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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영문학의 마녀가 쓴 소설의 첫 문단은 하드보일드 문체로 시작한다 본문
“내 이름은 메리 캐서린 블랙우드. 열여덟 살이고 언니 콘스턴스와 같이 산다. 양손 둘째와 셋째 손가락이 같은 길이라서 혹시라도 운이 있었다면 늑대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종종 생각했지만, 욕심을 그만 부리기로 했다. 나는 씻는 거, 개, 시끄러운 소리가 싫다. 콘스턴스 언니와 리처드 플랜태저넷, 그리고 일명 알광대버섯이라고 불리는 독버섯은 좋아한다. 언니와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전부 죽고 없다./가장 마지막으로 부엌 선반에서 도서관 책을 흘끗 보았던 순간, 그 책들은 이미 다섯 달 이상 연체된 상태였다. 빌릴 때 그 책들이 우리 집에 마지막으로 온 책이 되어 부엌 선반에 영원히 모셔질 운명이란 걸 알았다면 다른 책으로 골라왔을까 궁금했다. 우리가 웬만해선 물건을 옮기지 않다 보니 블랙우드가(家)는 산만하거나 분주한 집안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과 꽃과 숟가락같이 작은 물건들이야 순간순간 자리를 옮기며 사용했지만, 한자리에 고정된 물건들은 항상 굳건한 원칙대로 놓았다.”(셜리 잭슨 저, 성문영 역, 엘릭시르, 2014)

1.일인칭 화자의 내러티브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도입부다. 독자가 읽으면서 계속 읽도록 압박(?)하는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문체다. 또 내레이터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며, 순수함(콘스탄스)과 악(늑대인간,독버섯, 리처드 플랜태저넷)를 병치(竝置, 나라히 두는 것)해 보여준다. 이는 내레이터 스스로 무서운(?) 주인공임을 은연 중에 암시하는 것이다. 책과 꽃과 숟가락은 사물의 질서(나란히 꽂힌 책)와 무질서(여기저기 피는 꽃), 양식(糧食) 혹은 밥상(숟가락)을 상징한다. 덤덤하지만 서늘한 비수(匕首)처럼 다가오는 문장 하나하나와 배경 내러티브가 압권인 첫 문단이다.
본문에 나오는 *늑대인간(Werewolf)은 각국 전설 설화 등에 나오는 늑대로 변하는 인간이다. 여기서는 손가락 비교을 통해 음산하고 음울한 분위기, 냉혹,교활함 등을 보여주는 소재로 차용했다. *리처드 플랜태저넷은 잉글랜드 요크 왕가 최후의 왕 리처드3세(Richard Ⅲ,1452~1485)다. 형인 에드워드 4세의 두 아들을 런던탑에 가둬 살해했다고 전승되고 있다. 본인은 장미 전쟁(Wars of the Roses, 1455~1485)의 승패를 가른 1485년 보즈워스 전투(Battle of Bosworth Field,레스터셔 마켓 보즈워스)에서 랭카스터 가문 헨리 튜더(Henry VII, 1457~1509,튜더 왕가 첫 왕,헨리8세의 아버지)와 전투에서 전사했다.

2.셜리 잭슨의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1962)’는 고딕 서스펜스 소설의 원조 격 걸작(傑作)이다. 오싹한 불안과 불길함이 휘감아오는 소설 중 으뜸으로 꼽힌다.
1962년 9월21일 미국 뉴욕 바이킹 프레스(Viking Press)에서 처음 양장본으로 출판됐다. 이 소설은 루마니아 출신의 유태계 미국인 도서 출판인이자 편집자 파스칼 코비치(Pascal Covici, 1885~1964)에게 헌정됐다.
소설은 출판 초기부터 모호한 불안과 상상, 공포 등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모았다. 나오자마자 호평을 받으며, 고딕적인 공포와 심리적 서스펜스의 으뜸소설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출판 직후 타임 지는 "미치광이, 독살자, 방화광이 사는 집이 바깥 세상보다 동정심과 사랑과 미묘함이 더 풍부한 세계라는 것을 독자에게 확신시킨 아이러니한 소설"이라고 썼다. 뉴욕 타임스는 리뷰에서 "섬뜩한 힘과 깜짝 놀랄 만한 참신함이 어우러진 마녀의 양조주" 라는 리뷰를 했다. 마녀의 양조주는 달콤하지만 파멸을 부르는 술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1962년 '최고의 소설 10편' 중 한 권이다. 2002년 3월 미국 북 매거진(Book Magazine,1998년 창간 격월 대중문학 잡지)은 소설 속 주인공 ‘메리 캐서린 블랙우드’를 ‘1900년 이후 소설 속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 미국 굿리드(Goodreads)가 웹사이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1962년에 출판된 가장 인기 있는 책’ 4위에 올랐다. 나중에 페이퍼백과 오디오북 및 전자책으로도 출시됐다.

3.이 소설은 ‘래드클리프 고딕’으로 불리기도 한다. 래드클리프 고딕은 초기 고딕 작가 중 한 명인 영국 여류 소설가 앤 래드클리프(Ann Radcliffe, 1764~1823 )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앤 래드클리프는 사랑과 배신, 계략과 응징이 난무하는 격정 고딕 로맨스 ‘숲속의 로맨스(The Romance of the Forest,1791)’ 저자로 고딕 소설계의 대모(大母),고딕 서스펜스의 마법사와 같은 존재다.
소설은 고립된 여성의 광기(狂氣)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적 권위 전복(顚覆, 송두리째 뒤집히는 것)을 고딕 양식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귀족 블랙우드 가문과 가난한 노동자 마을 대비, 위계 질서, 가부장적 제도, 남성 중심 소유권 등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고딕 문학은 미스터리와 초자연적 현상 등을 합쳐 섬뜩하지만 신비한 느낌을 주는 예술 사조로 18세기 영국에서 시작, 수 세기에 걸쳐 변형돼 왔다. 20세기 들어서는 죽음, 어둠, 유령, 함정, 서스펜스 등으로 심리적 압박 장르로 진화했다.

4.등장인물은 18살의 블랙우드 가문의 최연소 생존자 메리 캐서린(메리캣) 블랙우드(Merricat Blackwood),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는 메리캣의 28세 언니 콘스탄스(Constance), 메리캣과 콘스탄스의 삼촌 줄리안(Julian) 블랙우드가 주요 캐릭터다.
또 메리캣과 콘스탄스의 사촌이자 줄리안의 조카 찰스(Charles) 블랙우드, 메리캣과 콘스탄스의 부모인 존(John)과 엘렌( Ellen), 이모 도로시(Dorothy), 남동생 토머스(Thomas) 등도 나온다.

5.줄거리는 가부장적 가치관을 전복하는 섬뜩한 사랑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은 18세의 화자(메리 캐서린 블랙우드, 메리캣)가 자기 소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6년 전 자매의 부모, 남동생, 이모가 저녁 식탁에서 딸기를 먹고 중독, 모두 사망한다. 생존자는 12세의 화자 메리캣과 언니 콘스탄스(살인 혐의를 받지만 무죄 판결을 받음), 휠체어를 타는 삼촌 줄리안 등 3명이다.
이들은 인근 마을에서 고립된 넓은 부지의 큰 집(캐슬)에서 살고 있다. 언니 콘스탄스는 6년 동안 집과 정원을 떠나지 않았고, 삼촌은 강박적으로 회고록을 쓴다. 외출하는 이는 메리캣 한명 뿐이다.
마을 사람들은 외출을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콘스탄스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쳐 가족을 배척했다고 믿는다. 이런 집에 어느 날 사촌 찰스가 찾아온다. 찰스는 콘스탄스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얻고, 메리캣의 적대감은 무시한다. 찰스는 자매 아버지 금고의 돈을 언급하면서 콘스탄스와 동맹으로 메리캣을 내보내려 한다.
메리캣과 줄리안 삼촌은 찰스에게 점점 더 혐오감을 느끼고, 찰스가 블랙우드 가문의 재산을 노리고 온 것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저녁 식사 전, 메리캣은 찰스의 담배 파이프를 신문지로 가득 찬 쓰레기통에 밀어 넣는다. 곧 불이 나서 집이 타오른다.
마을 사람들이 도착해 불을 끄면서도 집을 샅샅이 뒤지고, 훼손하면서 블랙우드 가문에 대한 오랜 적대감을 마음 껏 표출한다. 또 메리캣과 콘스탄스에게 협박까지 한다. 결국 두 자매는 숲으로 도망치고, 줄리안 삼촌은 화재 중 심부전으로 사망한다.
메리캣과 콘스탄스는 숲속 은신처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거기서 메리켓이 가족 독살을 고백하자 콘스탄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둘은 불에 타서 지붕이 없는 집으로 돌아와 덩굴속에서 바깥 세상을 보며 산다. 불이 났을 때 절도와 분풀이를 한 마을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집 앞에 음식을 두고 가기도 한다.
불을 피해 사라졌던 찰스는 다시 친분을 쌓기 위해 찾아오지만, 콘스탄스는 애써 무시한다.이에 화 난 찰스가 콘스탄스를 공격하자 메리캣이 찰스의 머리를 때려 죽게하고 땅에 묻는다. 자매들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아간다.

6.후대의 많은 작가들은 공포소설의 대가가 쓴 호러문학의 핵심 작품 이라며 격찬했다. 미국 작가 조지 손더스(George Saunders, 1958~현재)는 "(소설을 읽고 )진정하면서도 의미 있는 낯섦에 전율을 느꼈다" 고 말했다. 자메이카 유명 소설가 말론 제임스(Marlon James, 1970~현재)는 "너무나 놀랍도록 오싹해서 학생들은 보통 읽는 것만으로도 전복적이라고 느낀다. 이 책은 거부할 수 없다" 고 칭찬했다.
저자의 전기 작가인 주디 오펜하이머는 “저자 자신의 내면의 음과 양을 쓴 소설”이라며 “광장 공포증에 대한 찬가"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는 분석이다. 저자가 살았던 버몬트 주 노스 베닝턴 마을 사람들을 항상 새로 이사온 저자를 적대감으로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런 이웃들의 시선이 소설에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7.이 소설은 1966년 휴 휠러(Hugh Wheeler,1912~1987)에 의해 연극으로 나왔다. 헤더 멘지스(Heather Menzies), 셜리 나이트(Shirley Knight, 1936~현재), 앨런 웹(Alan Webb) 등이 주연을 맡았다. 그해 10월 19일 브로드웨이의 에델 베리모어 극장에서 초연됐다.
2010년 아담복(Adam Bock)과 토드 알몬드(Todd Almond)가 제작,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의 예일 레퍼토리 극장에서 그해 9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 뮤지컬 버전을 상연했다.

8.미국에서 2018년 9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 감독 겸 각본가, 프로듀서인 스테이지 패슨(Stacie Passon, 1969~현재)이 연출했고, 저자의 아들이자 문학 집행자인 로렌스 잭슨 하이먼(Laurence Jackson Hyman, 1943~현재)과 명배우 마이클 더글러스(Michael Douglas, 1944~현재)가 공동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출연은 메리캣 역에 알렉산드라 다다리오(Alexandra Daddario, 1986~현재), 줄리안 역에 크리스핀 글로버(Crispin Hellion Glover, 1964~현재), 찰스 역에 세바스찬 스탠(Sebastian Stan, 1982~현재), 콘스탄스 역에 타이사 파미가(Taissa Farmiga, 1994~현재)가 했다. 영화는 그해 LA필름 페스티벌(Los Angeles Film Festival)에서 첫 상영됐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9.한국에서는 2914년 1월 출판사 엘릭시르(뜻-불로불사 영약, 만능약)에서 성문영 번역으로 출간됐다. 영화는 2019년 개봉했는데, 흥행에 실패했다. 정식 개봉 전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셜리 잭슨(Shirley Hardie Jackson, 1916~1965)=미국의 소설가. 현대 고딕 호러의 선구자로 공포 문학의 거장. 주로 공포와 미스터리 소설을 써서 히트해 ‘영문학의 마녀’로 불릴 정도였다.
1.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샌 마테오(San Mateo) 카운티 벌링게임(Burlingame)에서 레슬리 잭슨(Leslie H. Jackson,1891~1982)과 아내 제럴딘 맥스웰 버그비(Geraldine Maxwell Bugbee, 1895~미상) 사이에서 태어났다.
둘은 레슬리가 25살, 제럴딘이 21살 때 결혼했는데 그해에 셜리가 출생해 신혼을 즐기려는 엄마의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들 배리(Barry H. Jackson)가 태어나자 엄마는 대놓고 아들 편애를 해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 특히 엄마는 셜리를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구박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이다.

2.샌프란시스코에서 공립 벌링게임 고교에 다녔고, 학교 오케스트라 반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하지만 고교 졸업반 때 가족이 뉴욕주 로체스터로 이주하는 바람에 로체스터 공립 브라이튼 고등학교(BHS)를 1934년 졸업했다.
직후 로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에 들어가서 3년여 동안 다니다가 시라큐스 대학(Syracuse University)으로 편입, 저널리즘 학사로 졸업했다. 이 대학 재학 중일 때 셜리는 캠퍼스 문학 잡지에 참여했고, 교내 시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때 미래의 남편이 되는 스탠리 에드거 하이먼(Stanley Edgar Hyman, 1919~1970, 나중에 문학평론가)을 만났다.


3.대학 때 만난 스탠리 에드거 하이먼과 1940년 8월 10일 미국 뉴욕주 뉴욕 카운티 맨해튼에서 결혼했다. 직후 문학 잡지 스펙터(Spectre)를 남편과 함께 창간했다. 이 잡지는 4개 호에 걸쳐 발행했다. 둘은 로렌스(Laurence,Laurie), 조앤(Joanne, Jannie), 사라(Sarah, Sally), 배리(Barry) 등 2남 2녀를 낳았다.
하이먼은 대학원 학위는 없었지만 버몬트 주 베닝턴의 베닝턴 칼리지(Bennington College)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이 때문에 버몬트 주 노스베닝턴(North Bennington)에 정착했지만 토박이 이웃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하이먼은 평론가(비평가)로 데뷔했고, 1961~1965년 정치 및 문화 잡지 ‘뉴 리더(The New Leader, 1924년 창간 2010년 폐간)’에 문학 평론을 기고했다. 하이먼은 자주 불륜을 저질렀고, 제자들과도 깊은 관계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하이먼은 아내에게 ‘오픈 릴렉션쉽(Open relationship, 성적으로 일부일처제가 아닌 관계)을 요구했다.
실제 아내가 1965년 사망한 지 1년 후 딸 조앤(Joanne)의 동급생이자 베닝턴 대학 학생이던 피비 페팅겔(Phoebe Pettingell)과 결혼했다. 하이먼은 1970년 7월29일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3개월 후 피비 페팅겔은 아들 말콤(Malcolm, 1970~2009, 하버드 대학교 고전학과 연구원)을 낳았다.

4.이사 간 지역인 베닝턴 토박이들과 불화, 남편의 오픈 릴렉션쉽, 남편의 돈 관리 등은 셜리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탈출구인 글쓰기에 집착하도록 했다. 그런데 소설이 히트하고, 원고료가 올라가면서 남편보다 돈을 훨씬 잘 벌자 돈을 마구 쓰고 폭식을 했다. 이웃과 불화, 남편의 불륜 등의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 코카인, 음식 등으로 해소해 고도비만 상태였다.
다만 남편 하이먼은 외도를 하면서도 아내의 작품 활동에 매우 긍정적이었고, 적극 응원했다. 하이먼은 대학 시절부터 셜리의 글을 호평했고, 미국 문단에서 3류 호러 소설로 취급하면 이를 평론으로 반박했다.아내의 소설이 높은 평가를 받는데 기여한 셈이다. 하이먼은 유태인이지만 부모의 교조적인 믿음에 대한 반감으로 무신론자 돼 셜리 잭슨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셜리도 종교를 비판하는 무신론자가 됐다.

5.셜리는 1940년대 중반부터 필명을 날리기 시작했다. 1944년에는 단편소설 ‘Come Dance With Me in Ireland’가 최우수 미국 단편 소설로 선정됐다. 1948년에 발표한 ‘복권(제비뽑기, The Lottery)’은 영미문단에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설은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 발표 당시 충격적인 내용과 결말 탓에 독자들이 혹평했고, 잡지사에 항의 전화도 빗발쳤다. 저자가 편지 테러(요즘의 댓글 테러)를 당할정도였다. 소설에 대해 불평하는 편지가 300통 이상 온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해를 거듭할수록 ‘대단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지금도 중고등 영문학 교과서 다수에 실린 영미 단편 최고급 명작으로 분류되고, ‘20 세기의 가장 잘 알려진 미국 단편소설’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1959년에 TV용으로 각색됐다.
1949년 셜리 가족은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로 이사했다. 1954년에는 다중인격을 가진 여성과 정신과 의사와의 관계를 상세히 다룬 ‘새의 둥지(The Bird's Nest)’를 출간, 호평을 받았다.
그후 1959년에 귀신 들린 집 장르의 고전인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를 출간했다. 이 소설은 나중에 영화 ‘더 헌팅’으로 제작됐다. 1961년에는‘Louisa, Please’로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받았다.

6.셜리 잭슨 부부는 자택에서 가벼운 파티를 여는 것도 유명했다. 둘 다 개인 서재에 2만5000권으로 추산되는 장서를 가진 열성적인 독서가여서 기성 작가는 물론 문학도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작가, 문학 평론가 랄프 엘리슨(Ralph Ellison, 1914~1993, 전미 도서상(1953)을 받은 소설 ‘인비저블 맨’ 저자)같은 당대의 위대한 문학가들이 자주 찾아 ‘칵테일 파티’를 열기도 했다.
7.1963년 전후부터 셜리는 유명한 미들베리 브레드로프 작가 컨퍼런스(Middlebury Breadloaf Writers' Conference, 신진 작가들을 모아 다양한 분야 교수진과 토론 등을 하는 세미나)의 교수진으로 초대되기도 했다. 이 작가 회의는 버몬트 주 미들베리 동쪽의 브레드 로프 마운틴(Bread Loaf Mountain) 근처의 브레드 로프 인(Bread Loaf Inn)에서 매년 여름 열린다. 1926년 생겼으며, 뉴요커(The New Yorker)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작가 회의’라고 명명됐다.
또 셜리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New York Herald Tribune)에서 아동 도서를 계속 리뷰했다. 1965년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아렌츠 개척자 메달’ 수상자가 됐지만 병으로 인해 갈 수 없었다.
8.셜리 잭슨은 심장 질환을 앓았고, 불안, 과체중, 광장공포증으로 고생했다. 1965년 버몬트 주 노스 베닝턴 자택에서 영면했다. 사인은 관상동맥 폐색(Coronary Occlusion)이었다. 향년 48세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 소설 '복권(The Lottery)',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 등이 있다. 이 소설은 1963년 로버트 와이즈(1914~2005) 감독이 영화 ‘유령’을 제작, 개봉해 호평을 받았다. 한편 1996년 자택 헛간 지하에 있던 상자에서 미발표 단편소설이 발견됐다. 이 작품은 자녀 로렌스 잭슨 하이먼(Laurence Jackson Hyman,1943~현재, 재즈 뮤지션, 편집자, 출판인, 사진작가)과 사라 하이먼 드윗(Sarah Hyman Dewitt, 포크 가수 및 예술가)에 의해 저자 사후 31년만에 출판되기도 했다.

9.미국 작가로 공포 소설의 권위자인 스티븐 킹(Stephen King, 1947~현재)과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1938~현재), 영국의 판타지 작가 닐 게이먼(Neil Gaiman, 1960~현재) 등 수많은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스티븐 킹은 셜리의 대표작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의 첫 문단보다 더 섬세한 묘사 문단은 거의 없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첫 문단을 직접 소개한 글을 싣기도 했다. “어떤 살아있는 유기체도 절대적 실재의 조건 아래에서 오랫동안 제정신으로 존재할 수 없다. 심지어 종달새와 카티디드(Katydid, 은신술이 뛰어난 여치과 곤충)도 꿈을 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힐 하우스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언덕에 홀로 서서 어둠을 품고 있었다. 80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 80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는 벽이 똑바로 세워져 있었고, 벽돌이 가지런히 맞닿아 있었고, 바닥은 단단했고, 문은 현명하게 닫혀 있었다. 힐 하우스의 나무와 돌 위에는 침묵이 흘렀고, 그곳을 걷는 것은 무엇이든 혼자 걸었다.”

10.셜리 잭슨의 남편이자 문학 평론가인 스탠리 에드거 하이먼은 아내 사후 작품 선집 서문에서 “(아내는)인터뷰에 응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거나 홍보하거나,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고 선데이 부록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일관되게 거부했다”며 “작품의 어두운 측면이 일부 비평가들이 주장하듯이 ‘개인적이고 심지어 신경증적인 환상’의 산물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민감하고 충실한 해부학, 강제 수용소와 폭탄의 비참한 세계에 적합한 상징”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SF 소설가 조나단 레템(Jonathan Lethem, 1964~현재)도 ”젊은 세대의 다른 많은 작가들이 셜리 잭슨의 소설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셜리 잭슨에 대한 첫 중요한 연구서는 레네마자 프리드먼의 ‘셜리 잭슨(1975)’이었다. 그후 13년이 지나서 주디 오펜하이머(Judy Oppenheimer, 1942~현재)가 셜리 잭슨 생애를 포괄적으로 다룬 전기 ‘Private Demons- The Life of Shirley Jackson(1988)’를 출간했다. 2020년에는 셜리 잭슨 전기 영화 '셜리'가 미국에서 나왔다.

11.셜리 잭슨의 이름을 딴 상이 2007년 제정됐다. 미스터리와 고딕 호러 부문에서 셜리 잭슨이 이룬 업적을 기념하는 상으로 각국 소설가를 대상으로 선정, 시상한다. 2018년 장편소설 부문 수상자로 작가 편혜영(1972~현재, 명지대 조교수)이 장편소설 '홀(2016년 출간)'로 선정돼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했다.(콘덴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