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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첫문단과 작가 이야기

제1권-인간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관한 견해다 제1장 "나는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 아니 두 분 모두, 이 의무에 똑같이 얽매여 계셨기 때문에, 나를 낳을 때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 . 그들이 그때 그들이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것이 달려 있는지 제대로 고려했다면, 합리적인 존재의 탄생뿐만 아니라 아마도 그의 몸의 행복한 형성과 온도, 아마도 그의 천재성과 그의 정신의 성향 자체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반대되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심지어 그의 집안 전체의 운명조차도 그때 가장 중요한 기질과 기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고려했다면, 나는 독자들이 볼 법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세상에 보였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선..

당연히 이것은 수기(手記)이다. 서문 "1968년 8월 16일, 나는 발레라는 수도원장이 펴낸 한권의 책을 손에 넣었다. 1842년 파리의 라 수르스 수도원 출판부가 펴낸, '마비용 수사의 편집본을 바탕으로 불역(佛譯)한 멜크 수도원 출신의 (베네딕트회 수도사) 아드송의 수기'였다. 이 책에는, 책이 편찬된 저간의 사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져 있지 않았으나, 베네딕트 수도회의 전파에 크게 공헌한 것으로 알려진 18세기 석학 마비용이 멜크 수도원에서 발견한 14세기의 수기를 충실하게 복원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 대단한 학문적 발견(연대순으로 따지자면 세번째의 학문적 발견에 해당하는)은, 친구를 기다리며 프라하에 머물고 있던 나를 몹시 들뜨게 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불과 엿새 뒤에 소련군이 이..

"마르코폴로가 자신이 사신으로 방문했던 도시들을 쿠빌라이 칸에서 묘사했을 때 칸이 그의 말을 모두 믿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타타르족의 황제는 다른 어떤 서신이나 탐험가의 이야기보다도 이 베네치아 젊은이의 이야기에 더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보였다. 황제들의 삶에는, 자신들이 정복했던 광대한 영토에 대한 자부심을 갖다가도 곧 사람들이 그 영토들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리라 짐작하면서 우울과 안도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느날 저녁 비가 그친 뒤에 나는 코끼리 냄새와 화로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백단향 재의 냄새가 확 풍겨오면 일종의 공허감 같은 것으로 느낄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탈로 칼비노 저,이현경 역, 민음사, 2016)1.논문의 서문같은 첫 문단이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1부 4월 21, 22, 23일 1.성당입구에서 "찬연한 빛을 내는 불을 밝혀 주소서! 부싯돌을 밝히는 종소리여! 종소리가 기도 소리에 아랑곳 않고 윙윙거리며 귓가를 울리듯이, 어둠 속의 빛과 빛 속의 어둠이 혼미하게 뒤엉켜 있도다.찬연한 빛을 내는 불을 밝혀 주소서! 부싯돌을 밝히는 종소리여! 빛을 밝혀 주소서! 불을 밝혀 주소서! 밝혀 주소서! 밝혀 주소서! 밝---혀---주소서! / 발을 질질 끄는 거지들이 시장의 식당가를 지나 얼어붙은 성당의 그림자속을 헤매며, 외롭고 황량한 도시의 바다처럼 드넓은 거리를 따라 아르마스 광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대통령 각하,미구엘 앙헬 아스투리아스 저, 을유문화사, 송상기 역, 2012)1.첫 문단에 신에게 비는 듯한 경탄조의 어휘를 중복 사용하는 보기드문 도..

개구리왕 혹은 쇠줄 동여맨 하인리히 "옛날에 소원을 빌면 도움이 오던 때 왕이 있었는데 그 딸들이 모두 예뻤지만 막내딸은 어찌나 예뻤는지 참 많은 것을 보아 온 해 조차 참으로 자주 놀라며 공주의 얼굴을 비추었다. 왕의 성 가까이 울창한 큰 숲이 있고, 숲속에는 오래된 보리수나무 아래 샘물이 있었다. 날이 정말 더우면 공주는 숲으로 가서 서늘한 샘물가애 앉곤했다. 또 심심할 때면 금공 하나를 높이 던저 올렸다가 다시 받곤 했다. 그게 공주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였다. 한번은 공이 공주의 손이 아니라 땅에 떨어져 그만 물속으로 굴러들어가는 일이 있었다. 공주가 눈길로 공을---. "(그림 형제 저, 오토 우벨로데 그림, 전영애+김남희 역, 민음사, 2023)1.1800년대 초 나온 민담집 답게 '옛날옛적에'..

제1장 리어왕의 궁전. 켄트,글로스터, 에드먼드 등장 "켄트:나는 왕께서 콘월공작보다 알바니 공작을 더 총애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글로스터: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왕국의 영토를 분배할 시기에 이르니 누굴 더 총애하시는 지 전혀 분간이 안되는 군요. 저울에 단듯이 똑같이 분배해 어느 쪽을 더 총애하시는지 알수 없더군요. 켄트:(에드먼드를 바라보며)이 분이 아드님이신가요? 글로스터:내가 길렀던 아이임에는 분명하지요.하지만 내 아들이라고 선뜻 밝히기가 부끄럽답니다.지금은 익숙해졌지만요. 켄트:무슨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글로스터:글쎄, 말하자면 이 녀석의 어미가 내 씨를 받아 침상에서 결혼도 하기전에 이 녀석을 떨구어낸 거죠. 정말 부끄러운 실수였죠. 켄트:이토록 훌륭한 아들을 얻는다면 ..

1부 1 " '그러니까 공작, 제노바와 루카는 이제 부오나르트 가문의 소유물이자 영지일 뿐이에요. 아뇨, 당신에게 경고하겠어요. 만약 당신이 지금은 전쟁이 아니라고 말하거나 여전히 그 적그리스도(정말로 난 그가 적그리스도라 확신해요.)의 온갖 추악한 짓과 만행을 옹호하려 한다면 난 당신을 아는 척도 하지 않겠어요.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나의 친구도 아니고, 당신이 말하듯 나의 충직한 종도 아니에요. 하지만 어서 와요. 반가워요. 내가 당신을 놀라게 했군요. 앉아서 이야기를 해줘요.' 1805년 7월, 여관(女官)이자 마리아 페오도로브나 황태후의 측근인 그 유명한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는 그녀의 야회에 가장 먼저 도착한 고위직 관료 바실리 공작을 맞으며 이렇게 말했다. 안나 파블로나는 며칠동안 기침을 했다..

1.나는 죽은 몸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자는 내가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숨소리를 들어보고 맥박까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옆구리를 힘껏 걷어차더니 우물로 끌고와 바닥에 내동이쳤다. 이미 돌에 맞아 깨져 있던 내머리는 우물바닥에 부딪치면서 산산조각이 났고, 얼굴과 이마 볼도 뭉개쳐 형태를 분갈할 수 없다. 뼈들도 부서졌고, 입안에 피가 가득하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 나흘째다. 아내와 아이들이 날 찾고 있을 게 분명하다. 울다울다 지친 딸애는 넋을 잃은 채 대문만 쳐다보고 있을테고, 다른 식구들도 모두 목을 빼고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