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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4/12 (5)
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팔도총론 "곤륜산의 한 가지가 대사막 남쪽으로 뻗어 동쪽에 이르자 의무려산(醫巫閭山)이 되고 여기서 맥이 끊어져 요동평야가 되었다. 이 평야를 지나면서 다시 솟아 백두산이 되었으니 '산해경(山海經)'에서 말한 불함산이 바로 이것이다. 산의 정기가 북쪽으로 1000리를 달려가며 두 강 사이에 끼었고, 남쪽을 향해 영고탑(寧古塔)이 되었으며, 뒤쪽으로 한가지 뻗어 조선 산맥의 머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팔도가 있는데, 평안도는 심양(沈諹)과 이웃했고, 함경도는 여진(女眞)과 이웃했으며, 강원도는 함경도와 이어졌다. 황해도는 평안도와 이어졌고, 경기도는 강원도와 환해도의 남쪽에 있다. 경기도 남쪽은 충청도와 전라도이며, 전라도의 동쪽은 경상도다. 경상도는 옛날 변한과 진한땅이고,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는 ..

1권1장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 그 당시 마콘도는 선사시대의 알처럼 매끈하고, 하얗고, 거대한 돌들이 깔린 하상(河床)으로 투명한 물이 콸콸 흐르던 강가에 진흙과 갈대로 지은 집 스무채가 들어서 있는 마을이었다. 세상이 생긴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곳이 아직 이름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칭하려면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야만 했다. 매년 3월경이면 누더기를 걸친 집시 가족 하나가 마을 어귀에 천막을 쳐놓고는 북을 치고 나팔을 불어 대면서 아무 소란스럽게 새로운 발명품들을 선전했다. 처음에 그들은 자석을 가져왔었다. 덥수룩한 턱수염에, 참새발 처럼 생긴 손을 지닌 ..

제1장 낯선 남자의 도착 "그 낯선 사내는 2월 어느 겨울날 아침 일찍, 살을 에는 바람과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도착했다. 그것은 그해의 마지막 눈이었다. 사내는 두꺼운 장갑을 낀 손에 작은 검정색 여행가방을 들고 브램블허스트 역에서 걸어서 언덕을 넘어 왔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꽁꽁 싸맸고, 부드러운 펠트모자의 챙은 반짝이는 코끝만 빼고는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어깨와 가슴팍에는 눈이 쌓였고, 들고 있는 가방에도 하얀 눈이 얼룩져 있었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죽은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마차와 말' 여인숙으로 들어가서 여행 가방을 내던졌다. 그러고는 '불!'하고 외쳤다. '제발 난롯불을 쬐게 해주시요! 방과 난롯불!' 그는 술청에서 발을 굴러 옷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 숙..

1부 스완네 집 쪽으로(Du côté de chez Swann) 1. 콩브레 1 "오랜시간,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 때로 촛불이 꺼지자마자 눈이 너무 빨리 감겨 '잠이 드는구가' 하고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그러다 삼십여 분이 지나면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에 잠이 깨곤 했다. 그러면 나는 여전히 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한 책을 내려 놓으려 하고 촛불을 끄려고 했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내가 방금 읽은 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약간 특이한 형태로 나타났다. 마치 나 자신이 책에 나오는 성당, 사중주곡, 또는 프랑수아1세와 카를 5세와 경쟁관계라도 되는 것 같았다. 이 믿음은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몇초 지속되어 내 이성에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내 눈을 비늘처럼 무겁게 짓눌러 ..

제1권 이 이야기 첫머리에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주인공의 출생에 관한 모든 것 1.작품 소개 또는 식사 메뉴 "작가를 몇몇 손님을 불러다놓고 공짜로 음식을 대접하는 신사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작가란 요컨대 돈만 지불하면 누구든 환영하는 음식점 경영자이다. 잘 알다시피 앞의 경우는 무얼 대접하든 주인 마음이고, 그 음식이 아무리 맛이 없고 손님 입맛에 안맞고 거슬린다해도 손님들은 불평 한마디 하지 못한다. 오히려 앞에 차려진 음식이 맛있다고 예의상 드러내놓고 칭찬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음식점 주인 경우에는 이와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돈을 내고 먹는 손님들은 제 입맛이 아무리 까다롭고 변덕스럽더라고 그 입맛이 만족하기를 고집한다. 따라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사정없이 음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