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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거장과 마르가리타-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해체한 소비에트 비판 소설의 첫문단은 수채화 같은 묘사가 압권이다 본문
“무더운 어느 봄날 해 질 무렵 파트리아르흐 연못가에 두 시민이 나타났다. 그 중 한 시민, 마흔쯤 되어 보이는 나이에 옅은 회색 여름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키가 작고 머리 색이 짙으며, 살집이 좋은 대머리였다. 그는 한 손에 제법 고상해 보이는 중절모를 들고 있었으며, 깔끔하게 면도를 한 얼굴에는 부자연스럽게 큰 검은 뿔테 안경이 장식처럼 얹혀 있었다. 나머지 한 시민, 어깨가 넓고 텁수룩한 붉은 머리에 체크무늬 챙 모자를 뒤통수까지 젖혀 쓰고 있는 젊은 사람은, 체크무늬 셔츠에 잔뜩 구겨진 흰 바지를 입고, 검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김혜란 역, 문학과 지성사, 2008)
1.추리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첫 문단이다. 등장 인물을 수채화를 그리듯이 천천히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말 그림같은 묘사라고 할 수 있다. 또 캐릭터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알 수 없는 소설 전개를 예고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40대, 대머리, 검은 뿔테, 체크무늬 챙, 구겨진 바지 등은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키워드로 보인다.
2.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Мастер и Маргарита,1967)'는 20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해 놓고, 요절하면서 전체적으로 퇴고(推敲)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20년 넘게 잠자고 있다가 1966년 잡지 ‘모스크바’에 일부 대목들이 삭제된 채 연재됐다. 이듬해 모스크바와 파리에서 출판됐다. 작가가 사망한 지 27년 만이었다.
연재할 때부터 인기를 끌었던 소설은 나오자 마자 높은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영어 번역은 ‘Master i Margarita’, 혹은‘Master and Margarita’이다.
3.이 소설은 2000년 전의 이야기를 끌어와 판타지와 로맨스를 통해 ‘사회주의 리얼리즘’를 해체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짜임새있는 구성과 이야기 전개에 대한 장악력이 한차원 높은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분석이다.
소설은 서정적인 문체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얽매이지 않은 스타일, 철학적 사색, 그림을 그리는 듯한 묘사가 압권이다.
도입부의 편안한 캐릭터 설명과 달리 이 소설은 액자형 구조를 통해 2000년 전의 예수와 빌라도(유대 총독) 이야기를 스탈린 치하 공산주의와 문학의 문제, 소비에트 사회의 부패로 연결한다. 상상력과 필력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4.주된 무대는 극장이고, 나오는 인물 대부분은 문인 등 관계자들이다. 이야기도 공연(흑마술)과 무도회(사탄의 무도회)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극장 근무를 스스로 원했고, 이를 호구지책(糊口之策, 굶지 않기 위해 입에 풀칠을 할 대책)으로 삼았던 작가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됐다.
5.줄거리는 사탄(악마) 무리가 소비에트 치하의 모스크바에 나타나 벌이는 소동을 그린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토론 중이던 문학인 베를리오즈와 시인 베즈돔니에게 (환생한 악마)볼란드가 접근해 속삭인다. 자신이 예수 처형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둘은 볼란드를 미친놈 혹은 외국 스파이로 취급한다. 이에 볼란드는 베를리오즈와 베즈돔니에게 각각 ‘목이 잘려나갈 것’과 ‘정신 분열증이 생길 것’을 경고한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지만 볼란드의 말은 ‘씨’가 된다. 베를리오즈는 전차에 치여 목이 떨어지고, 베즈돔니는 싸움을 벌이고 정신병원에 갇힌다.
볼란드와 그 무리들은 죽은 베를리오즈의 집에 묵고, 극장에서 흑마술 공연을 벌이는 데 삐딱한 인물들은 정신병원으로 보내 버린다.
칩거하면서 소설을 쓰는 거장은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저명한 과학자의 아름다운 부인 마르가리타와 사랑에 빠진다.
거장은 빌라도 관련 소설을 발표하지만 ‘국가 창작 이념을 거스른다’는 이유로 작품 혹평과 비난이 쏟아진다. 거장은 공포에 질려 원고를 태우고, 집을 탐낸 자의 고발로 정신병원에 갇힌다.
볼란드의 경고를 무시했다가 정신병원에 갇힌 베즈돔니는 예수와 빌라도에 대해 글을 썼다는 ‘거장’을 만나게 된다.
거장을 사랑하는 유부녀 마르가리타는 거장을 정신병동에서 빼내기 위해 힘쓴다. 그리고 볼란드 무리 중 하나인 아자젤로의 제안으로 무도회에 참석하는 대신 거장을 데려 올 수 있게 된다.
거장의 소설을 읽어 본 예수가 볼란드에게 부탁, 빌라도는 거장을 놓아준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영원한 안식의 세계로 떠난다.
6.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29년 무렵이었는데 1930년 들어 초고의 일부를 불태워 버렸다. 소비에트 정권의 박해를 우려해 발표하지 않고 태워버린 것이다.
특히 스탈린 치하 소비에트 사회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 풍자 등이 자신과 가족 등에게 위해(危害)로 돌아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오로지 기억에 의존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다시 쓰기 시작한다. 이렇게 두 번째 초고는 1936년에 완성했다.
소설에 나오는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는 이후 유명한 말이 됐다. 이 소설의 상징이자 인간 정신의 불멸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인도 출신 영국 국적 작가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는 ‘The Master and Margarita’가 자신의 소설 ‘The Satanic Verses(1988)’에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7.영화와 드라마, 오페라 등으로도 여러번 만들어졌다. 1972년 이탈리아에서 세르비아 출신 영화감독 알렉산드로 페트로비치(Aleksandar Petrović,1929~1994)가 제작했다.
폴란드에서는 작가겸 영화감독 마시에이 보이티슈코(Maciej Wojtyszko,1946~ 현재)가 드라마로 제작했다. 러시아에서는 2005년 러시안 텔레비전(Russian TV)이 미니시리즈로 제작, 방영했다.
1989년에는 독일 작곡가 요크 횔러(York Höller, 1944~현재)가 2막으로 구성된 오페라로 제작했다.
#.미하일 아파나시예비치 불가코프(Михаи́л Афана́сьевич Булга́ков,1891~1940)=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소설가이자 극작가, 의사. 영어 이름은 ‘Mikhail Bulgakov’이다.
1.러시아 제국 당시 우크라이나 키예프(현 키이우)에서 사제이자 신학과 교수인 아버지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불가코프(1859~1907)와 어머니 바르바라 미하일로브나 불가코바(1869~1922) 사이에서 태어났다.
키이우 대학교 의대 졸업 후 군사병원 등에서 근무하다가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적십자사 병원에 자원,종군했다.
종전 후에 발생한 러시아 내전 당시인 1919년 백군(공산주의 볼세비키 반대파)에 징집돼 북카프카스 일대 백군 이동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그런 와중에 대부분의 친인척들은 미증유의 난(내전과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피해 파리로 이주했으나 불가코프는 가지 못했다.
2.스탈린 치하에서 대부분의 비판적 문인들이 처형되거나 시베리아로 유배갔는데 불가코프는 살아남았다. 이유는 단하나, 스탈린이 그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덕분에 공산당의 배려 아닌 배려로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조감독으로 일하기도 했다.
3.불가코프는 3명의 여인과 공식적인 결혼 생활을 영위했다. 타티아나 니콜라예브나 라파(1913~1924), 류보프 예브게니예브나 벨로제르스카야(1925~1931), 옐레나 세르게예브나 뉘른베르크(1932~1940) 등이다. 마지막 여인 옐레나도 불가코프와 세 번째 결혼이었다.
4.장편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11년 만에 탈고(출간은 27년이 지난 1967년)한 지 한 달 후인 1940년3월10일 모스크바 자택에서 영면했다.
장례는 소련 작가 연합 건물에서 ‘시민 장례식’으로 치러졌다. 유해는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공동묘지에 안치됐다.
5.불가코프 기념관은 모스크바 한 건물에 두 개나 있다. 불가코프가 살았던 아파트다. 모두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후에 세워졌다. 하나는 2004년 5월 15일에 민간 주도로 설립한 불가코프 하우스(The Bulgakov House)이고, 또 하나는 정부 주도로 2007년3월 만든 불가코프기념관(BULGAKOV MUSEUM IN MUSCOW)이다.
고향인 우크라이나 키이우에도 기념관 불가코프 하우스(The Mikhail Bulgakov Museum)가 있다.
6.소비에트 연방 정부는 1982년 천문학자 류드밀라 게오르기예브나 카라치키나(Lyudmila Georgievna Karachkina)가 발견한 작은 행성에 ‘3469 불가코프(Bulgakov)’라는 이름을 붙였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