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훌륭한 군인-전쟁 아닌 사랑과 불륜, 음모와 배신을 쓴 첫 문단에 배신의 파노라마를 암시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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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군인-전쟁 아닌 사랑과 불륜, 음모와 배신을 쓴 첫 문단에 배신의 파노라마를 암시한다.

지성인간 2024. 1.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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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또 들어본 적이 있을까? 우리는 나우하임의 어느 계절이 9번 바뀌는 동안 애시번햄 부부와 절친하게 지냈다. 아니 그보다는 손에 잘 맞는 장갑처럼 어느 정도 여유 있고 편안한 사이로 지냈다는 편이 맞겠다. 나와 내 아내는 애시번햄 부부를 그 누구 못지않게 잘 알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내가 잘 모르는 영국인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오늘까지도 이 슬픈 사건에 대해 내가 아는 조각들을 맞춰보려고 애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6개월 전만 해도 나는 영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영국인들의 깊은 속마음까지 가 닿지는 못했다. 그저 피상적으로 알 뿐이었다.”(포드 매독스(매덕스) 포드 저, 홍덕선 김현수 역, 부북스(BooBooks), 2012)

2012년 블랙스톤 출판사에서 나온 오디오 북 '훌륭한 군인'표지.

1.일인칭 화자(話者)가 첫 문장부터 물음표를 쓰면서 감정에 치우친 서술을 하고 있다. 소설 문장으로는 꺼림칙할 정도로 어색한 독백형 글의 전개다. 이어지는 문장들은 시제 중복과 함께 긍정과 부정을 교차시키고 있다. 절친했지만 잘 알지 못한, 그래서 속마음도 모르고 피상적인 것만 알았다는 것이다. 소설을 시작하는 도입부에 ‘슬프다’로 못 박았음에도, 다음  이야기 전개는 전혀 슬프지않다.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읽는 이가 내레이터를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다. 특히 첫 문단에 믿을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의 무질서한 내레이션을 내세워 독자와 불화를 의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 나오는 *나우하임(Nauheim)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24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 온천. 심장계통 질환 치료에 좋은 염천(鹽泉,나트륨 함유가 많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1915년 영국 런던에서 나온 소설 '훌륭한 군인' 초판본.photo by wikipedia

2.포드 매독스(매덕스) 포드의 ‘훌륭한 군인-열정의 이야기(A good Soldier-Tale of Passion,1915)’는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갖춘 20세기 최고 명작의 하나로 꼽힌다. 출간 후 ‘비극적 희극’, 불륜, 배신, 집착 등의 요소가 강해 ‘영어로 된 최고의 프랑스 소설’이라는 유머러스한 평이 나오기도 했다.
소설 일부는 영국 런던에서  발행된 잡지에 처음 연재됐다. 화가 윈덤 루이스(Wyndham Lewis,1882~1957)가 만든 소용돌이, 돌풍 뜻의 ‘블라스트(BLAST, 1914년 7월 창간, 한달 후 1차 세계대전 발발로 2호에서 종간)’ 창간호다. 런던 존레인보들리 헤드(The Bodley Head)와 미국 뉴욕 존레인컴퍼니 맥시에서 1915년 출판됐다.
원제는 ‘가장 슬픈 이야기(The Saddest Story)’였으나 1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출판사 대표 존 레인(John Lane)이 바꾸자고 요청, 참전중이었던 저자가 ‘왜 선한 군인은 안되는가?’라고 회신했는데 ‘훌륭한 군인(The Good Soldier)’으로 나왔다고 한다. 우문현답의 제목인 셈이다. 보통 영어로는 ‘Tale of Passion’를 붙이지 않고, ‘A good Soldier’로 출판된다.

첫문단에 나오는 나우하임은 지금도 유명한 독일 온천 도시다. 나우하임의 2000년대 초반 모습.photo by wikipedia

3.소설은 단순하게 보면 따뜻한 품성의 이웃집 군인, 지적이고 우아한 아내의 장기간의 불륜이야기다.  이런 얼개에 사랑과 열정, 음모와 배신의 종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의 허망함, 영국 신사의 부조리한 복잡성, 성(性)모럴 해저드, 겉과 속의 차이를 인간의 천박한 이기심과 본능의 폭발을 통해 드러낸다. 그리고 그런 개인사의 굵직한 굴욕사건의 ‘사실’이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난 후에 살아가는 화자의 삶이다.
소설은 1900년대 초의 전통적인 사회 구조, 도덕률(특히 성모럴) 비판, 문학 형식 파괴에 도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여기에 소설 곳곳에서 플롯이나 문체 등을 실험, 서구에서는 포스트모던 장르의 실험작으로도 유명하다.
또 인간 심리에 대한 세밀한 묘사, 독자를 헤갈리게 하는 전개, 실험적 플롯, 비상식적인 구조 등이 오히려 호평을 받았다. 이 때문인지 서구 대학 영문학과 필독 모더니즘 소설, 미국 중고생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다.
다만 소설은 줄거리가 일관성이 없는 데다 연대 순이 아니어서 혼란스럽다. 중간중간에 내레이터의 느닷없는 논평도 나오는 등 중구난방이다.
미국 모던 라이브러리의 ‘영어 소설 100선’에서 30위, 영국 옵서버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소설 100선, 영국 미디어 가디언의 필독 소설 1000선, 미국 하버드 대학 필독서 100선, 미국 대학위원회 SAT 추천 도서에 포함된 소설이다.

1920년대 양장본으로 나온 소설 '훌륭한 군인' 표지.photo by wikipedia

4.20세기 유명 모더니즘 작가들의 ‘대작(?)’에 가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알려진 소설이다. 하지만 여러 형식의 독창적인 소설 기법, 복잡한 플롯 등은 실험적이지만 배울만 하다는 평을 받는다.
또 자연 하나하나에 대한 그림같은 서술, 이기적 인간의 적나라한 심리 묘사, 절친한 이웃과 불륜, 그에 따른 환멸 등에 대한 표현은 압권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1차 세계대전 전에 쓰여졌음에도 소설 속에 나오는 8월4일이 나중에 일어난 사건과 연계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8월 4일은 불륜녀 플로렌스에게 일어난 중요한 사건의 날짜인데 실제로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하자 영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날이다.

나소스 오디오북에서 나온 소설 '훌륭한 군인'오디오 북 표지.photo by google.

5.소설의 주요 등장 인물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국인 존 도웰(John Dowell)과 그의 아내 플로렌스(Florence), 절친한 이웃으로 영국 군인 ‘굿 솔져’ 에드워드 애시번햄(Edward Ashburnham)과 레오노라(Leonora) 부부가 주요 캐릭터다.
또 에드워드와 관계를 하는 낸시 루포드(Nancy Rufford), 플로렌스의 첫 남편, 레오노라의 재혼 상대 로드니 베이햄(Rodney Bayham),플로렌스의 가족인 미스 헐버드와 존 삼촌 등도 거론된다.

소설 훌륭한 군인과 저자를 소개한 1971년 5월 2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출처=뉴욕타임스 기록보관소. www.nytimes.com

6.줄거리는 1차 세계대전 발발 전 두 쌍의 ‘완벽해 보이는 커플’의 이야기다. 부유하고 게으른 미국인으로 완벽한 커플 중의 한 사람인 화자(話者,존 도웰)가 자신의 기억과 드러나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을 연결한다.
존 도웰과 애시번햄 두 쌍의 부부는 1904년 여름, 나우하임(독일 유명 온천마을)에서 우연히 알게 된 후 9년 동안 누가 보아도 우아한 우정을 나눠온다. 그런데 화자는 아픈(?) 아내가 자살 한 후 뒤늦게 아내와 상대 부부의 남편이 9년동안 불륜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아내가 지병(持病, 오랜 병)인 심장마비 때문이 아니라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와 관계를 하면서도 아내가 후원하고 있는 낸시하고도 불륜의 사랑을 한다. 특히 에드워드의 이중 불륜에 대한 충격으로 플로렌스가 자살한 후에도 낸시와 관계한다. 모든 것이 드러나면서 에드워드는 자살하고, 낸시는 이를 듣고 미쳐버린다. 남편이 죽은 후 레오노라는 로드니 베이햄이라는 남자와 재혼, 아이를 낳고 매우 '평범한' 삶을 산다.
도웰은 에드워드 저택을 구입해 미쳐버린 낸시의 보호자가 된다. 도웰은 끝까지 아이러니한 인물로 나온다. 악당들(에드워드, 아내, 낸시 등)이 자살과 광기로 처벌받았다고 말한다.

미국 한 출판사에서 나온 '훌륭한 군인' 표지 부분. 연인을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는 여인을 묘사했다. photo by www.google.com

7.제목에서 군대,전쟁을 연상하지만 소설에는 ‘전쟁’이 없다. 그렇다고 뛰어난 군인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전쟁도 군대도 없는 군인의 사랑과 열정, 음모와 배신, 사회 도덕성의 후퇴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출간이후 논란이 많았다. 내용보다는 소설 형식과 문체를 둔 논쟁이었다. 비 연대기적 서술, 내레이터의 느닷없는 개입, 시제의 전복(顚覆) 등에 대한 비판이었다. 특히 형식 실험 때문에 내용을 희생시킨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는 평가도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20세기 최고로 섬세한 기교를 보여준 걸작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북 위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온 가장 훌륭한 책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1904~1991)은 “아마도 우리 세기의 가장 훌륭한 소설 중 하나”라고 격찬했다.

1981년 나온 TV 드라마 '굿 솔져'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 왼쪽부터 제레미 브렛, 수잔 플리트우드, 로빈 엘리스, 비커리 터너.photo by wikipedia

8.영국 유력 신문사 가디언은 2015년 12월2일 자에 영국의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 피어스 폴 리드(Piers Paul Read, 1941)의 리포트를 인용, ‘불충실한 아내에 관한 소설 Top 10’중 하나로 꼽았다.
10개 소설은 스탕달의 적과흑(The Red and the Black,1830),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보바리 부인(Emma Bovary,1856), 레흐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1878), 테오도르 폰타네(Theodor Fontane)의 에피 브리스트(Effi Briest,1894), 브라질 작가 마차도 데 아시스의 돔 카스무로(Dom Casmurro,1899), 아나톨 프랑스의 ‘The Roacher Work Woman,1910) , D.H 로렌스(Lawrence)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1928), 존 필립스 마콴드 (John Phillips Marquand, 1893~1960)의 HM Pulham Esquire,1942) 워커 퍼시의 랜슬롯,1977)이다.

9.한국에서는 출판사 부북스(BooBooks)에서 2012년 4월 홍덕선,김현수 역으로 출간했다. 또 문예출판사에서  2013년 4월 손영미 역으로 내놓았다.

1905년 무렵 찍은 Ford Madox Ford. photo by wikipedia

#.포드 매독스(매덕스) 포드(Ford Madox Ford,1873~1939)=영국 소설가이자 시인, 평론가. 에즈라 파운드와 함께 20세기 영미 문학의 대부. 본명은 포드 매독스(매덕스) 휴이퍼(Ford Madox Hueffer)이다. 독일인 이름 같아서 1919년 ‘Ford Madox Ford’로 개명.

포드 매덕스 포드의 어머니 캐서린 (Catherine Madox Brown) 초상화.photo by wikipedia

1.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서리(Surrey)주 머튼(Merton, 5 Fair Lawn Villa)에서 독일 출신의 프랜시스 칼 휴퍼(Franz Carl Christoph Johann Hüffer, 1845~1889)와 라파엘 전파 화가 포드 매덕스 브라운의 딸 캐서린(Catherine Madox Brown,1850~1927, 화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남동생 올리버 매독스 휴퍼(1877~1931, 극작가이자 종군기자)와 여동생 줄리엣 캐서린 엠마(Juliet Catherine Emma, 1881~1944, 번역가이자 작가)가 있다. 1889년 더 타임스의 수석 음악 평론가인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런던 리젠트파크에 있는 외가에서 성장했다.

2.포드는 켄트에 있는 상급 초등학교에 다녔고, 그 다음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스쿨(런던 가워 스트리트에 위치)다녔다. 대학에서 공부한 적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보헤미안, 음악 및 지적 서클과 교류가 풍부했다. 열여덟살인 1891년 동화 ‘갈색 올빼미’를 발표했다.
런던 리젠트파크 에드먼드 테라스(Edmund's Terrace) 외갓집 이웃은 대영 박물관의 인쇄된 책 보관인인 리처드 가넷(Richard Garnett,1835~1906, 학자 시인) 박사였다. 포드는 가넷박사의 딸 올리브, 에드워드(Edward William Garnett, 비평가, 부인은 최초의 러시아어 번역가 콘스탄스 클라라 가넷)과 절친한 친구가 됐다.

남편의 끊임없는 불륜에도 이혼하지 않고 살았던 아내 엘시 마틴데일 (Elsie Martindale, 1879~1949)의 1900년대 초 모습. photo by wikipedia

3.포드는 학교에서 3살 연하인 15살의 엘시 마틴데일(Elsie Martindale, 1879~1949, 번역가)과 사귀었는데 엘시의 아버지인 저명한 분석 화학자인 윌리엄 마틴데일(William Martindale,1840~1902, 영국 약사회 회장) 박사와 그의 아내가 반대하자 함께 도망쳤다. 1894년 5월17일 잉글랜드 남서부 글로스터( Gloucester)에서 결혼했다. 둘은 켄트의 보닝턴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두 딸 크리스티나(1897~1984)와 캐서린(1900~1978)을 낳았다. 아내가 첫딸을 낳았을때는 겨우 열여덟살이었다. 1901년 잉글랜드 남동부 이스트 서식스의 윈첼시(Winchelsea)로 이사했다.
이웃에는 헨리 제임스(Henry James), 스티븐 크레인(Stephen Crane), H. G. 웰스(H. G. Wells), 조셉 콘래드, W. H. 허드슨 등과 친구가 됐다. 수학자 아서 마우드(Arthur Marwood, 1868-1916)를 만났다.
1905년 ‘런던의 황혼’이 호평받은 이후 헨리 8세의 아내 캐서린 하워드에 관한 역사 로맨스 3부작, ‘다섯째 여왕(1906)’, ‘추밀원 인장(1907)’, ‘다섯 번째 여왕 즉위(1908)’을 냈다. 이즈음 아내 엘시와 멀어지면서 홀로 런던 홀랜드 파크 애비뉴 84번지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포드 매덕스 포드와 애정 행각을 벌인 참정권 운동가 이소벨 바이올렛 헌트. photo by google

4.포드는 결혼 후 수많은 애정 행각을 벌였다. 1909년 작가이자 여성참정권 운동가 이소벨 바이올렛 헌트(Isobel Violet Hunt, 1862~1942)와 만나 불륜의 사랑으로 치달았다. 포드는 아내를 떠나 켄싱턴의 사우스 로지에 있는 캠든 힐 로드(Campden Hill Road)의 그녀 집에 살림을 꾸렸다. 헌트는 포드의 동료 작가인 HG 웰스와 W 서머싯 몸과 짧은 불륜 등 남자 관계가 많았다.
아내 엘시는 이혼을 거부했고, 가톨릭 교인인 포드는 독일에서 이혼하기 위해 독일 시민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시민권 발행을 거절했다. 엘시는 남편과 불륜 행각을 벌인 헌트가 '포드 매독스 휴퍼 부인'이라는 이름을 쓰자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이 건은 당대 사회적 스캔들이 돼 포드의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포드 매덕스 포드와 연인관계로 딸까지 낳은 스텔라 보웬 (Stella Bowen, 1893~1947). photo by wikipedia

포드의 애정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흔네살 때인 1918년 초 20년 연하의 호주 미술가이자 작가 스텔라 보웬(Stella Bowen, 1893~1947)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둘은 영국 시골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1920년에 딸 에스더 줄리아(줄리)를 낳는다.
그러다가 1922년 아내 엘시를 피하고 스캔들 확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랑스로 이주했다. 벨기에 출신 영국시인으로 대형 서점을 운영한 해롤드 먼로(Harold Monro,1879~1932)가 프랑스 남동부 알프마리팀주 해안 마을 캽페라(Cap Ferrat, 현 Saint-Jean-Cap-Ferrat)에 있는 자신의 별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의 불같은 사랑도 식어서 1927년 헤어진다. 포드는 스텔라 보웬(Stella Bowen)과 살면서 도미니카 출신 영국 소설가 진 리스(Jean Rhys, 1894~1979)와 불륜을 저질렀고, 둘 모두와 사랑은 씁쓸하게 끝난다.

재니스 비알라 (Janice Biala, 1903~2000)  photo by wikipedia

포드의 마지막 사랑은 미국 화가였다. 1931년에는 폴란드 출신 미국 화가 재니스 비알라(Janice Biala, 1903~2000, 본래 이름 제니스 트워코프스키)를 만나 193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생을 함께한다.

바이올렛 헌트와 함께 몇 년 동안 살았던 그레이터 런던 카운슬(Greater London Council) 캠프든 힐 로드 W8(1기념관). photo by wikipedia

5.포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5년 입대, 영국군 웰치 연대에서 수송 장교로 복무한다. 그런데 1916년 프랑스 솜 전투에서 크게 다친다. 포탄이 폭발해 뇌진탕을 일으켰고, 3주 동안 기억을 잃었다. 후송됐지만 며칠 동안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중상이었다.
완치 후인 1917년 서부전선의 주요 요충지인 벨기에 이프르 살리엔트(Ypres Salient)에 배치됐는데 이번에는 가스에 노출, 폐렴을 앓는다. 결국 프랑스 남부 요양소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자 1917년 말 잉글랜드 북부로 전근, 군인 강사로 활동하다가 전쟁이 끝난 후인 1919년 전역했다.

포드와 절친들. 1923년 11월 파리에서 왼쪽부터 포드 매덕스 포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 시인 에즈라 파운드, 변호사 존 퀸.https://justewords.com/

6.포드는 폴란드 출신의 영국 작가 조셉(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 1857~1924)와 함께 소설을 써서 발표할 정도로 친분이 깊었다. 콘래드의 본명은 유제프 테오도르 콘라트 코제니오프스키(Józef Teodor Konrad Korzeniowski)이다.
콘래드와 ‘계승자들(The Inheritors,1901)’, ‘로맨스(Romance,1903)’, ‘범죄의 특성(The Nature of a Crime)’ 등 소설 세 편을 공동 창작했다.그리고 1924년 절친인 콘래드가 사망하자 회상록도 썼다. ‘조셉 콘래드-개인적인 기억(1924)’이 그것이다. 이 책은 회상과 비평을 결합한 뛰어난 책으로 평가받았다

포드 매덕스 포드와 조셉 콘래드가 공동 집필한 ' 계승자들' 초판본 표지. photo by wikipedia

7.포드는 1908년 문학잡지 잉글리시 리뷰(The English Review)를 창간했다. 이 잡지에 D.H. 로렌스(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1885~1930)와 오스트리아 출신 노먼 더글러스(George Norman Douglas1868~1952, 영국 수필가,소설가)를 소개, 데뷔시켰다.
또 영국 문학의 핵심인 ‘테스’의 작가 토마스 하디(Thomas Hardy,1840~1928), 공상과학의 창시자 H.G. 웰스(Herbert George Wells,1866~1946), 미국 소설가로 ‘나사의 회전’을 쓴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19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출판했다
1924년에는 ‘대서양 횡단 리뷰(The Transatlantic Review)’를 창간하고 모더니즘 문학을 전파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이때 아일랜드 소설가로 ‘율리시즈’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1899~1961), 미국 여류작가이자 당대 최고의 명사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1874~1946), 에즈라 파운드(Ezra (Loomis) Pound, 1885~1972) 등의 글을 많이 출판했다.

2012년 영국 BBC에서 드라마로 나온 포드 매덕스 포드의 다른 소설 '퍼레이드 엔드'스틸 컷. 출처=watcha.com

7.포드는 프랑스를 좋아했다. 특히 남부 프로방스를 좋아했다. 1922~1923년 겨울 해롤드 먼로의 프로방스에 있는 마법 같은 별장에 살았다. 포드는 "이 세상에는 지상 낙원이 두 개밖에 없다. 프로방스, 그리고 대영 박물관의 열람실"이라고 할정도였다.
포드는 또 "프로방스는 인류의 위대한 무역로에서 제대로 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유일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포드에게 프로방스는 이상적인 잃어버린 세계로 문명의 요람 중 하나였으며, 소설의 기준점이기도 했다.
포드는 프랑스에 살면서 마늘을 아주 좋아했다. 포드는 "적당한 양의 마늘을 먹지 않고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8.포드는 1935년을 기점으로 미국에 자주 체류했다. 뉴욕, 파리, 프로방스를 오가며 채소를 재배하는 등 보헤미안적인 삶을 살았다.
특히 미국 젊은 작가들인 앨런 테이트(존 올리 앨런 테이트,John Orley Allen Tate, 1899~1979, 시인 수필가),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캐롤라인 퍼거슨 고든(Caroline Ferguson Gordon, 1895~1981),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캐서린 앤 포터(Katherine Anne Porter, 1890~1980), 로버트 로웰(로버트 트레일 스펜스 로웰 IV, 1911~1977) 등 재능 있는 작가들을 돕고, 격려했다. 1937년부터는 미시건 주에 있는 기독교 대학 올리벳 칼리지(현 University of Olivet) 초빙 작가로 활동했다.

포드 매덕스 포드와 불륜의 연인( 세 여인) 이야기를 다른 책 .photo by wikipedia

9.포드는 20세기 영미 문학계의 대부(代父)다. D.H. 로렌스(David Herbert Lawrence, 1885~1930)와 오스트리아 출신 노먼 더글러스(George Norman Douglas1868~1952, 영국 수필가,소설가)를 등단시켰고, 수많은 유명 작가의 책을 출판했다.
미국의 유명한 탐사 보도기자이자 비평가인 조지 셀데스(George Seldes, 1890~1995)는 그의 저서 '세기의 증인(Witness to a Century)'에 포드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나는(포드) 조셉 콘래드를 도왔고, 헤밍웨이를 키웠다. 나는 십여 명의 작가들을 도왔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겼다. 나는 이제 늙었고 헤밍웨이와 같은 이름을 만들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작곡가 앤서니 버지스(Anthony Burgess,1917~1993)는 포드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국 소설가"라고 묘사했다.

런던 카운슬(Greater London Council) 캠프든 힐 로드 W8(1기념관)에 설치된 블루 프라그.photo by wikipedia

10.포드는 1939년 6월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칼바도스 주 옹플뢰르(Honfleur)에 거주할 때 병에 걸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칼바도스 주에 있는‘노르만 해변의 여왕’이라 불리는 휴양지 도빌(Deauville)에서 영면했다. 향년 65세였다.
주요 작품으로 ‘훌륭한 군인(The Good Soldier(1915)’, ‘행진의 끝(Parade’s End) 4부작‘, ’다섯 번째 왕비(The Fifth Queen,1906~1908) 등이 있다.일생 동안 81권의 책을 썼고, 32권은 소설이었다.
영국에서 포드 매독스 포드 소사이어티가 1997년에 설립, 운영되고 있다. 회원 중에는 고어 비달, 루스 렌델, A. S. 바이엇, 줄리안 반스, 한스 매그너스 엔첸스버거, 빌 니기, 톰 스토파드 등이 있다.(콘텐츠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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