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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라쇼몬(羅生門)-근대 문명과 봉건의 파열음을 쓴 葉片소설은 음산한 첫머리로 시작된다 본문
“어느 날 해 질 무렵의 일이다. 한 하인이 라쇼몬 아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널찍한 문 아래에는 이 사내 말고는 없었다. 그저 귀뚜라미 한 마리가 군데군데 붉은 칠이 벗겨진 큼직한 원기둥에 둘러붙어 있을 뿐이다. 라쇼몬이 주작(朱雀)대로에 있는 이상, 이 사내 말고도 비를 긋는 삿갓을 쓴 장사치 여인네나 두건을 쓴 남정네 두엇쯤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사내 말고는 아무도 없다.”(송태욱 역,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2019)
1.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풍경을 그린 듯한 서술로 시작된다. 남의 일을 이야기하는듯 하면서도 장소나 사물에 대한 묘사가 실제로 보고 있는 듯 사실적이다. 첫 문단 분위기는 잔혹동화처럼 음산하다.서스펜스 추리 소설같은 분위기의 정밀한 도입부가 옛 소설로 느끼지 않을 정도다. 짜임새 있는 도입부 구성은 논술이나 자기소개서 등에 참고할만 하다. 본문에 나오는 라쇼몬(羅城門)은 헤이안 시대 나성문이다.소설 제목 라성몬은 羅生門이다.
2.아쿠다카와 류노스케의 ‘라쇼몬(羅生門, Rashomon, 1915)’은 고전에서 소재를 불러와 당대의 개인과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작(秀作)이다.
매우 짧은 소설(200자 원고지로 40매)이지만 ‘비수(匕首) 같은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엽편(葉篇 혹은 葉片), 장편(掌篇)이라고 한다. 10분이면 완독이 가능하다.
소설은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 혹은 1192) 후기에 나온 작자 미상 설화집 ‘곤자쿠모노가타리슈(今昔物語集)’ 의 ‘라쇼몬에 올라가 시체들을 본 도적 이야기(羅城門登上層見死人盗人語第十八)’에서 소재를 따왔다. 이 羅城門에서 가운데 한자를 '生'으로 바꿨다.
3.라쇼몬(羅城門)은 헤이안 시대 헤이조쿄(平城京)의 주작대로(朱雀大路) 남쪽에 있는 정문 이름이다. 헤이조쿄는 헤이안쿄(平安京)로도 불렸다. 라쇼(羅城)는 도성의 벽, 성벽이라는 뜻이다.
羅城門는 ‘라조몬’, ‘라쇼몽’으로도 불린다. 현재 교토에 문은 없고 터만 있다. 일본 교토역(京都駅) 앞에 복원 모형(미니어춰, 10분의1 크기)이 있다.
4.인간은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부조리(不條理)를 절묘하게 쓴 걸작(傑作)이다. 등장인물은 하급 무사로 보이는 해고된 하인과 가발을 만들어 팔려는 노파다. 등장하지 않은 작자(作者)도 있다.
줄거리는 살기 위해 서로 빼앗고 뺏기는 추악한 짓도 서슴지 않는 인간의 현실이다. 비 내리는 저녁 황폐한 라조몬(羅城門) 지붕 아래에서 칼을 찬 남자(하인) 하나가 비를 피하고 있었다.
며칠 전 해고된 이 하인은 도둑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라조몬 누각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거기에는 여자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뽑고 있던 노파가 있었다.
노파를 붙잡고 머리카락을 뽑은 이유를 물으니 가발을 만들어 팔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머리카락을 뽑은 이 여자는 뱀을 말려 토막 낸 것을 말린 물고기라 속여 팔며 연명하던 여자라며 자기를 비난하지 말라고 한다.
이에 하인은 자신 역시 ‘노파의 옷을 강탈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것이다’며 노파를 시체 위로 걷어차 쓰러뜨리고 옷을 벗겨 사라진다. 노파는 한참 후 나쇼몽 아래를 둘러 보지만 거기에는 어둠 뿐이다.
5.라쇼몬의 마지막 한 문장은 변경됐다. 도쿄(東京)제국대학(현 도쿄대)에서 내는 잡지 ‘제국 대학(915년 11월)’ 에 실려 있는 것은 ‘하인은 이미, 비를 무릅쓰고 교토에 강도 짓을 하러 서두르고 있었다’ 이다.
여기는 서술트릭 기법이 적용됐다. 독자를 현혹하기위해 굳이 안써도 될말이다. 이 기법은 독자가 읽는 점(작품 밖)을 이용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편향되게 써 오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라쇼몬 기법(Rashomon effect)’이라고도 한다.
7.일본의 명감독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1910~1998, 대표작 ‘가게무샤(影武者, 1980)’ 등)가 영화 ‘라쇼몽(羅生門, Rashomon,1950)으로 제작, 개봉했다.
원작의 가운데 한자를 '생(生)'으로 바꿔 표현하고 다른 소설도 첨가했다. 이 영화는 다음해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아쿠다카와 류노스케(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 芥川龍之介,1892~1927)=일본 단편 소설의 아버지. 일본 최고의 신인 문학상인 아쿠다카와(芥川)상의 주인공이다.
1.일본 도쿄(東京) 교바시(京橋)의 이리후네정(入船町)에서 니바라 도시조(新原敏三)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어머니의 광기(狂氣)로 8개월 만에 외삼촌 아쿠타가와 미치아키(芥川道章)에 입적됐다. 어머니는 10살 때 사망했다.
도쿄 제1고교를 거쳐 제국대학(도쿄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후 혼슈(本州)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에 있는 해군기관학교 영어 교관으로 근무했다.
2.1914년 ‘노년(老年)’을 발표하면서 데뷔했다. 단편소설 ‘코(鼻, 1916)’가 당대의 문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의 격찬을 받아 문단의 총아(寵兒)로 떠올랐다. 나쓰메 소세키는 그해 말 49세로 사망했다.
1921년 마이니치신문 해외 시찰원(객원 기자 급) 자격으로 중국, 한국 등에 체류했다. 1922년에는 일본의 대표 문예지 4곳의 신년호 에 모두 신작이 실릴 정도로 문학청년들의 우상이었다.
3.아쿠다카와는 내면의 복잡한 심리와 번민, 삶의 환멸, 지독한 염세주의는 어머니 후쿠의 발광과 첫사랑 요시다 야요이와 별리(別離)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머니는 아쿠다카와를 낳은 지 8개월 전후에 미쳐갔는데 11살 때 죽었다. 야요이와의 사랑은 양어머니이자 외숙모가 유별나게 반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친구의 조카인 쓰카모토 후미(Fumi Akutagawa,1900~1968)와 결혼했다. 셋째아들 아쿠다카와 야슈지(芥川 也寸志, 1925~1989)는 나중에 일본에서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성장했다.
4.35세(1927)에 도쿄 다바타(田端)의 자택에서 베로날(Veronal 바르비탈)을 다량 복용, 자살했다. 자살 몇 달 전에는 아내의 친구이자 비서와도 동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쿠다카와는 철든 이후 삶 내내 어머니의 질환을 물려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환각과 불안에 시달렸다. 일본에서는 이런 불안의 삶이 자살로 몰고 갔을 것으로 분석한다.
주요작품으로 ‘게사쿠 잔마이(戱作三昧,1917)’, ‘수도자의 죽음(奉敎人の死, 1918)’, ‘도요새(山鴫.1921)’, ‘추산도(秋山圖,1921)’, ‘한 덩어리의 흙(一塊の土,1924)’, ‘신기루(蜃氣樓,1927)’, ‘톱니바퀴(齒車,1927) 등이 있다.
6.유명한 아쿠다카와(芥川)상은 평생 친구인 기쿠치 칸(菊池 寛,1888~1948)이 1935년 제정했다. 첫회 수상자는 이시카와 다쓰조(石川達三)가 ‘창맹(蒼氓)’으로 받았다. 이후 2차 세계대전과 패전으로 1944~1948년 중단됐다. 1년에 두 명(전반기와 하반기)에게 준다.
수상자는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1923~1966,33회),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1935~2023, 39회,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 1943~현재, 56회), 무라카미 류( 村上龍, 1953~현재, 75회),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 1973~현재, 120회) 등이다. 한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1949~현재)는 받지 못했다.
한국인 첫 수상자는 재일 소설가 이회성(李恢成,1935~현재,1995년 한국 국적 취득)으로 1971년(66회) ‘다듬이질하는 여인’으로 받았다. 100회(1988) 수상자도 재일교포 2세 소설가 이양지(李良枝, 田中樂枝)씨다. 소설 ‘유희(由煕)’로 받았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재일교포 일본 소설가 유미리(柳美里,1968~현재)는 116회(1996) 수상자다. 이어 네 번째 수상자는 현월(玄月, 본명 현봉호,1965~현재)도 122회(1999) 이다. 작품은 ‘그늘의 집’이다.
7.아사히신문의 2000년 설문조사 ‘지난 1000년 간 일본 최고의 문인은 누군가?’에서 5위에 올랐다. 1위는 나쓰메 소세키, 2위는 (헤이안 시대 궁녀로 필명으로만 알려진)무라사키 시키부(紫 式部, 973?~1031?, 겐지모노가다리(源氏物語) 저자), 3위는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1923~1996,본명 후쿠다 데이이치 (福田定一)), 4위는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1896~1933)였다.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1909~1948)에 “아쿠다가와 류노스케는 구름 위의 존재다. 나는 그를 모방조차 하지 못했다”고 격찬했다.수필가 김소운(金巢雲,1907~1981)은 “돌멩이를 보석으로 갈아내는 비술(祕術)을 지난 작가”라고 말했다.
구한말과 일제 치하 한국 소설가에게도 많은 영향을 줬다. 김동인(金東仁,1900~1951),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1010~1937) 등이다.
8.NHK는 2020년 아쿠타가와 객원기자 시절을 그린 ‘상하이의 이방인(A Stranger in Shanghai)’을 제작, 방영했다.(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