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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명작과 저자 (217)
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주님, 당신께서는 위대하시고 크게 찬양받으실 분이십니다. 당신의 권능은 크고 당신의 지혜에는 한량이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 당신 창조계의 조각 하나가 당신을 찬미하고 싶어합니다. 인간, 자기 죽을 운명을 메고 다니며, 자기 죄의 증거와 당신게서 오만하신 자들을 물리치신다는 그 증거를 짊어지고 다닙니다. 그래도 인간, 창조계의 조각 하나가 당신을 찬미하고 싶어합니다. 당신을 찬미하며 즐기라고 일깨우시는 이는 당신이시니, 당신을 향해서 저희를 만들어놓으셨으므로 당신 안에 쉬기까지는 저희 마음이 안달을 합니다.”(성염 역주, 경세원, 2016)1.사랑하는 님을 향한 마음의 편지 형식으로 시작한다. 자기고백이지만 제3자가 읽어도 거침이 없도록 최대한 객관적 서술 방식을 택했다. ‘하느님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폴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경우 흔히 갖게 마련인 신랄함이나 당혹감이 아니라 조심성에 가까운 차분함을 가지고, 좌절로 얼룩진 거울 속의 얼굴을 서른아홉 해로 나누어 보았다. 얼굴의 음영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주름을 더 깊어 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이 손가락 두 개로 잡아당기는 그 탄력 없는 살갗이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 아가씨의 대열에서 아줌마의 대열로 마지못해 넘어가고 있는, 외모에 몹시 신경을 쓰는 또 다른 폴의 것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로서는 그런 모습이 낯설었다. 그녀가 이렇게 거울 앞에 앉은 것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으나, 정작 깨달은 것은 사랑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공격해 시나브로 죽여온 곳이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사실이었다.”(김남주 역, 민음사,..
“북송(北宋) 휘종(徽宗) 정화(政和,1111~1118) 연간에 산동성(山東省) 동평부(東平府) 청하현(淸河縣)이라는 마을에 꽤 내력있는 자제가 있었다. 생김이 훤칠할 뿐만 아니라 시원한 성격에, 집안에 재산도 있는 스물예닐곱 살 난 사내로서 성은 복성인 서문(西門)이며, 이름은 외자 경(慶)을 썼다. 부친인 서문달(西門達)은 사천(四川)과 광주(廣州) 지방을 오가면서 약재를 팔다가 이곳 청하현에 큰 생약(生藥) 가게를 하면서 대저택을 지어 살았는데, 부리는 노비며 노새, 말 등이 무리를 이루어 비록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청하현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집안이었다. 다만 서문달 부부가 일찍 세상을 떠 홀로 남은 아들은 남의 말 듣기를 좋아하여 공부는 하지 않고 온종일 밖에서 방탕한 나날을 ..
“우신은 말한다-세상 사람들은 우신인 나에 대해 온갖 말을 해댑니다. 어리석은 자들조차 우신에 대해 나쁘게 말한다는 것을 나도 잘 압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신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능력을 가진 자는 나 말고는 없습니다. 내가 여기 구름처럼 모여든 군중 앞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마자 어떤 새롭고, 예사롭지 않은 기쁨으로 모두의 얼굴이 갑자기 밝아지고 이마의 주름이 금세 펴지며 환한 웃음으로 내게 환영의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이 그 사실을 보내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박문재 역, 현대지성, 2022)1.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연설의 시작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도입부다. 연설인 만큼 구어(口語, 입말)를 그대로 쓰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어 높임말을 사용했다. 모여든 군중(이 책을 읽을..
“내가 크리스티아나(1624~1924년 노르웨이 수도, 현 오슬로)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크리스티아나는 그곳을 떠나가게 되기까지 누구에게든 반드시 흔적을 남겨 놓고야 마는 그런 기이한 도시였다. 나는 잠에서 캐어난 채 고미 다락방에 누어 있었다. 아래층 벽시계에서 6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날이 훤했다.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저쪽 방문 옆 벽은 낡은 ‘모르겐블 라데트’신문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등대관리소장의 공고문과 약간 왼쪽으로 굵고 둥그란 글씨로 인쇄된 파비엔 올센 빵집의 신선한 빵 광고문이 보였다.”(우종길 역, 창, 2011) 1.1인칭 화자의 춥고 배고픈 상황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첫문단이다. 화자의 행위 하나하나와 심리, 주위 환경까지..
“피에트로 베누는 로사리오 성당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겨우 1시가 지났는 걸.’ 그가 생각했다. ‘노이나 집에 가는 건 너무 이를지 몰라. 아마 다들 자고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부자니까 낮잠을 즐기겠지.’ 잠시 망설이던 그는 누오로시의 끝자락에 있는 동네인 산투술라로 다시 걸어갔다. 9월 초였다. 여전히 뜨거운 햇빛이 아무도 없는 거리에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돌로 지은 집들 앞에는 들쭉날쭉한 그늘이 길게 드리웠고, 굶주린 개 몇 마리만이 그 아래를 어슬렁거렸다.”(이현경 역, 휴머니스트, 2023) 1.주변을 살피고 눈치를 보면서 자문자답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교묘하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9월의 뜨거운 햇살과 굶주린 개가 폭발적인 이야기 전개를 상징하고 있다. 한낮의 불안..
“첫머리(敍)에 말한다. 대체로 옛 성인이 바야흐로 예악(禮樂)으로 나라를 일으키고 인의(仁義)로 가르침을 베풀면서 괴이, 완력, 패란(悖亂), 귀신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이 일어날 때에는 부명(符命)에 응하고 도록(圖籙)을 맏는 것이 반드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고, 그런 뒤에 큰 변화를 타고 천자의 지위(다른말로 대기,大器, 큰 그릇)를 장악하고 (제왕의)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므로 황하에서 (팔괘)그림이 나오고, 낙수에서 글이 나오면서…. …그렇다면 삼국의 시조가 모두 신비스럽고 기이한 데서 나온 것이 어찌 괴이하다 하겠는가?”(김원중 역, 민음사, 2008) 1.중국에서 일어난 기이(奇異)한 일들을 첫머리에 나열하면서 한민족 시조(始祖)의 근원을 밝히는 토..
“나는 비라 보르게세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먼지도 없고, 의자들도 제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여기서는 우리 모두 고독하며, 생기를 잃고 있다. 어젯밤에 보리스는 몸에 이가 득실거리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그의 겨드랑이 밑을 면도해 주어야 했지만 그래도 가려움을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깨끗한 곳에 있는 데 이 따위가 득실거릴까. 하지만 그건 어떻든 상관없다. 만일 이가 없었다면, 보리스와 내가 이토록 친해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보리스는 대충 그의 의견의 개요(槪要)를 내게 얘기해주었다. 그는 일기예보의 명인이다. 이 악천후가….”(김진욱 옮김, 문학세계사, 1991)1.흐트러진 마음을 비꼬는 자존감 없는 도입부다. 자신의 처지를 우울한 날씨와 열악한 환경에 비유하면서 버거운 하루하루를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