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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중세 최대의 연애사건-17세 소녀와 중년 신학자의 스캔들을 쓴 저술은 생동감 있는 묘지 르포로 시작한다. 본문
페르라셰즈 묘지의 무덤 “파리 동쪽의 페르라셰즈 공동묘지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특이한 무덤을 발견하게 된다. 따뜻한 어느 가을날 나는 비바람에 풍화된 엷은 회색 묘석 앞에 서 있었다. 실물 크기로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석상의 주인공이 수녀원장 엘로이즈와 수도원장 아벨라르라는 것을 알려주는 묘석이었다. 두 석상은 땅에 끌리는 수도복을 걸친 모습이었다. 평생 결코 단 한 순간도 이별이 없었던 것처럼, 온전한 평화가 깃든 모습이었다. 살아 있을 때 겪었던 고난이나 그칠 줄 모르던 고통은 물론이고, 세상을 떠난 후 1817년 11월6일 페르라셰즈에 마지막으로 묻힐 때까지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 석상이야말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시간을 초월하여 가장 생생하게 유지시켜 주는 유일한 기념물이다.”(에버하르트 호르스트 저, 모명숙 역, 생각의나무, 2005)
1.현장을 가보고 생생하게 쓴 전형적인 르포르타쥬(르포)다. 파리 최대의 묘원 페르라셰즈에 카메라를 들이대 보여주듯이 실감나게 묘사했다. 르포를 쓸 때는 가장 먼저 무엇을 주제로 잡아 쓸 것인가가 고민인데 저자는 과감하게(?) 묘지에서 시작하고 있다. 독자를 의식한 달콤한 첫 문단보다는 글의 생동감을 위해 묘지를 테마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두 사람을 부드럽게 드러내면서 독자에게 르포의 목적을 인지시키기위한 의도로 보인다. 첫 줄에 나오는 *페르라셰즈 묘지는 파리 20구에 있는 파리 최대의 공동묘원 ‘Cimetière du Père-Lachaise’이다. 1803년 나폴레옹 황제시대 때 조성, 1804년 일반에 개방했다. 현재 7만 기의 무덤이 들어서 있다. 한편 이 책의 주인공들인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는 죽은 뒤 프랑스 파리 남동쪽 노장슈르센 근처 파라클레테(Paraclete)라는 대수도원에 나란히 묻혔으나, 19세기에 파리 페르라셰즈 묘지로 이장했다.파라클레테 뜻은 위로하는 사람,돕는 자이다.
2.에버하르트 호르스트의 ‘중세 최대의 연애사건-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금단의 사랑(Heloisa und Abaelard, 2004)’은 르포르타쥬 식으로 쓴 역사 인물 평전이다. 중세의 신학 인물들의 러브 어페어(Love Affair)를 소설처럼 쓴 책이다.
엘로이즈와 아벨라르의 사랑은 중세 최대의 스캔들이라고 할 정도로 종교계와 상류사회의 유명한 사건이었다. 39세 수도사와 17세 소녀의 허락받지 못한 사랑이야기로 당대 유럽 상류사회 성인들은 모른 이가 없을 정도로 떠들썩했다.
저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와 기록물의 역사적 실재와 사실을 밝히고, 잘못 전해진 이야기도 바로잡는다. 이는 역사적 지식과 역량, 치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중세의 쇼킹한 스캔들을 묘사한 '중세 최대의 연애사건'은 2004년 독일 뮌헨 클래젠(Claassen) 출판사에서 나왔다.
3.중세의 유명한 신학자 아벨라르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참사회원 퓔베르의 조카딸 엘로이즈의 사랑은 소설보다 더한 플롯을 갖고 있다. 20년이 넘는 나이차, 스승과 제자, 비밀 결혼식, 에로이즈의 출산, 수녀원 입회, 아벨라르 거세 등 센세이션한 모티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두사람이 겪은 굴곡-사랑과 갈등, 분노와 연민, 질투 등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또 두 사람의 죽음 이후 이야기도 챙겨서 다루고 있다. 저자는 두 연인의 사랑 뿐만 아니라 암흑의 중세 시대의 결혼관, 종교관, 수도원(Monestary)과 수녀원(Nunnery)의 기능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중세시대에 왜 수도원과 수녀원이 번성했는지, 그 이유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4.이 책의 남자 주인공인 아벨라르는 중세 시대 스콜라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피에르 아벨라르(Pierre Abélard, 1079~1142년)이다.프랑스 서부 브르타뉴(Brittany) 낭트(Nantes) 근교의 작은 마을 르팔레(Le Pallet) 출신이다.
아벨라르는 기사의 아들로 기사와 성직자의 길에서 성직자를 선택, 신학과 철학 등의 배움에 집중했다. 당시 대표적인 성서학자 앙셀름에게서 신학를 공부했다. 특히 극단적 실재론자 샹포의 기욤(Guillaume de Champeaux, 1070~1121)과 이에 대립하는 극단적 유명론자 요하네스 로스켈리누스(Johannes Roscellinus, 1050~1125?) 모두에게 배웠다. 아벨라르는 두 스승의 학문을 결합, 젊은 시절부터 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아벨라르는 1110년 무렵 파리 남동쪽 믈륑(Melun)에 학교를 세우고, 독자적인 신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한편 많은 논쟁에서 명쾌한 이론을 제시, 명성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아벨라르는 1115년 파리 노트르담 교회의 참사회원이 되었다.
이때 파리 대성당 성직자이자 참사회원 퓔베르의 조카 엘로이즈의 가정교사가 됐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아들(아스트랄라브, Astrolabe)을 낳았다. 그리고 비밀리에 혼인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도 안돼 두사람의 사랑은 들통났고, 진노한 엘로이즈의 외삼촌 퓔베르가 보낸 사람들에 의해 아벨라르는 거세당했다. 이후 파리 근처 생드니의 왕립 대수도원에 들어갔다. 저서로는 ‘긍정과 부정’, ‘최고선에 관한 신학’, ‘로마서 주해’ 등을 썼다.
5.또 한명의 주인공 엘로이즈는 프랑스 파라클레테(Paraclete) 대수도원의 수녀원장을 지낸 엘로이즈(Héloïse, 1098,1101~1164)이다. 부모의 출신성분이 알려지지 않은 엘로이즈는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는 물론 여러 학문과 고전 읽기, 글쓰기도 뛰어난 재원이었다.
1118년 무렵 외삼촌이자 노트르담의 참사회원인 퓔베르(Fulbert)의 주선으로 아벨라르의 제자가 됐다가 사랑에 빠졌다. 둘은 열렬히 사랑하다가 엘로이즈가 임신해 들통날 위기에 처했다.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주선으로 브르타뉴에 가서 아들 아스트랄라브(Astrolabe)을 낳고서 파리로 돌아온 뒤 비밀리에 결혼했다. 그런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외삼촌 퓔베르는 분노했다. 퓔베르는 친족들과 협의해 아벨라르를 붙잡아 가두고 강제로 거세시켰다.
이후 아벨라르와 에로이즈는 가족과 주변의 지탄속에 생이별했다. 열렬한 사랑이 1년 남짓한 뒤 종말을 맞은 것이다. 아벨라르는 생드니 수도원, 엘로이즈는 아르장퇴유에 있는 수녀원에 들어갔다. 그후 아르장퇴유 수녀원이 교황청의 해산 명령을 받자 아벨라르는 자신이 설립 허가를 낸 파라클레 수도원 터를 엘로이즈와 그녀를 따르는 수녀들에게 기부했다. 엘로이즈는 그곳에서 대수녀원장을 끝으로 숨졌다.
6.이 책의 주제는 불멸의 사랑이다. 전설에 따르면 엘로이즈는 자신보다 22년 먼저 사망한 아벨라르 옆에 묻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아벨라르 묘 옆을 파헤치자 죽은 아벨라르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엘로이즈를 맞았다고 한다.
중세의 신도 막을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길었지만 실제 같이 지낸 기간은 채 일 년도 되지 않는다. 신학자와 소녀의 사랑을 누구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아벨라르는 거세당하고 아이는 다른 집으로 보내졌다. 엘로이즈는 수녀 생활을 했다.
엘로이즈가 아벨라르의 무덤에서 불렀다는 노래는 지금도 전해진다. “나는 가혹한 운명을 당신과 함께 전부 견디어 냈나이다./청하오니, 이제 당신과 함께 잠들게 하소서./그리고 시온으로 들어가게 해주소서./시련이 끝나게 하시고,빛이 있는 쪽을 향하게 하시며,영혼을 자유롭게 해주소서!”
7.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주고받은 서신은 그 자체가 중세 서간문학의 핵이다. 시, 소설, 회화, 영화, 연극 후대의 수많은 예술의 모티브가 되었다.14세기 프랑스 학자이자 시인 기욤 드 로리스(Guillaume de Lorris, 1200?~1240?)와 장 드 묑(Jean de Meun, 1240~1405)의 연계 소설 ‘장미의 로맨스(Le Roman de la Rose)’ 에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유명한 것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서간 소설 ‘쥴리 또는 누벨 엘로이즈(Julie ou la Nouvelle Héloïse,1761)’이다. 부제 ‘알프스 기슭의 작은 마을에 사는 두 연인의 편지’가 붙은 이 작품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프랑수아 비용(Francois Villon,1431~1463)도 ‘옛 귀부인을 위한 발라드’에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찬양했다. 또 1947년 로제 바이양(Roger Vailland, 1907~1965)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서 아벨라르의 수난(거세 등)을 진보적인 이념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 매리온 미드(Marion Meade, 1934~2022)의 ‘하늘을 훔친 사랑(Stealing Heaven)’도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재해석한 것이다.이 소설은 동명 영화로 나왔다. 영국 영화감독 클리브 도너(Clive Donne,1926~2010)가 1988년 만들었다.
가장 최근 나온 미국 영화 ‘이터널 션사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5, 재개봉 2015년)’에도 나온다. 제목 자체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을 묘사한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의 시 ‘Eloisa to Abelard’의 한 구절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서 따왔다. 한편 중세 이후 현대까지 수많은 회화 작품에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에버하르트 호르스트(Eberhard Horst,1924~2012)=독일의 역사가, 전기 작가, 문학평론가. 펜(P.E.N) 클럽 회원이자, 유럽과학예술아카데미의 회원.
1924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다. 1947년 프랑스 전쟁 포로 수용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48년부터 1955년까지 본과 뮌헨에서 철학, 신학, 독어독문학, 연극학을 공부했다. 1956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고, 프리랜서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로 활동했다.
1969년 그는 독일 작가 협회(VS)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으로 1970년부터 1972년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1971년부터 1973년까지 그는 BR 방송 위원회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2012년 2월 15일 독일 뮌헨 근교의 그뢰벤첼에서 오랜 투병 끝에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1975년 뮌헨 문학 진흥 재단 문학상, 1987년 뮌헨시 큰부리새 상, 1992년 독일 연방 공화국 공로 훈장을 받았다. 주요 작품은 ‘슈타우퍼가의 프리드리히’, ‘콘스탄티누스 대제’, ‘테오파누’, ‘빙엔의 힐데가르트’ 등이 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