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세기 최고 히트작도 첫 문단은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인물 묘사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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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세기 최고 히트작도 첫 문단은 틀을 벗어난 파격적인 인물 묘사였다.

지성인간 2023. 5. 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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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하라는 미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쌍둥이 탈레턴 형제처럼 그것을 거의 깨닫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프랑스계 해안 귀족 출신 어머니의 섬세함과 혈색 좋은 아일랜드 태생 아버지의 굵은 선이 무척 뚜렷하게 섞여 있었다. 하지만 예리한 턱선과 각진 아래턱이 아주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갈색이 전혀 섞이지….”(장왕록 옮김, 동서문화사, 2010)

동서문화사가 2010년에 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표지 부분.

1.장편 서사의 첫 문단에 소설의 배경이나 주변 환경 설명이 없다. 과감하게 주인공의 얼굴 평가로 시작했다. 이는 전문 작가가 취하기 어려운 보기 드문 글쓰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인이 아니라면서 매력적이라는 이중 화법(二重話法)을 통해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2.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1936)’는 저자가 10년동안 자료를 모아 쓴 유일한 장편 소설이다.
바람처럼 사라진 미국 남부의 문명과 사회에 대한 향수, 아련한 그리움 등이 소설의 얼개(뼈대)다. 내전이었던 남북 전쟁 이야기와 남부 사회상을 리얼리즘에 충실하게 쓴 작품이어서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스칼렛 오하라, 레트 버틀러, 애슐리 윌크스 등 수많은 등장인물의 세밀한 묘사도 탁월하다.
1929년에 완성됐으나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1936년) 나와 대박을 쳤다. 출판 직후 6개월 동안 100만 부가 팔렸고, 하루에 5만 부가 팔리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1939년까지 3년간 미국에서만 2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초 베스트 셀러가 됐다. 미첼이 영면(永眠.1949)하기 전까지 40개국에서 8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1936년에 나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판본.photo by wikipedia

3.줄거리는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인생 역정을 그렸다. 스칼렛은 조지아주의 대농장주의 장녀다. 예쁜 얼굴과 매력으로 남자들의 관심과 받지만 진정 사랑한 남자는 이웃에 사는 애슐리 윌크스였다. 스칼렛은 애슐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이 있던 애슐리가 거절한다.
이런 때에 레트 버틀러가 등장한다. 전쟁이 터지고 애슐리는 입대한다. 스칼렛은 멜라니의 오빠인 찰스의 구혼을 받아들여 결혼하지만 찰스는 일찍 죽는다. 북군이 애틀랜타까지 공격해 스칼렛은 레트 버틀러의 도움을 받는다. 레트는 전쟁을 기회로 삼아 밀수 및 필수품의 매점매석으로 부를 축적하는데 스칼렛 일가를 위해 온갖 일을 다 해준다.
스칼렛은 고향 타라의 집으로 돌아왔으나 그곳은 북군이 사령부로 사용하다 철수해 엉망진창이었다. 더구나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정신이상을 일으킨 상태였다. 스칼렛은 여동생 둘과 아버지, 멜라니와 멜라니의 아들, 주인집에 대한 의리로 끝까지 남아있던 흑인 노예 몇 명과 힘겨운 생활을 한다.
전쟁은 남부의 패배로 끝나고, 노예제가 폐지된다. 농장주들은 지위를 완전히 잃는다. 스칼렛은 레트 버틀러가 막대한 재산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찾아가지만 북군에 의해 수감된 상태였다.
진퇴양난에 빠진 스칼렛은 여동생 수엘렌의 애인인 프랑크 케네디를 꼬여 혼인해 타라를 지켜낸다. 스칼렛은 제재소 인수와 전 남편 찰스의 땅에 술집을 지어 임대하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하는데 흑인 슬럼가에서 성추행을 당한다. 이에 프랑크 케네디는 보복하러 갔다가 살해당한다.
이후 스칼렛은 레트 버틀러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한다. 스칼렛은 애슐리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레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스칼렛에게 정이 떨어진 레트는 떠나고, 스칼렛은 절망에 빠진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은 스칼렛은 타라의 흙에서 희망을 찾는다.

1864년 남북전쟁 막바지의 ‘케네소 산 전투(Battle of Kennesaw Mountain) 그림. 북군이 후퇴한 전투다.미국 의회박물관 소장. photo by wikipedia

4.첫 문장보다 끝 문장이 더 유명한 소설이다. “애프터 올, 투모로우 이즈 언아더 데이(After all,Tomorrow is another day, 어쨌든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니까)" 이다. 한국에서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로 번역됐다. 대단한 의역(意譯)이라고 할 수 있다.
1939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아카데미상 10개 부분을 휩쓸었다.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1913~1967, 아카데미 수상 최초의 영국배우),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1901~1960, 미국 배우)는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다.

5.미국의 국민 소설이다. 미국인이 사랑하는 책 2위(1위는 성경)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에 와서 많은 비판이 따라 다닌다. 흑인 혐오와 여성 문제(사랑받고 버림받는 존재)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설이 쓰여진 당대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첼은 기자 출신의 리얼리스트여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썼다는 생각이다. 당시 사회는 현대의 페미니즘이나 인종 평등주의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05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소설 중 하나다. 또 프랑스 르몽드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38위에 올랐다.
마거릿 미첼의 유족이 공식 인정한 알렉산드라 리플리(1934~2004)라는 작가가 1992년 후속작인 '스칼렛'을 냈다.
한국에서 연극 무대에 처음 오른 건 1956년 극예술협의회 창립 작품이다. 뮤지컬(스칼렛 역 바다, 서현 더블캐스팅)은 2015년에 공연됐다.
 

1941년 쯤의 마가렛 미첼.photo by wikipedia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 1900~1049)=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저널리스트(애틀랜타 저널 기자). 1937년 퓰리처상 수상자. 

1.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내 미드타운(현 크레센트 애비뉴 979번지)에서 부유한 가정(아버지는 변호사, 어머니는 여성참정권운동가)의 둘째로 태어났다.
애틀랜타 워싱턴 신학교, 매사추세츠 주 노샘프턴의 스미스 칼리지 중퇴(나중에 명예졸업장 받음). 미첼은 스무살 이후 기자 생활을 했을 뿐 특별한 문학 활동을 하지 않았다.

2.미첼의 사랑은 우울했다. 5명의 남자와 약혼했지만 대부분 결혼에는 실패한다. 약혼자 헨리 포드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 프랑스 전선에서 전사했다. 그녀는 1922년 10월 전후헤서는 매일 두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첫 남편 레드 업쇼(1901~1949)와는 알코올 중독과 폭력적인 기질 등으로 이혼한다. 그리고 연상이지만 친구처럼 지내던 존 마쉬(John Marsh, 1895~1952, AP통신 기자를 지냄)와 재혼했다. 존 마쉬는 미첼을 열성적으로 후원했다.
 

1941년 USS 애틀랜타(CL-51)함에 오른 적십자 유니폼을 입은 마가렛 미첼. photo by wikipedia

3.미첼은 2차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미국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병원선 공급 장비 마련 비용 전액 부담 등 기부도 했다)로 활동했다.
특히 미첼은 경순양함 ‘USS 애틀랜타(CL-51)’와 ‘USS Atlanta(CL-104)’에 건조와 진수(進水)를 위해 많은 후원금을 냈다. 미첼은 또 전쟁 채권 판매 봉사와 함께 군인, 선원, 해병대 군인들에게 유머와 격려를 담은 위문 편지를 보냈다.

4.1949년 남편 존 마쉬(John Marsh)와 함께 영화 '캔터베리 이야기(A Canterbury Tale)'를 보러 가는 길에 애틀랜타 48번가의 피치트리 스트리트(Peachtree Street)를 건너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인근 그래디 병원(Grady Hospital)에 입원했다.
하지만 5일 동안 혼수상태(남편은 부상만 당함)에 있다가 48세로 영면했다. 애틀란타 오클랜드 공동묘지에 묻혔다.

5.남편 존 마쉬는 미첼의 유언에 따라 거의 
모든 미발표작 및 사료들을 소각했다고 한다. 자녀도 없었던 미첼이 유일한 작품 '바람과함께 사라지다' 와 걸맞는 운명을 선택한 셈이다.
미첼은 1978년 조지아 주 ‘신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94년에는 조지아 여성 공로상, 2000년에는 조지아 주 ‘작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애틀란타 주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원고 대부분을 집필한 생가를 마가렛 미첼 하우스 & 뮤지엄으로 공개하고 있다.(콘텐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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