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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역사의 무게와 삶의 가벼움을 쓴 소설의 첫 문단은 무거운 철학 사유로 시작한다. 본문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을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거나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이재룡 역, 민음사,2018)
1.철학 책을 읽는 것처럼 무겁게 다가오는 첫 문단이다. 철학에 개입한 종교을 해석하는 느낌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개인의 실존을 묻지만 불교의 윤회설만큼 어렵다. 가벼운 삶속의 잔혹한 아름다움, 영원과 찰나가 이분법적으로 다가 오지만 선뜻 들어오지 않는다. 왜일까?너무 무거운 주제와 산만한 문체가 도입부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소설로는 이례적이다. 논술 시험 등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첫 문단이다.
2.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1984)’은 프랑스에서 첫 발행됐다.
체코에서는 1년 뒤에 나왔다. 체코어 제목은 ‘네스네시델나꼬스트 비끼(Nesnesitelná lehkost bytí)’이다.
영어 제목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이다.
3.등장 인물은 아버지가 없이 자란 의사 이혼남 토마시(Tomáš), 토마시의 아내이자 사진 작가인 테레자(Tereza), 예술가이자 토마시의 불륜 상대인 사비나(Sabina), 사비나의 또 다른 연인인 프란츠(Franz) 등이다.
시대는 1968년 전후. 장소는 공산정권 시기의 체코슬로키아(현 체코) 프라하다.
4.줄거리는 외과 의사이자 지식인 토마시는 수많은 여성과 연애를 하지만, 테레자 만을 사랑해 재혼한다. 물론 재혼해서도 바람을 달고 산다. 섹스와 사랑은 별개라는 이유에서다.
삶을 가볍게 생각하는 가장 가까운 여친인 사비나도 정부(情婦)일 정도다. 하지만 사비나도 다른 남자 프란츠와 애인으로 지낸다. 프란츠는 무거움 없는 사비나의 삶에서 내버려지지만 혁명 등 대의적인 것을 동경한다.
테레자는 소련군의 프라하 침공 때 용감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부부는 공산주의 체제에 싫증을 느껴 외곽으로 이사를 한다. 둘은 뒤늦게 이데올로기의 무게를 벗겨내고 생의 가벼움을 발견하면서 애완견과 함께 진정한 행복을 발견한다.
하지만 프라하의 촉망받는 의사에서 외곽의 트럭 운전기사로 전락한 토마시, 혁명의 꿈은 안고 아시아로 간 프란츠 둘다 어이없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5.소설은 역사의 그물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삶의 덧없음이 관통하고 있다.
역사와 이념을 빼고 단순하게 읽으면 잘 짜여진 3류 연애소설같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이야기한다.( 영화 ‘프라하의 봄’의 잔영이 남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소설은 처음부터 난해한(특히 니체) 철학적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1968년의 프라하의 봄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다루고, 개인의 실존을 묻는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놓인 존재의 허무함 속에 사는 인간의 사랑과 욕망, 자유와 속박에서 나타나는 모순을 짚어낸다.
허망한 인생(가벼움)과 실존적 고뇌(무거움)를 이야기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짓지 않는다. 모순 덩어리 삶은 결국 의미가 있지도 무의미하지도 않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개인의 삶이 아닌 나라와 공동체는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일까. 현재의 행복을 위한 삶에서 공동체는 짐일까? 모순일 수밖에 없다.
소설에는 악성 베토벤 이야기도 나온다. 'muss es sein?, es mus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이다.
역사의 무게와 개인의 실존, 그것은 운명이기에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이것이 소설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6.1988년 미국에서 필립 카우프만(Philip Kaufman,1936~현재) 감독의 영화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로 나왔다.
주연은 다니엘 데이루이스(Daniel Michael Blake Day-Lewis,1957~현재)와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Juliette Binoche, 1982~현재)였다. 한국에서는 ‘프라하의 봄’으로 개봉했다.
7.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연재되면서 첫 소개됐다. 그해 11월 단행본으로 출간됐는데, 2022년까지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외국 작가 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출판사의 표지갈이(리커버(Re-cover), 같은 책을 표지가 다르게 출판)’도 화제가 됐다. 민음사가 2018년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리커버 도서를 냈는데, 표지(작가의 스케치와 사인)가 주목받아 9년 전 출간 도서보다 10배나 더 팔렸다고 한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년4월1일~현재)는 체코 태생의 프랑스 소설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오르는 작가다.
1.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Československá republika) 남동부 모라비아 브루노(Brno)에서 야나체크 음악원(Janáček Music Academy) 교수 루드빅 쿤데라(Ludvik Kundera, 1891~1971)와 어머니 밀라다 쿤데로바(Milada Kunderová) 사이에서 출생했다.
아버지는 1948~1961년 야나체크 음악원 대표를 지낸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였다.
1948년 브르노 중고등학교 공부를 마쳤다. 프라하로 가서 찰스 대학(Charles University)에서 문학과 미학을 공부하는 한편 국립 공연예술 아카데미 영화 학부도 다녔다.
2.중등학부를 졸업한 해인 194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Komunistická strana Československa,1992년 4월 해산)에 입당했다.
1950년 ‘반당 활동’ 이유로 공산당에서 제명됐으나 1956년 재입당했다. 하지만 1970년 다시 제명된다.
1967년 첫 번째 소설인 ‘농담(La Plaisanterie, The Joke,1967)’을 받표하고 문단에 공식 데뷔한다.
3.1967년 베라 흐라반코바(Věra Hrabánková)와 결혼했다.
1975년 프랑스로 망명, 서부 브르타뉴에 있는 렌대학(University of Rennes)에서 강사로 활동한다.
체코 시민권이 취소(1979)되자 1981년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체코 국적이 다시 회복된 것은 2019년12월 체코 정부에 의해서다.
프랑스 망명후 1989년 체코혁명(Velvet Revolution,벨벳 혁명) 이전까지 쿤데라의 모든 책은 체코에서 판매 금지됐다. 벨벳 혁명은 부드러운 천인 벨벳처럼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적 시위로 정권 교체(무혈 혁명)를 한 것을 의미한다.
4.쿤데라는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논란이 됐다. 2009년 미성년자 마약 성폭행 혐의가 있던 폴란드 출신 영화 감독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1933~현재, 대표작 ‘피아니스트’, ‘테스’ 등)를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폴란스키는 1977년 13세 소녀를 마약, 성폭행한 혐의로 스위스에서 체포됐었다.
5. 주요 작품으로는 ‘인생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Life Is Elsewhere, 1969)’, ‘웃음과 망각의 책(The Book of Laughter and Forgetting, 1975)’, ‘불멸(Immortality, 1988)’, ‘보잘 것 없는축제(The Festival of Insignificance, 2014)’ 등이 있다.
6.여러나라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상( Jerusalem Prize,1985), 오스트리아 국가상(Austrian State Prize,1987), 독일의 국제 목축상(International Herder Prize,2000), 체코 문학상( Czech State Literature Prize,2007), 프랑스의 시노 델 두카 상( Prix mondial Cino Del Duca,2009), 루마니아의 오비드 상( Ovid Prize,2011),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 상(Franz Kafka Prize,2020) 등이다.
1983년 체코의 클레 천문대(Kleť Observatory)가 발견한 소행성에 ‘7390 쿤데라’를 명명했다. 2010년에는 고향 브르노의 명예 시민(Honorary citizen )이 됐다.
7.프랑스 소설가 루이스 아라공(Louis Aragon,1897~1982)은 “쿤데라는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이라며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