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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영국 남서쪽으로 다리를 뻗은 돌출부의 아래쪽에 한입 크게 물어뜯은 듯 들어가 있는 라임만-이곳에서 가장 불쾌한 바람은 샛바람이다. 1867년 3월 말 춥고 새 찬 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아침, 별로 크지는 않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라임읍-라임만이라는 명칭은 여기서 유래했다-에서 한 쌍의 남녀가 안벽(岸壁)을 따라 걸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을 보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당장에 그럴듯한 몇 가지 상상을 떠올릴 수도 있었으리라.”(김석희 옮김, 열린책들,2001)1.첫문단 장소 설명부터 상세하게 묘사해 단순하게 보면 영상 에세이처럼 보일 정도다. 첫 문단에 나오는 돌출부, 새찬 바람, 한쌍의 남녀, 안벽 등은 소설 전개를 암시하는 중의적 의미의 키워드다. 도입부의 마지막 문장에서 전지전능한 작가 시..
“당시는 노동자가 하루 1페니를 벌던 때로, 연간 10파운드만 벌면 시골신사가 충분히 풍족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연간 수입이 몇 백파운드 쯤 되는 부유한 귀족은 20~30채의 저택을 소유하고 자신의 성과 농장에서 호화롭게 살았다. 오늘날에는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오늘날 남아 있는 성의 방들은 춥고 어둡고 외풍이 심하며 습기가 가득해서 너무 불편해 보인다. 이것은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시각이다. 하지만 당대의 사람들이….”(황정하 옮김, 생각의 나무, 2005)1.에세이 형식을 빌려 13세기 초의 수입과 생활을 묘사해 독자를 중세시대로 안내한다. 당시의 빈부격차가 2~3배 정도가 아니라 최소 10배 이상임을 알 수 있는 도입부다. 옛 성의 불편한 모습도 오늘날의 시각임을 얘기해 독자들에..
“그 이야기는 난롯가에 앉아 있는 우리를 숨도 쉴 수 없으리 만치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고색창연한 집에서 오가는 괴이한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이, 그것이 소름끼치는 이야기였다고 누군가 분명히 언급한 것 외에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이윽고 누군가 어린아이에게 그런 재앙이 일어난 경우는 처음 들어본다고 지나가듯이 말했다. 그 경우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우리가 지금 모여있는 집처럼 낡은 집에 유령이 나타난 사건이었다. 어머니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소년에게….”(정상준 역, 시공사, 2010)1.오싹한 도입부로 독자들의 주목을 끄는 서술 기법이다. 전체를 아우르는 작가 시점에서 독자들을 모호하게 하는 화자(話者)를 활용하겠다는 암시가 깔려 있다. 나사 돌리기 처럼 읽는 이..
“얘들아, 어디 뒤로 좀 돌아봐라! 그꼴이 뭐냐! 절말 우습구나! 그 도포같이 생긴 긴 옷들은 도대체 뭐냐? 그런 꼴로 학교에 다니냐?” 이런 말로 늙은 타라스 불바는 키예프 아카데미에서 돌아온 두 아들을 맞이했다. 두 아들은 말에서 막 내렸다. 둘 다 건장한 젊은이로, 신학교에서 갓 나온 학생처럼 주변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똑똑하고 건강해 보이는 그들의 얼굴은 아직 면도날이 한 번도 스친 적 없는 솜털로 덮여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의 이런 마중에 당혹스러워하며 시선을 떨군 채 꼼짝 못 하고 서 있었다.( 조주관 역, 민음사, 2009) 1.소설로서는 보기 드물게 첫 문장이 입말(口語)로 시작한다. 구전 노래가 서사시로 바뀌고, 서사시가 소설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도기적 형식을 취했다. 관찰자 시..
“흔히 말하는 ‘의지의 자유’를 다루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 철학적 필연성’을 숙명론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면서 그것이 ‘의지의 자유’와 상반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보다는 시민의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다시말해 나는 이 책에서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그다지 제기되지 않았고, 이를 둘러싼 이론적 차원의 토론은 더구나 없었다. 그러나….”(서병훈 역, 책세상, 2018) 1.이 책의 목적성을 분명히 전달하는 제1장 머리말이다. 보통은 머리말에 이어 1장이 나오는데 이 책은 1장에 머리말을 붙여 도입부부터 계도의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또 책의 중심 주..
“어느 날 해 질 무렵의 일이다. 한 하인이 라쇼몬 아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널찍한 문 아래에는 이 사내 말고는 없었다. 그저 귀뚜라미 한 마리가 군데군데 붉은 칠이 벗겨진 큼직한 원기둥에 둘러붙어 있을 뿐이다. 라쇼몬이 주작(朱雀)대로에 있는 이상, 이 사내 말고도 비를 긋는 삿갓을 쓴 장사치 여인네나 두건을 쓴 남정네 두엇쯤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 사내 말고는 아무도 없다.”(송태욱 역,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2019) 1.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풍경을 그린 듯한 서술로 시작된다. 남의 일을 이야기하는듯 하면서도 장소나 사물에 대한 묘사가 실제로 보고 있는 듯 사실적이다. 첫 문단 분위기는 잔혹동화처럼 음산하다.서스펜스 추리 소설같은 분위기의 정밀한 도입부가 옛 소설로 느끼지 ..
“연금술사는 대상(隊商)들 중 한명이 가져다준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표지가 떨어져 나갔지만 저자 이름을 알아볼수 있었다. 오스카 와일드였다. 책 이곳저곳을 훑어보던 그는 나르키소스에 관한 이야기에서 눈길을 멈추었다. 연금술사는 나르키소스의 전설을 알고 있었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을….”(최정수 옮김, 문학동네,2007) 1.흔하게 알려진 이야기, 유명작가를 내세워 독자의 주목을 끄는 포커스 서술을 한 도입부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소설의 시작이 아닌 것처럼 논술형으로 문장을 전개했다. 실제 이 장의 제목도 주로 논문 등에서 글의 시작을 알리는 서(序)다. 문장 구성이나 문체는 잘 읽히고 깔끔한 편이다. 연금술과 오스카 와일드,나르키소스 등은 소설의 전개를 암시하는 주제어다. 2.파울로 코엘료의 ..
“1등 열차 흡연실에 몸을 실은 전직 판사 워그레이브는 시가를 피우면서 타임지의 정치면 기사를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잠시 뒤,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지금 열차는 서머싯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아직 두 시간 정도 남았다. 그는 인디언 섬에 대해서 신문에 실렸던 기사들을 마음속에 떠올려 보았다. 첫번째로….”(이가형 역, 해문출판사, 2002) 1.첫 문단에서 샐러리맨이 출장 가는 모습을 통해 등장 인물의 행위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장소와 시제를 분명하게 못 박고, 도착 시간까지 제시해 제 3의 인물이 관찰하는 듯한 도입부다. 글의 흐름이 깔끔하면 치밀한 스토리를 예비하고 있다. 글의 구성과 문체 등이 논술이나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