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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명작과 저자 (212)
명작의 첫문단 분석과 작가 이야기
“잔느는 짐을 다 꾸리고 창가로 다가가 보았으나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다. 밤새 폭우가 유리창과 지붕을 두드렸다. 물을 잔뜩 머금고 낮게 내려앉은 하늘은 구멍이라도 난 듯 땅 위로 물을 게워내고 흙을 설탕처럼 녹여 걸쭉하게 만들었다. 무거운 열기를 가득 품은 돌풍이 불고 있었다. 불어난 시냇물의 요란한 소리가 인적없는 거리를 채웠고, 스펀지처럼 습기를 빨아들인 집집마다 지하실부터 다락까지 온 벽이 땀을 흘렸다. 어제 수녀원에서 나와 마침내 영영 자유로워져 오래전부터 꿈꿔온 인생의 온갖 행복을 거머쥘 준비가 된 잔느는 날이 개지 않으면 아버지가 떠나기를 망설일까 걱정되어 아침부터 백번쯤 지평선을 살폈다. 그러다 깜빡 잊고 여행 가방에 달력을 챙겨 넣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벽에서 작은 달력을 떼어..
제1부 “매일 노동자 마을 위로 탁하고 기름진 공기 속에 공장의 사이렌 소리가 떨면서 울려 퍼지자 그 부름에 응답하듯 조그만 회색 집들에서 아직 잠으로 근육을 풀지 못한 음울한 사람들이 겁먹은 바퀴벌레처럼 거리로 나왔다. 차가운 어스름 속에서 그들은 비포장도로를 걸어 높이 솟은 돌 감옥과 같은 공장을 향해 갔고, 공장은 수십 개의 기름 낀 네모난 눈으로 더러운 거리를 밝히며 무심한 확신을 가지고 그들을 기다렸다. 진흙이 발밑에서 쩔꺽거렸다. 잠에 취한 이들이 목쉰 소리로 고함을 질렀고, 거친 욕설이 화난 듯 공기를 갈랐으나 사람들 앞에는 또 다른 소리들이 떠다녔다-시끄럽고 육중한 기계 소리, 으르렁거리는 수증기 소리, 높고 검은 굴뚝들이 마치 굵은 몽둥이처럼 마을 위로 솟아올라 음울하고도 엄하게 내려다보..
제1장 마녀 메로에와 소크라테스 이야기 “나는 사업상 테살리아로 가고 있었다. 그곳은 어머니의 가문이 뿌리를 두고 있는 곳이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유명한 플루타르코스와 그의 조카인 철학자 섹스투스의 피를 이어받았다. 어느 날 아침, 나는 테살리아 태생의 순종 백마를 타고 높은 산과 위험한 계곡과 습기 찬 평원과 경작지를 지났다. 그러자 말은 완연히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나 역시 계속해서 해서 말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피로에 지쳐 있었다. 나는 저린 몸을 풀고 싶었다. 그래서 말에서 내려 한 줌의 잎사귀로 조심스럽게 말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서 귀를 쓰다듬은 후, 고삐를 풀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말의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로 축 처진 말의 호흡이 정상을 되찾게 하고 있었다. 말이 고개를 ..
총 서시(The General Prologue) “4월의 달콤한 소나기가 3월의 가뭄을/ 뿌리까지 깊이 꿰뚫을 때,/그리고 꽃이 피게 하는 촉진적인 힘을 지닌/ 그 축축함에 모든 줄기가 적셔질 때/ 그리고 서풍 역시 달콤한 입김으로/ 모든 숲과 들판에서 부드러운 새순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있을 때, 그리고 갓 나온 태양이/ 백궁좌의 반절만큼 달렸을 때,/ 그리고 밤새도록 뜬 눈으로 잠자던/ 작은 새들이 노래 부를 때/(자연은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깨워 자극하네.) 그때 사람들은 성지 순례 떠나기를 원하며,/ 순례자들은 낯선 해안을 향하여,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유명한 멀리있는 성자를 찾았다./ 그리고 보다 특별히 영국의 모든 지역으로부터/ 캔터베리로 그들은 모여들었다./ 그들이 고통받을 때 도움을 준/..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언덕들은 벌써 황금빛 노을 속에 골마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들판은 아직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눈부신 빛으로 환했다. 이곳의 언덕과 들판에는 겨울이 끝났어도 여전히 눈이 남아 있듯이 황금빛 노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남쪽 끝 파타고니아에서 우편기를 몰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오던 파비앵은 항구의 바닷물을 보고 저녁 무렵임을 알아차렸다. 평온한 구름들이 물살 위로 살짝 만들어 놓은 가벼운 주름이 밤이 다가온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거대하고 행복한 정박지로 들어서고 있었다.(Les collines, sous l’avion, creusaient déjà leur sillage d’ombre dans l’or du soir. Les plaines devenaient lumineuses ..
페르라셰즈 묘지의 무덤 “파리 동쪽의 페르라셰즈 공동묘지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특이한 무덤을 발견하게 된다. 따뜻한 어느 가을날 나는 비바람에 풍화된 엷은 회색 묘석 앞에 서 있었다. 실물 크기로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석상의 주인공이 수녀원장 엘로이즈와 수도원장 아벨라르라는 것을 알려주는 묘석이었다. 두 석상은 땅에 끌리는 수도복을 걸친 모습이었다. 평생 결코 단 한 순간도 이별이 없었던 것처럼, 온전한 평화가 깃든 모습이었다. 살아 있을 때 겪었던 고난이나 그칠 줄 모르던 고통은 물론이고, 세상을 떠난 후 1817년 11월6일 페르라셰즈에 마지막으로 묻힐 때까지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 석상이야말로 아벨라르와..
서설.“1975년에서 1976년까지 격렬한 내전을 겪던 베이루트를 방문한 어느 프랑스 언론인은 파괴된 도심지를 보고 개탄하며 이렇게 썼다. ‘한때는 이곳도 샤토브라앙과 네르빌이 묘사한 동양에 속한 것처럼 보였는데....’ 특히 유럽인의 입장에서 보는 한 그 곳에 대한 그의 말은 물론 옳았다. 동양이란 사실 유럽인이 조작한 것으로 고대부터 로맨스, 색다른 존재, 잊을 수 없는 기억과 풍경, 특별한 체험담의 장소가 되어 왔다. 그러데 지금 그것이 그 언론인 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동양이란 한때 생겨났다가 이젠 그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동양인 스스로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점도, 샤토브리앙과 네르발의 시대에서 동양에 동양인이 살았다는 점도, 나아가 그곳에서 지금 고통..
1부 “이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또 들어본 적이 있을까? 우리는 나우하임의 어느 계절이 9번 바뀌는 동안 애시번햄 부부와 절친하게 지냈다. 아니 그보다는 손에 잘 맞는 장갑처럼 어느 정도 여유 있고 편안한 사이로 지냈다는 편이 맞겠다. 나와 내 아내는 애시번햄 부부를 그 누구 못지않게 잘 알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내가 잘 모르는 영국인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오늘까지도 이 슬픈 사건에 대해 내가 아는 조각들을 맞춰보려고 애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6개월 전만 해도 나는 영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영국인들의 깊은 속마음까지 가 닿지는 못했다. 그저 피상적으로 알 뿐이었다.”(포드 매독스(매덕스) 포드 저, 홍덕선 김현수 역, ..