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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서언-복수는 내것이니 내가 갚으리라 제1부 1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오블론스키의 집안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남편이 아이들의 입주 가정교사였던 프랑스 여자와 바람핀 것을 알게 된 아내가, 도저히 한집에서 살 수 없다고 남편에게 공표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이미 사흘째 이어져, 주인 내외는 물론 모든 식솔들과 하인들마저 괴롭기 짝이 없었다. 집안 식구들과 하인들은 주인 내외의 동거가 무의미하며, 차라리 여인숙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그들, 오블론스키가의 가족이나 식솔보다 더 가까울 거라고 느끼고 있었다. 아내는 방에서 나오질 않았고, 남편은 벌써 사흘째 집밖으로만 나돌았다. 아이들은 버림받은 애들처럼 집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영국인 가정교사..

1부 1."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 진리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워낙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까닭에 이웃에 이런 남자가 이사 오면 그의 감정이나 생각을 모르더라도 다들 그를 자기네 딸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여보, 네더필드 파크에 세 들 사람이 정해졌다는 소식 들었어요?' 어느날 베넷 부인이 남편에게 물었다. 베넷씨는 못들었다고 대답했다. '정해졌답니다' 베넷 부인이 곧이어 말했다. '롱부인이 방금 다녀갔는데 죄다 얘기해 주더라구요.' 베넷씨는 대꾸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들어오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부인은 조바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제인 오스틴 저, 윤지관 전승희 옮김, 민음사, 2003)1.남성 중심과 ..

1. "콜랭은 목욕을 마쳤다. 욕조에서 나오면서 곱슬곱슬한 천으로 된 타월을 몸에 걸쳤고, 두 다리와 상체만이 타월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는 유리 선반에서 향수 스프레이를 집어 밝은 색깔의 머리칼에다 향기가 좋고 잘 흐르는 기름을 뿌렸다. 호박(瑚珀)빛이 윤기나는 머리칼을 오렌지 빛의 길고 가는 줄기로 나누어놓았는데, 쾌활한 성격의 농부가 포크를 가지고 살구 잼 속에 내놓은 긴 자국과 흡사해 보였다. 빗을 내려놓고 손톱깎이를 집어 든 콜랭은 눈을 신비롭게 보이도록 하려는 생각에서 윤기없어 보이는 눈썹 가장자리 부분을 비스듬하게 잘라 냈다 눈썹이 금방금방 자라나곤 했기 때문에 자주 그렇게 해주어야하만 했다. 그는 피부상태가 어떤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확대경의---. " (보리스 비앙 저,이재형 역, 펭귄클래..

권상(卷上)-좌간의대부 비서감 보문각학사(左諫議大夫 秘書監 寶文閣學士 知制誥) 이인로(李仁老) 지음 "진양(晉陽)은 옛 제왕의 도읍지(帝都)로 산수(溪山)의 좋은 경치가 영남(嶺南)에서 제일이다. 어떤 사람이 그곳의 그림을 그려 상국(相國) 이지저(李之氐)에게 바쳤다. 이지저가 벽에 걸어두고 보았는데, 군부 참모(軍府參謀)인 영양(형양,榮陽) 사람 정여령(鄭與齡)이 와 뵈니 상국이 이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이 그림은 그대의 고향(桑梓鄕)이네. 마땅히 한 구(句) 남기시게.' 라고 하였다. 정여령이 붓을 쥐고 일어나 다가가 적기를, ‘점점이 푸른 산이 푸른 호수에 누웠네/ 공께서 이것이 진양 그림이라 하시는데/ 물가에 초가집 얼마나 있는가/ 그 중 내 집은 그렸는가 아닌가?'라고 하였다. 좌중의 사람들이..

제1장 "쌍돛대 유람선 넬리호는 돛을 전혀 펄럭이지 않은 채 닻 쪽으로 움직이다가 정지했다. 이미 밀물이 들어와 있었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는데 배는 하류쪽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므로 정박한 후 조수가 바뀌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바다로 통하는 템즈강의 직선 수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물길의 시작점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앞바다에서 바다와 하늘은 이음매도 없이 이어져 있었고, 그 빛나는 공간속에서 조수를 따라 흘러온 바지선들의 그을린 돛은 니스칠을 한 스프리트를 반짝이며 뾰족하게 솟은 붉은 캔버스 천의 무리를 이룬 채 정지해 있는 듯 보였다. 안개가 깔린 낮은 강기슭은 바다로 평평히 뻗어가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레이브젠드 상공의 대기는 어두웠고, 훨씬 더 뒤쪽에서 애절한 어둠..

제 1부 늙은 해적 1.'벤보우 제독 여관'의 늙은 선원 "대지주인 트렐로니 씨와 의사인 리브지 선생님을 비롯해 함께했던 다른 모든 신사분들이 내게 보물섬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을 섬의 위치만 빼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써보면 어떻겠냐고 권해왔다. 섬의 위치를 빼자는 건 단지 어직 가져오지 못한 보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기 17**년. 이제 나는 펜을 들어 아버지가 '벤보우 제독 여관'을 운영하던 날로, 구릿빛 얼굴에 칼자국이 난 그 늙은 뱃사람이 처음으로 우리 여관에 들어서던 그날로 돌아간다. 그자가 여관 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던 때가 마치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다. 그자의 뒤로는 선원용 궤짝이 실린 두바퀴 손수레가 따라왔다. 그자는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피부는 개암색이었고, 타르를 ..

1부 일종의 머리말 1. 여기서는 어떤 일도 주목할만한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대서양 상공에 기압계상 최저기압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기압은 러시아 상공의 고기압을 향해 최대쪽으로 이동했는데, 이 고기압을 북쪽으로 비켜갈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등온선과 등서선은 제몫을 다했고, 기온은 연평균 온도뿐 아니라 가장 추운 달과 가장 따뜻한 달의 온도, 비주기적인 월간 온도의 변동과도 통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출과 일몰, 월출과 월몰, 달과 금성과 토성환의 빛 변화, 그리고 다른 많은 주요 현상들도 천문학 연감의 예측과 일치했다. 대기 중의 수증기장력은 최고치를 나타냈고, 대기 습도는 낮았다. 약간 구닥다리 표현같지만 실재하는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정확히 묘사하자면 때는 바야흐로 1913년..

제1부 1. 어린 시절 살던 집 "내가 기억을 제대로 떠올릴수 있는 첫 장소는 맑은 연못이 있는 널찍하고 쾌적한 초원이었다. 나무 몇 그루가 큰 그늘을 드리운 채 서 있고, 후미진 곳에는 골풀과 수련이 자라고 있었다. 한쪽에는 울타리 너머로 경작한 밭이 보였다. 다른 쪽에서는 길가에 자리한 주인댁 정문이 내다보였다. 초원 위에는 전나무 숲이 있고, 아래로는 가파른 둑 옆으로 개울이 흘렀다. 어렸을 때 나는 풀을 먹을 수 없어서 엄마 젖을 먹고 살았다. 낮에는 엄마 옆에서 달리고 밤에는 엄마 옆에 가까이 누워 잤다. 더울 때는 연못가 나무 그늘에 서 있고, 추울 때면 숲 근처에 있는 따뜻하고 멋진 헛간에 머물렀다. 내가 풀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자 엄마는 나가서 낮 동안 일한 뒤 저녁에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