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영미권 필독서로 청소년의 성장통을 대변한 소설의 첫 문단은 호흡이 긴 독백처럼 쓰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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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영미권 필독서로 청소년의 성장통을 대변한 소설의 첫 문단은 호흡이 긴 독백처럼 쓰였다

지성인간 2023. 6. 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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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나의 엉망인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 우리 부모가 나를 낳기 전에 뭘 하느라 바빴는지 뭐 그런 데이비드 코퍼필드류의 쓰레기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첫째로 그런 건 따분하고, 둘째로 우리 부모는 내가 그들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남에게 하면 각각 뇌일혈을 두 번쯤 일으킬 거다. 우리 부모는 그런 거에는….”(공경희 역, 민음사,2023)

1.반항기의 청소년의 독백을 자연스럽게 쓴 첫문단이다. 최대한 객관적인 것처럼 이야기 해 술술 읽히지만 길게 이어지는 어휘들의 나열은 어색한 느낌은 지울수 없다. 특히 첫 문장의 마침표가 제대로 찍혔는지 다시 확인할 정도로 혼란스럽다.그렇치만 운문처럼 읽으면 리듬을 탈 수있는 문장이 이어진다. 영어 번역체여서 문체를 굳이 따질수 없지만 영어로 읽으면 운율이 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논술 시험이나 자기 소개서 등 글쓰기에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문체 구성이다.

2.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1951)’은 미국  최고의 인기 소설이다. 약칭 GAN으로 표현되는 ‘위대한 미국 소설(Great American Novel)'에 포함된다.
출판 두 달 만에 8쇄를 찍는 등 공전의 히트작으로 30주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미국에서 매년 25~30만 부가 팔리고, 2022년 기준 각국에서 65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출판 직후부터 미국 청소년의 성장통을 일컫는 '콜필드(주인공 이름) 신드롬'이 나왔다. 소설 제목은 어린이들이 뛰노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 주인공의 욕망에서 나왔다.
영미권 학교에서 대학 과정 인증 시험 및 고급 교과 과정(Advanced Placement) 대비를 위한 필수 소설이다.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가장 잘 쓴 영어 소설 100선’, 2003년 BBC 설문조사 ‘빅 리드’15위에 올랐다.

호밀밭의 파수꾼 초판본(1951)은 작가의 절친 E. 마이클 미첼의 그림이다.출처=위키피디아 영문판.

3.등장인물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 친형이자 콜필드 가의 장남 ‘D.B. 콜필드’, 남동생으로 3남 ‘앨리 콜필드’, 여동생이자 막내딸 ‘피비 조세핀 콜필드’, 펜시 기숙학교 늙은 역사 교사 ‘스펜서 선생님’, 같은 동네 여자아이 ‘제인 갤러거’ 등이다.
또 기숙학교 룸메이트 ‘워드 스트라드레이터’와 ‘로버트 애클리’, 포주 ‘모리스’, 창녀 ‘써니’, 소꿉친구 소녀 ‘샐리’, 전에 다녔던 학교 젊은 교사 ‘안톨리니 선생님’도 나온다.

4. 줄거리는 기숙학교에서 쫓겨난 사춘기 소년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뉴욕을 방황하며 순수와 진실을 찾지만 허망한 상황에 다시 돌아오는 가출 일기다. 소설 곳곳에 위선과 기만에 찌든 물질 본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예민하고 반항적인 사춘기 홀든은 위선자들이 판치는 학교를 떠난다는 핑계로 퇴학을 당하기 전에 먼저 뉴욕으로 간다. 그리고는 술집, 호텔, 클럽 등을 전전하지만 어딜 가나 위선자들이 있다.
환멸을 느낀 홀든은 여동생 피비(Phoebe)에게 돌아가고, 동생이 회전목마를 타며 즐거워하며 순수한 모습에 자신이 찾던 순수와 진실을 본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정신과 진료를 받는 홀든이 그동안 만났던 이들을 그리워하면서 끝난다.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5.이 소설은 가족 가치관과 도덕 규범 훼손, 반항 장려, 성 관련 비속어, 음주, 흡연, 거짓말, 난잡, 성적 학대 등이 난무해 미국 고교와 도서관에서 가장 검열을 많이 받은 책이다. 하지만, 인기 소설이어서 두 번째로 많이 읽는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저명한 감독, 유명 배우들이 영화화 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작가가 거절했다. 핑계는 ‘홀든(소설 주인공)이 싫어할까 봐 싫다.’였다고 한다.

6.호밀밭의 파수꾼은 대중의 인기만큼이나 유명 문학가들도 호평했다.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는 “나는 지금 내가 최고로 평가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샐린저의 호밀밭 파수꾼, 아마도 이것은 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을 아주 완벽하게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소설가로 뉴요커 스태프 작가인 아담 고프닉(Adam Gopnik,1956~현재)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미국 문학에서 ‘완벽한 3권의 책’ 중 하나”며 “호밀밭의 파수꾼이 1950년대 뉴욕을 사로잡은 것보다 더 나은 도시를 포착한 책은 없다”고 격찬했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애런 소킨(Aaron Benjamin Sorkin,1961~현재, 미국 작가 겸 프로듀서)의 책과 마찬가지로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1980년 존 레논(1940~1980)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검거 후 조사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야 한다”고 밝혀 영미권에 충격을 줬다고 한다.

7.한국에서는 1963년 평화출판사에서 최초로 번역(아동문학가 유경환,1936~2007) 출간됐다. 1985년 문예출판사가 이덕형 번역으로 재발간했다. 두 번 다 별로 팔리지 않았다.호밀밭의 파수꾼이 많이 팔린 것은 샐린저를 모델로 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가 개봉(한국 2001년 5월)한 것이 계기였다.1년동안 10만 부 넘게 판매(전체 출판사)됐다고 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로버트 빅크레이(Robert Remsen Vickrey,1926~2011)의 샐린저 초상화(1961)는 타임지 표지(1961년 9월15일)를 장식했다. 워싱턴 D.C. 국립 초상화 갤러리 소장. 출처는 위키피디아 영문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미국의 소설가. 은둔의 작가로 유명하다.

1.미국 뉴욕에서 코셔 치즈(Kosher cheese) 사업을  하는 아버지 솔 샐린저(Sol Salinger,리투아니아계 유대인)와 어머니 마리에(Marie, 결혼 전 질리치(Jillich) 사이에서 태어났다.
뉴욕에서 자라 웨스트 사이드에 있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인 맥버니 스쿨(McBurney School)을 다녔다. 펜실베이니아주 웨인의 밸리 포지 사관학교(Valley Forge Military Academy)를 나온 이후, 뉴욕대학교를 갔으나 2년 다니고 중퇴했다.

2.1939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휘트 버넷의 지도로 소설 창작을 공부했다. 이듬해 잡지 스토리(Story-편집장 휘트 버넷)에 첫 단편소설을 발표, 문단에 나왔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발발하면서 샐린저의 창작활동은 어려움을 겪었다. 1942년 미국 육군에 징집, 참전했기 때문이다. 유럽 전선에서 근무하다가 전역은 1946년.

3.유명해지면서 은둔했으나 샐린저 주변에는 여인들이 많았다. 1942년 만난 극작가 유진 오닐(1888-1953, 1936년 노벨 문학상 수상)의 딸 오나 오닐(Oona O'Neill)과 사귀었으나 헤어졌다.
첫 배우자는 1945년 군인 시절 독일에서 만난 실비아 웰터(Sylvia Welter, 1945~1947)다. 실비아와 사이에서는 마가렛(Margaret)을 낳았지만 이혼했다.
이후 1955년 예술 비평가 로버트 랭턴 더글러스의 딸 클래어 더글러스(Claire Douglas)와 재혼,12년을 살다가 이혼했다. 둘 사이에는 두 명의 자녀를 뒀다.
1972년에는 53세의 나이로, 18세의 예일대 학생 조이스 메이너드(Joyce Maynard)와 사실상 동거했다. 세 번째 아내는 1988년 결혼한 콜린 오닐(Colleen O'Neill)이다.

4.샐린저는 유명해지면서 뉴욕과 뉴햄프셔 등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공했다. 1986년에는 영국 전기 작가 이안 해밀턴(Ian Hamilton)이 ‘J.D.를 찾아서’ 출판에 들어가 중단을 위해 법정 다툼을 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전 연인 조이스 메이너드와 딸 마거릿 샐린저가 사생활을 쓴 글을 공개해 우울한 한때를 보냈다.
1995년에는 저작권 협약 나라가 아닌 이란의 다리쉬 메르후이(Dariush Mehrjui,1939~현재) 감독이 샐린저 작품을 무단으로 각색한 영화를 파리에서 개봉해 골머리를 앓았다.
샐린저의 은둔은 당시 미국의 화제였다. 1992년10월23일자 뉴욕 타임즈는 이런 이야기를 실었다. “화요일 그의 집의 적어도 절반을 태운 화재조차도 청소년 반란의 고전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인 은둔자 J. D. 샐린저를 연기로 몰아낼 수 없었다. 샐린저는 생활을 예술로 끌어올린 것으로 거의 똑같이 유명하다.”
은둔자 샐린저는 말년에 뉴햄프셔의 코니시에 살았다. 2010년 1월 노환으로 영면했다. 향년 91세.
주요 작품으로는 주요작품으로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1951)', '프래니와 주이(Franny and Zooey,1961)', '목수들이여,서까래를 높이 올려라-서장(Raise High the Roof Beam, Carpenters and Seymour: An Introduction,1963)

5.할리우드의 많은 영화인들이 샐린저의 저작권을 얻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영화배우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는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의 판권을 사기 위해 샐린저를 만났으나 거절당했다.
2000년 12월 미국에서 개봉(한국은 2001년5월)된 숀 코너리 주연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reste, 감독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 1952~현재)’는 은거(隱居)하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를 모티브로 삼았다.

6.소설가 존 업다이크(John Hoyer Updike,1932~현재, 1982년과 1991년 퓰리처상 수상자)는 "J. D. 샐린저의 단편들은 거의 연관이 없거나 아주 가볍게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어떻게 소설을 엮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정말로 내 눈을 뜨게 했다"고 호평했다.
전기 작가 폴 알렉산더는 샐린저에 대해 “문학의 (은막의 여왕)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Greta Lovisa Gustafsson,1905~1990)”라고 불렀다.(콘텐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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