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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백년의 고독-마술적 리얼리즘의 정점을 보여주는 노벨상 작가의 소설 첫 문단은 난삽한 주술 관계로 서두를 연다 본문
1권1장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 그 당시 마콘도는 선사시대의 알처럼 매끈하고, 하얗고, 거대한 돌들이 깔린 하상(河床)으로 투명한 물이 콸콸 흐르던 강가에 진흙과 갈대로 지은 집 스무채가 들어서 있는 마을이었다. 세상이 생긴지 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곳이 아직 이름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칭하려면 일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야만 했다. 매년 3월경이면 누더기를 걸친 집시 가족 하나가 마을 어귀에 천막을 쳐놓고는 북을 치고 나팔을 불어 대면서 아무 소란스럽게 새로운 발명품들을 선전했다. 처음에 그들은 자석을 가져왔었다. 덥수룩한 턱수염에, 참새발 처럼 생긴 손을 지닌 뚱뚱한 집시가 자신의 이름을 멜키아데스라고 소개했는데, 그는 자신이 '지혜로운 마케도니아 연금술사들이 만든 여덟번째 기적' 이라고 이름 붙인 그 자석을 가지고 무시무시한 공개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는 금속봉 두개를 끌면서 이 집 저 집으로 돌아다녔는데, 냄비와 프라이팬과---."(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조구호 역, 민음사, 2000)
1.첫 문장의 주어와 술어 관계가 난삽하다. 원서의 느낌을 살린 번역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살 집행대 앞에 총을 들고 선 군인의 과거 회상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길게 이어진다. 도입부만 보면 긴 문장 속 내레이터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게 만들 정도다. 또 도입부부터 상징과 은유가 많다. 총살, 선사시대 알, 집시, 연금술사, 자석, 금속봉 등이다. 특히 집시는 외부와 소통, 신문물의 유입 등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본문에 나오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1899년 콜롬비아 보수정권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자유파 지도자 우리베 우리베 장군이 모델이다. *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북부와 현재의 북마케도니아공화국을 말한다. *마콘도는 이 소설의 무대인 가상 마을(도시)이다. *하상(河床)은 하천의 바닥, *집시(Gypsy)는 유랑인(travellers), 특히 인도아리아계의 유랑민족의 영어식 표기다. 집시는 인종차별 단어로, 그들 스스로 'Romani people(로마니 사람)'이라 부른다.
2.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1967)'은 20세기 소설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작품이다. 현대 소설 중 고딕소설(Gothic Novel,공포와 로맨스가 결합한 장르)의 정점이자 비극적 서사시의 으뜸을 차지하는 명작으로 꼽힌다. 중남미 카리브 연안 국가 콜롬비아(Republic of Colombia, 수도 보고타,인구 5200만) 출신이 스페인어로 쓴 소설이지만 전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번역됐고, 5000만부 넘게 팔렸다. 특히 텔레비전이 나오면서 소설 문학이 위기로 치달았던 시대, '소설의 부활' 을 확실하게 알린 작품이다.
그런데 소설은 저자의 조국 콜롬비아도, 당시 살고 있던 멕시코도 아닌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나왔다. 1967년 5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출판사 에디토리알 수다메리카나(Editorial Sudamericana)에서 간행됐다. 소설은 나오자마자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어로는 1970년 미국 하퍼앤로(Harper & Row), 영국 조나단 케이프(Jonathan Cape)에서 미국 번역가 그레고리 로바사(Gregory Rabassa,1922~ 2016)번역으로 출판됐다.
1969년 프랑스의 최우수 외국 도서상(Prix de Meilleur Livre Etranger), 1972년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의 상금을 주는 베네수엘라의 로물로 갈레고스(Rómulo Gallegos) 국제소설상 , 1972년 미국의 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Books Abroad-Neustadt)을 받았다.
소설은 튀니지 출신 스페인 망명자로 멕시코에 살았던 작가이자 영화감독 호미 가르시아 애스콧(Jomí García Ascot , 1927~1986)과 스페인 내전(Spanish Civil War,1936~1939)때 부모를 따라 프랑스를 거쳐 멕시코로 이주한 스페인 작가이자 배우 마리아 루이사 엘리오(María Luisa Elío Bernal , 1926~2009, 198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초대)에게 헌정됐다.
영국에서 나오는 글로벌 문학 저널 와사피리(Wasafiri,1984년 창간, 뜻은 스와힐리어로 '여행자')가 2001년 25 주년 기념 국제 작가 설문 조사에서 '지난 25년 동안 세계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 목록' 1위를 올랐다. 앞서 1999년 프랑스 미디어 르 몽드 선정 '세기의 책 100권'에도 포함됐다. 또 미국 잡지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영국 방송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미국 대학위원회 선정 추천도서, 영국 잡지 '옵서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에 들어 있다. 영어로는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로 쓴다.
3.소설은 저자의 노벨문학상 수상(1982)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의 정점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다양한 문학적 요소가 패러디와 아이러니, 유머와 함께 환상적 분위기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을 말한다. 독일의 예술 비평가 프란츠 로(Franz Roh, 1890~1965)가 1925년 처음 만들어 낸 용어다. 문학에서는 마르케스가 사실상 선구자이며, 정점에 서 있는 작가였다.
저자에게 소설의 영감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다. 1965년 휴가차 가족과 함께 멕시코시티에서 남쪽 태평양 연안 게레로주 해변 휴양지 아카풀코 데 후아레스(Acapulco de Juárez, 약칭 아카풀코)로 차를 몰고 가던 중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때 저자는 가족만 휴가를 보내고 멕시코시티 집으로 돌아와 새로운 책을 쓰기 시작했다.
4.등장인물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마을 마콘도(Macondo)의 창립자로 1세대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José Arcadio Buendía)와 사촌으로 부인인 우르술라 이구아란(Úrsula Iguarán), 2세대의 첫째 아들 호세 아르카디오(José Arcadio), 둘째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Aureliano Buendía) 대령, 딸 아마란타(Amaranta)와 입양한 딸 레베카(우르술라 이과란의 사촌 딸) 등이다. 또 마을 보수당 행정관 돈 아폴리나르 모스코테(Don Apolinar Moscote)의 막내 딸 레메디오스 모스코테, 마콘도 지역 여인으로 부엔디아 가문의 2세대와 3세대의 연결고리 필라르 테르네라(Pilar Ternera)가 있다.
3세대인 호세 아르카디오(José Arcadio)와 필라르 테르네라(Pilar Ternera)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교사인 아르카디오(Arcadio), 필라 테르네라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2세대)의 사생아 아우렐리아노 호세(Aureliano José), 상인의 딸 산타 소피아 데 라 피에다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2세대)의 자식들인 17명의 아우렐리아노스 등도 나온다.
4세대로 아르카디오와 산타 소피아의 첫 아이 레메디오스, 아르카디오(Arcadio)와 산타 소피아(Santa Sofía)의 아들로 아우렐리아노 세군도(Aureliano Segundo)의 쌍둥이 형제인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José Arcadio Segundo), 귀족가문 소녀 페르난다 델 카르피오(Fernanda del Carpio, 아우렐리아노 세군도 부인), 검은 피부의 뮬라토(mulatto) 여성 페트라 코트 등이다.
5세대로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와 페르난다 델 카르피오 아들 호세 아르카디오(José Arcadio), 큰 딸 레나타 레메디오스(Meme, Renata Remedios), 작은 딸 아마란타 우르술라, 바나나 회사의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고 관대한 미남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Mauricio), 아마란타 우르술라(Amaranta Úrsula)의 부유한 벨기에인 남편 가스통(Gastón),
6세대로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와 메메 사이의 사생아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아우렐리아노2세), 7세대로 아우렐리아노(Aureliano)와 그의 이모 아마란타 우르술라의 아들로 돼지꼬리를 갖고 태어난 아우렐리아노가 있다. 이밖에 집시 무리의 지도자 멜키아데스(Melquíades), 이탈리아 음악가로 음악학교 운영하는 피에트로 크레스피,바나나 회사가 마콘도에 농장을 세우도록 주선하는 허버트, 독재적 바나나 농장 운영자 잭 브라운,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Aureliano Buendía) 대령의 친구이자 전우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 또다른 친구 가브리엘 등이다.
5.줄거리는 중남미 정글 속 마콘도(Macondo)라는 가공의 땅을 무대로 한 부엔디아 집안의 시작과 몰락에 관한 이야기다. 사촌 간인 호세 아르까디오와 우르술란 부부는 근친상간으로 돼지꼬리가 달린 후손이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아무도 닿지 않는 곳에 새로운 마을(도시)를 세우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새로운 마을-마콘도의 외부 접촉은 멜키아데스를 중심으로 한 집시들의 방문 뿐이었다. 이들은 신기한 외부 문물을 마을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부부는 외부 세계의 과학적인 지식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마콘도의 고립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시장이 생기고, 철도가 들어오고, 외국인 바나나 공장이 건립된다.
수십년이 흘러 세대가 바뀌면서 바나나공장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대량 학살(바나나 학살)되고, 폭풍우와 가뭄이 농장을 파괴한다. 다시 마콘도는 예전 같은 고독에 휩싸이고, 돼지꼬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
6.소설은 매직컬 리얼리즘의 정점 작품답게 단순 사실주의를 벗어나 신화를 이야기 속에 도입해 환상적인 전개를 이어간다. 특히 식민 역사성과 사회성, 민주적 정치 개혁 등을 강조한다. 식민지적 삶, 정치 개혁, 산업발달(산악지역에 철도), 콜롬비아 내전(Guerra de los Mil Días, 1899-1902, 천일전쟁-Thousand Days' War,미군 지원 업은 보수파 승리), 중남미 농산물을 미국에 공급하는 다국적기업 유나이티드 프루트(American Fruit Company)의 착취, 파업, 그리고 학살(바나나 학살, 1928년 12월 5~6일 콜롬비아 산타마르타 근처 시에나가에서 발생) 등이 담겨 있다. 또 실제 사건과 인물 조작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문제점을 상징과 비유로 풀어간다. 특히 얼키고설킨 가문 연대기로 가족, 마을, 국가의 문제를 현실로 드러낸다. 여기에 근친상간의 심각성, 마을을 지배하는 엘리트들의 부정과 이들이 결국 가난한 백성의 삶을 구제할 수 없는 허망함도 보여준다. 한마디로 공동체의 형성과 유지, 파괴가 잘 드러난다.
7.소설은 파격적인 주제와 이야기 전개, 묵직한 서사 등으로 격찬이 쏟아졌다. 미국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윌리엄 조지프 케네디(William Joseph Kennedy,1928~현재,1984 퓰리처상 수상)는 뉴욕 타임즈에 쓴 서평에서 ‘책이 생긴 이래 모든 인류가 읽어야 할 첫 번째 문학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
칠레의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1971)인 파블로 네루다는 "(대문호)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의 '돈키호테(1부 1605년 간행)' 이후 스페인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계시적 소설"이라고 말했다. 미국 문화평론가 존 레너드(John Leonard, 1939~2008)는 뉴욕 타임스에 "한번의 도약(한 권의 소설)으로 두 작가와 동급이 됐다"고 말했다. 두 작가는 20세기 소설문학계의 중심인 독일 소설가로 1999년 노벨문학상 받은 귄터 그라스(Günter Wilhelm Grass, 1927~2015),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소설가이자 곤충학자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소설 '로리타,1955'로 유명)이다.
미국 유명 문학평론가이자 예일대 교수를 지낸 해럴드 블름(Harold Bloom,1930~2019)은 "모든 페이지가 한 명의 독자가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며 "소설에는 낭비된 문장도, 단순한 전환도 없으며 읽는 순간 모든 것(소설적 미학 등)을 느낀다"고 말했다.
체코 출신 유명 소설가로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쓴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59~2023)는 "소설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서구 작가들의 기우(杞憂,쓸데없는 걱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책꽂이에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꽂아 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고 격찬했다.
8.저자는 생전에 소설 '백년의 고독'의 각색(영화, 드라마)권을 판매하는 것을 거부했다. 스페인어 외의 다른 언어로 각색되면 전체 줄거리를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에 '백년의 고독'이 넷플릭스에서 공식 TV 시리즈 로 각색, 12월 11일 공개됐다. 저자의 아들들이 제작 총괄을 맡았다. 이 영화는 다만 마르케스의 출생지인 캐러비안베이 항구도시 아라카타카가 아닌 콜롬비아 다른 곳에서 촬영됐다.
일본의 시인이자 극작가, 영화감독 테라야마 슈지(寺山 修司, 1935~1983)는 희곡으로 각색, 공연한 데 이어 영화 '방주에게 작별(さらば箱舟,Farewell to the Ark)'로 만들어 1985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첫 상영했다.
한국에서는 1988년 육문사에서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나왔고, 이어 1993년 혜원출판사, 1994년 홍신문화사, 1995 여명출판사, 2000년 청목사 등에서 잇따라 출판됐다. 국내 첫 스페인어 원전에서 완역한 책은 2000년 민음사에서 나왔다.
#.가브리엘 호세 데 라 콘코르디아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José de la Concordia García Márquez, 1927~2014)=콜롬비아의 소설가로 저널리스트이자 정치 운동가. 환상적 사실주의 경향을 주도, 20세기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소설 ‘돈키호테’ 저자 세르반테스(1547~1616) 이후 스페인어권 최고 작가로 꼽힌다. 약칭 마르케스.
1.콜롬비아 마그달레나주(카리브해 연안) 아라카타카에서 전신 통신사인 가브리엘 엘리지오 가르시아(Gabriel Eligio Garcia)와 루이사 산티아가 마르퀴즈 이구아란(Luisa Santiaga Marquez Iguaran) 사이에서 태어났다. 12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8년간 외조부모 니콜라스 리카르도 마르케스와 도냐 트란킬리나 이구아란 코테스의 집에서 살았다. 외할아버지는 1890년대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내전에 참가했던 인물이다.
1946년 수도 보고타 근처 시파키아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콜롬비아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1948년 대학 폭력사태로 카르타헤나대학교로 전학했다. 콜롬비아 데일리 기자를 시작으로 쿠바 국영 통신사의 로마, 파리, 카라카스, 아바나, 뉴욕 특파원을 지냈다.
기자를 하던 마르케스가 작가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체코 출신으로 독일어 작품 활동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1954)의 ‘변신’을 읽은 후라고 한다. 1955년 첫 소설 ‘낙엽’을 냈다. 공산당에 입당(1955)해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했다.
2.18살 때 13살의 메르세데스 바르차 파르도(Mercedes Barcha Pardo,1932~2020)에게 청혼해 1958년 결혼했다.집세를 9개월이나 못낼 정도의 지독한 가난 속에서 부인의 보살핌에 소설을 썼고, 자녀 2명을 길렀다. 큰아들이 유명 영화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 바르차(Rodrigo García Barcha, 1959~현재, 대표작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르케스 부인 메르세데스 바르차 파르도가 죽은 지(2020) 1년이 지난 2021년 1월(마르케스 사후 8년) 숨겨진 딸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멕시코 작가이자 언론인 수사나 카토(Susana Cato, 1960~현재)와 사이의 딸 ‘인디라 카토(Indira Cato,1992~현재,멕시코 다큐멘터리 감독)’가 마르케스의 혼외자였다.
마르케스는 좌파 지성인으로 우파가 지배한 조국 콜럼비아와 불화(不和)로 주로 멕시코에서 살았다. 인근 사회주의 국가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1926~2016)와도 ‘절친’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돼 미합중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William Jefferson Clinton, 1946~현재, 재임 1993~2001) 정부 때 처음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당시 클린턴은 윌리엄 커스버트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명한 소설 '소리와 분노(The Sound and the Fury)'의 긴 구절을 들려줘 마르케스를 놀라게 했다. 한편 마르케스는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모니카 사밀레 르윈스키, Monica Samille Lewinsky, 1973~현재) 스캔들이 터지자 "인간이 사랑을 나눌 안전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역사적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공평한 일인가?"라고 클린턴을 두둔했다.
3.마르케스는 러시아 대문호로 '안나 카레니나'를 쓴 레흐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Graf Tolstoy,1820~1910)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쓴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ikhaylovich) Dostoyevsky, 1821~1881), 프랑스 소설가로 '보바리 부인'을 쓴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 소설 '적과 흑'의 저자 스탕달(Stendhal,1783~1842),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아버지로 '고리오 영감'을 쓴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1799~1850) 등 리얼리즘 작가들을 좋아했다. 또 청년시절 영향을 많이 준 캐러비안 연안 도시 바랑키야(Barranquilla)의 문학 커뮤니티 '바랑키야 그룹(Barranquilla Group)'도 있다. 이밖에 '백년의 고독'에서 '카탈루냐의 현자'로 묘사되는 스페인 동부 카탈루냐 출신으로 콜롬비아로 이주한 서점 주인이자 극작가 라몬 비니에스(Ramon Vinyes, 1882~1952)도 많은 영향을 줬다. 라몬 비니에스가 주재한 소모임에서 아일랜드 더불린 출신 소설가로 '율리시즈'를 쓴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1942)와 영국 작가로 '댈러웨이 부인'을 쓴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 1882~1941, 미국 소설가로 '분노의 포도'를 쓴 존 스타인벡(John Ernst Steinbeck,1902~1968,1962노벨문학상 수상), '아메리카의 비극'을 쓴 시어도어 드라이저(Theodore Dreiser, 1871~1945), '소리와 분노'를 쓴 윌리엄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 등을 알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마르케스는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그해 12월 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라틴아메리카의 고독(La Soledad de América Latina)'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해 호평을 받았다. 내용은 패권 세계의 변방에서 문화적 존중을 받기 위해 계속 투쟁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마르케스는 1999년 림프암 진단을 받았지만 글쓰기 작업을 계속했다. 특히 회고록 쓰기에 집중해 2002년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Vivir para contarla,2002, 영어번역 2003년)’를 냈다.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에서만 200만 부 이상이 팔렸고, 전 세계 번역본까지 합하면 1000만권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4.림프암으로 고생하던 마르케스는 2014년 4월 멕시코시티에서 87세로 영면했다. 장례식은 멕시코와 콜롬비아 양국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멕시코시티 예술궁전에서 수만 명의 애도 속에 진행됐다. 유가족은 마르케스의 서류와 일부 개인 소지품을 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교의 인문학 연구 도서관이자 박물관인 해리 랜섬 센터에 기증했다.
2016년부터 발행한 콜롬비아 5만 페소 지폐의 표지 인물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조부모의 집이 마르케스의 생애와 작품을 전시하는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3년 세계번역지도(World Translation Map) 조사에서 마르케스는 2000~2021년 사이에 가장 많이 번역된 스페인어 작가에 올랐다.
대표작으로 ‘백년의 고독(1967)’, ‘족장의 가을(1975)’,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1981)’, ‘콜레라 시대의 사랑(1985)’,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2002)’,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2004)’이 있다. 이밖에 '낙엽(La hojarasca, 1955),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1961)',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Los funerales de la Mam Grande, 1962)', '암흑의 시대(La mala hora,1962)' 가 있다.
5. 마르케스는 영면후 우르과이 여류 작가이자 번역가인 클라우디아 아멘구(Claudia Amengual Puceiro, 1969~현재)의 소설 '카르타헤나, Cartagena)'의 마지막 부분에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또 푸에스토리코 소설가이자 극작가 지아니나 브라스키(Giannina Braschi, 1953~현재)도 소설 '꿈의 제국(Empire of Dreams,1988)' 과 '요요 보잉(Yo-Yo Boing!,1998)'에서 마르케스를 등장시켰다. (콘텐츠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