국 여성 데릭(Miss Derek), 마무드 알리(Mahmoud Ali), 아지즈의 삼촌 하미둘라(Hamidullah) 등이 나온다.
6.줄거리는 인도의 가상 도시 찬드라푸르에서 판사로 있는 젊은 영국인 로니에게 그의 어머니 무어 부인과 약혼 상대자 아델라 퀘스티드가 영국에서 찾아온다.
아델라는 어느 날 무어부인과 친한 인도인 무슬림 청년 의사 아지즈에게 동굴 관광 안내를 받는다. 그런데 동굴 속의 신비스런 메아리 때문에 착각과 어지러움(착란, 錯亂)을 일으킨다. 동굴에서 아지즈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아델라는 아지즈를 고소한다.
아지즈는 졸지에 영국인 여성의 성추행범으로 몰린다. 아지즈와 주변 인도 주민들은 그런 사실이 없음을 누누이 얘기하지만 영국인들은 유죄를 주장한다.
조용하던 찬드라푸르는 영국인과 인도인의 대립으로 긴장이 고조된다. 결국 아지즈는 친구 시릴의 도움과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착각)을 인정한 아델라의 말로 무죄로 풀려난다. 재판 과정에서 민족 간 갈등, 인종 차별, 문화 충돌 등이 드러나고, 아지즈는 점차 식민제도의 문제점과 영국인을 증오한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도와 준 친구 시릴이 나중에 아델라를 도왔다는 이유로 멀리한다. 아지즈는 다시는 백인과 친구가 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할 정도다. 아지즈는 재판을 통해 인도인의 정체성을 깨닫고, 이런 모든 일은 영국으로부터 독립돼야만 바로잡힌다는 점을 깨닫는다.
2년이 지난 아지즈는 힌두교 지배 지역인 마우로 이주하고 시릴은 무어의 딸과 결혼하고, 병원 수석 의사가 된다. 시릴이 아지즈가 정착한 곳을 찾아와 친구로서 관계는 회복한다.
하지만 아지즈는 영국인은 모두 인도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인도가 영국 통치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6.인도로 가는 길 원고는 포스터가 사망 전 영국 출판인 루퍼트 하트 데이비스(Rupert Hart-Davis,1907~1999)에게 기증했다.
1984년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했다. 그해에 1984 골든 글로브상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영화 는 1985년 초 개봉했다. 한국은 1986년 7월 개봉.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콰이강의 다리(1957), 아라비아의 로렌즈(1962) 등)이나 수상한 당대의 명장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이다.
주연인 아델라 역은 호주 출신 배우 주디 데이비스(Judy Davis, 1955~현재)가 맡았다. 무어부인역의 영국 배우 페기 애쉬크로프트(Edith Margaret Emily Ashcroft, 1907~1991)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페기는 1984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앞서 1960년에는 연극감독 프랭크 하우저(Frank Hauser, 1922~2007)가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했다.
#.E.M. 포스터(Edward Morgan Forster, 1879~1970)=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비평가. 당대에 다양한 국가의 캐릭터를 묘사한 최초의 영미 소설 작가 중 한 명이다. 46세에 소설 쓰기를 그만 두었지만 대영제국의 예고된 몰락과 영국 사회의 모순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가로 꼽힌다.
1.영국 런던 도싯 스퀘어 멜콤비 플레이스 6번지에서 건축가 에드워드 모건 르웰린 포스터(Edward Morgan Llewellyn Forster)와 어머니 앨리스 클라라 릴리 위첼로(Alice Clara Lily Whichelo)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가 결핵으로 사망, 모자(母子)는 하트퍼드셔(Hertfordshire)의 스티븐니지( Stevenage) 근처의 룩스(Rooks)로 이사갔다.
아버지의 고모이자 영국 인권운동가인 마리안 숀튼(Marianne Thornton, 1797~1887) 등과 함께 살기도 했다. 숀튼은 포스터에게 많은 유산(당시 8000파운드)을 남겼다. 포스터는 1956년 그녀에 대한 전기를 출판했다.
2.켄트에 있는 톤브리지 스쿨(Tonbridge School)을 거쳐 1897년부터 1901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 King's College)를 다녔다.
포스터는 케임브리지 친구들과 월간지 ‘인디펜던트 리뷰’를 만들었고, 이 잡지에 에세이 ‘마콜니아 상점들’을 발표, 작가로 데뷔했다. 소설가로는 이듬해 같은 잡지에 단편 ‘목신을 만난 이야기’를 발표, 데뷔의 계기가 됐다.
1905년 첫 장편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Where Angels Fear to Tread)’과 ‘기나긴 여행’을 잇달아 발표, 작가로서 위치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전망 좋은 방(1909)’, ‘하워즈 엔드(1910)’를 내놓으며,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4.포스터는 런던과 케임브리지 중심 지식인·예술가들의 모임인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을 주도했다.블룸즈버리는 케임브리지 주변 지역 명칭이고, 화가 덩컨 그랜트( Duncan James Corrowr Grant, 1885~1978)를 제외한 남성 모두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다.
이 모임에는 화가이자 미술 평론가 로저 프라이(Roger Eliot Fry, 1866~1934), 화가 덩컨 그랜트, 화가이자 장식가인 바네사 벨(Vanessa Bell, 1879~1961, 버지니아 울프 언니)과 남편 클라이브 벨(Clive Bell, 1881~1964, 시인이자 비평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와 남편 레너드 시드니 울프(Leonard Sidney Woolf, 1880~1969),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 케인즈 경제학의 주인공) 부부 등이 주요 멤버였다.
5.1900년 초 휴 메러디스(Hugh Owen Meredith)와 애인 사이가 되었으나 메러디스는 다른 사람과 1906년 결혼한다. 1906년 포스터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유학 온 17세의 옥스포드 남학생 사이드 로스 마수드(Syed Ross Masood)에게 동성애 감정을 느낀다. 1912년 인도 여행에서 마수드를 만나기도 했다.
결국 포스터는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해가 갈수록 동성애로 기울었다. 결혼한 경찰관인 Bob Buckingham (1904~1975)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었고, 불가리아 출신 미술품 수집가 마테이 라데프(Mattei Radev)와 연인 관계로 여행을 자주 다니기도 했다. 라데프는 인상파 및 모더니스트 화가 작품 800점을 보유한 ‘The Radev Collection’으로 유명하다.
포스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 다만 포스터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영국 적십자사의 수석 수색대원(실종 군인을 찾는 일)으로 일했다.
6.포스터의 소설에는 많은 상징 기법이 사용됐다. 소설 곳곳에 상징과 은유를 통해 캐릭터와 연결되는 구도를 보여준다. 또 소설의 중간중간에 신비주의를 넣고 있다. 신비주의를 애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소설 인도로 가는 길 역시 신비주의(동굴속 사건)가 키포인트다.
포스터는 어느 소설가보다 다양한 국가와 지역을 여행했다. 그래서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국적 인물 캐릭터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이같은 묘사는 소설 ‘여인의 초상’을 쓴 미국 작가 헨리 제임스(Henry James,1843~1916), ‘달과 6펜스’의 영국 소설가 서머셋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 등 일부 소설가만 가능했다.
7.1937년 영국왕립문학협회로부터 권위있는 작가에게 주는 벤슨 메달을 받았다. 영국 왕실로부터 1949년 기사(knighthood) 작위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다. 다만 1953년 ‘명예의 동반자(Companion of Honour)’는 수용한다.
포스터는 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 명예교수, 영국 시민 자유를 위한 국민평의회(NCCL) 의장 등을 하면서 정치활동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근대 영국(대영제국)의 현대로의 전환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또 사망할 때까지 인본주의(人本主義, humanitarianism)에 애착을 가졌다. 케임브리지 인본주의자협회 회장, 영국 인본주의자협회 자문위원이었다. 인본주의는 신이나 자연 숭배, 신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인간의 가치를 주된 관심사로 삼는 사상이다.
85세에 영국 소설가 윌리엄 골딩(Sir William Gerald Golding, 1911~1993)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포스터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가장 긴 여행(The Longest Journey)’의 영감을 준 윌트셔(Wiltshire)로 순례(pilgrimage) 여행을 가기도 했다.
8.1970년 잉글랜드 중부 워릭셔(Warwickshire)주 코번트리(Coventry, 현 잉글랜드 웨스트 미들랜즈 주)의 버킹엄(Buckinghams) 집에서 91세(뇌졸중)로 영면했다. 포스터 유골은 버킹엄의 유골과 섞여서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 근처의 코번트리 화장터 장미 정원에 뿌려졌다.
9.주요 작품으로는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Where Angels Fear to Tread,1907)’, ‘기나긴 여행(The Longest Journey,1907)’,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1909)’, ‘하워즈 엔드(Howards End,1910)’, ‘콜로노스의 숲(Collected Short Stories)’ 등이 있다. 포스터의 동성애 성향 소설 모리스(Maurice,1971)와 단편 소설집 다가올 삶(The Life to Come)은 그의 사후 출판됐다.
10.미국에서는 저명 문학평론가 라이오넬 트릴링(Lionel Mordecai Trilling,1905~1975)의 ‘E. M. 포스터-연구(E. M. Forster: A Study)’로 한때 포스터 붐이 일었다. 트릴링은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살아있는 소설가”라며 “매번 읽을 때마다 무언가를 배웠다는 느낌을 준다”고 썼다.
영국 작가이자 미디어 컨설턴트 팀 레가트(Timothy William Leggatt)는 2012년 포스터의 미발표 서신을 바탕으로 회고록 ‘Connecting with E. M. Forster: A Memoir’를 출판했다. (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